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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선후 Sep 26. 2024

마음 비행기#7

-사춘기 자녀와 부모를 위한 대지도론

  누구나 손에 온갖 무기를 쥐고 있으니 

  힘이 그에게 미치지 못하면 그를 두려워하고 

  마음이 착하지 못하면 그를 겁내하네. 


  이 하늘이 반드시 남을 두렵게 한다지만 

  힘이 적은 까닭에 남의 두려움을 받는다.  

  이 하늘은 모든 이가 항상 두려워하지만 

  쇠퇴하는 괴로움을 제거하지 못했으니 


  누군가가 받들어 섬기고 공경한다 하여도 

  이 세상의 근심 걱정 면하지 못하니 

  누군가가 공경하거나 공양하지 않아도 

  이 세상의 복락을 받기에는 방해됨이 없다네. 


   너에게는 엄마를 꼼짝 못하게 하는 무기와 같은 말이 있어. 너, 알고 있니?  밥 안 먹어!, 공부 안 해! 엄마는 이런 말만 들으면 정말 꼼짝 못하게 돼.  짧은 시간 아무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로  얼굴이 굳어지고, 그 다음에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 냉정히 화를 내야 될 상황이 아닌데도 왜 그렇게 화가 치밀어 오르는지 모르겠다.  네가 한 끼 먹지 않는다 해도 크게 달라지는 질 게 없는데도 말이야.  엄마가 부탁 좀 할게. 이럴 때 왜 그렇게 화를 내는지 엄마한테 꼬치꼬치 따져 묻지 말았으면 해.  엄마도 그 이유를 잘 모르겠으니까.      

이런 엄마를 바라보는 너도 화가 나겠지. ‘치밀어 오르는 화’가 나지 않게 꽉 묶어 줄 무기가 있는데 너 혹시 알고 있을까?  엄마를 ‘공경’해 주면 안 될까.  울그락 불그락 얼굴을 붉히며 소리를 질렀어도, 방문을 잠그고 침대에 누워서도 ‘공경’이라는 단어를 떠올려 보자.  아직까지 이런 말은 실천이 힘들다는 거 알고 있어. 엄마도 너를 어떤 때는 공경하기 힘드니까.  하지만 엄마는 공경이 우리 둘 사이 금이 가려고 할 때 더 가까운 사이로 붙여 줄 수 있는 접착제라고 믿어, 네 생각은 어떠니?      

 우리‘공경’으로 아주 힘든 상황에서도 너와 나 사이를 지켜가자.  좀 어려운 말일지 모르겠지만 좋은 일이 생기면 진심으로 기뻐해 주고, 슬픔이 있으면 진심으로 위로해주면 되는 거야. 그러면 네 안에 나쁜 싹을 꼼짝 못하게 하는 단단한 무기가 생기기 시작한단다. 어제 네가 방문 ‘꽝’ 들어간 후로 우리는 좀처럼 말이 없잖아.  엄마는 이런 말을 너에게 하고 싶었어. 우리 이쯤에서 화해하자!  엄마가 먼저 너를 공경할게.  미안해! 아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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