#4. 세상은 아무렇지도 않다
일주일을 앓았다. 몸뚱이 하나 열병을 얻었을 뿐인데 일어나 앉지를 못했다. 약까지 독해 먹으면 잠시 앉았다가 누워버렸다. 잠을 실컷 잤다. 눈을 뜨면 어두웠고, 또 감았다 뜨면 훴했다. 앓아 눕는 것도 며칠은 나쁘지 않다. 매일 들들 볶던 반복된 움직임에서 잠시 해방되었다고나 할까. 안하면 큰일이 나는 일인 양 나를 묶어두던 집안일에서 해방된 거 같아서 좋았다. 차라리 며칠 더 앓아 누워 버리고 싶었다.
오후가 되어 창가 옆에 앉아 가을볕을 쬐인다. 창밖은 아무렇지도 않은 풍경이다. 내가 아프거나 안아프거나 아무런 일 없다는 듯이 굴러가고 있다. 전과 다름없이 논두렁 위에 볕을 떨어지고 있고, 큰 길가 위로 털털거리며 트럭이 뒤뚱거리며 달리고 있다. 내가 일주일이 넘게 앓았어도 세상은 코딱지 만한 티끌 하나 바뀐 것이 없다. 무려 일주일 씩이나 앓아 누웠는데도. 세상은 다 그렇게 무관심속에서 굴러가는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