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짜미 Sep 03. 2024

차라리 못 봤으면 좋았을 것들.

창호 외주공사.

  철거를 진행하면서 창호공사의 날짜를 잡아뒀다. 철거를 다 하고 창호공사를 하면 됐는데 우리는 급하게 창호 일정을 잡았다. 우리에겐 철거가 조금 늦어지더라도 창호공사를 빨리 끝내야 할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아랫집 누수. 이 집을 계약하면서 꾸준히 누수가 발생해 왔고 얼마 전에도 발생해서 아랫집에 피해가 있었다. 이런 방법 저런 방법을 시도해 본 결과 낡고 오래된 쥐색 알루미늄 창호에서 물이 샌다는 확신을 가졌다. 이 확신은 '부적과 호랑이가 붙은 물 새는 집' 편에서 봤을 것이다. 그래서 아랫집 공사를 위해 우리는 얼른 우리가 창호공사를 해야 한다. 그 후 다시 누수 테스트를 해서 누수가 없음을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창호공사를 사전에 생각했던 일정보다 앞당겨 진행했다.


  창호 업체와 상담을 하면서 창호업체 사장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열중 아홉의 일이 인테리어 업체에서 들어오는데 이렇게 개인이 연락을 주시니 놀랍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네요." 그렇다. 우리는 길 가다 보이는 인테리어 업체에 "창호를 바꾸려고 합니다."라고 한 게 아니라 직접 창호 제작 공장에 찾아갔다. 이렇게 직접 제작 공장에 찾아가면 업체 이익을 줄일 수 있다. 물론 업체 이익을 줄인다고 전체 공사의 단가가 확 내려가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공정마다 조금씩 아낀 돈이 후에는 큰돈일 거라 생각한다. 그렇게 그 아낀 돈은 우리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된다. 아낀 그대로 모아도 되고, 혹은 자재를 조금 더 좋은 걸 사용하거나, 가전이나 가구에 보태도 되니 말이다. 아직 우리가 어떻게 사용할 진 모르겠지만 현명하게 소비 혹은 저금할 수 있으면 좋겠다. 모든 인테리어 리모델링 공사가 그렇듯 창호공사의 시작도 역시 철거부터였다. 아침 일곱 시 반쯤부터 사다리차와 창호 업체의 직원분들이 몰아쳤다. 창호팀은 투입하여 커피 한 잔을 마시더니 일사불란하게 흩어져 각자 맡은 창에 찰싹 달라붙었다. 창을 떼어내기 위해서. 누구는 창문들을 하나하나 떼어내고 누구는 떼어낸 창문들을 사다리차가 있는 베란다 쪽으로 옮겼다. 또 누구는 올라온 사다리차에 싣고 내리기를 반복했다.


  창이 모두 내려간 시간 오전 아홉 시. 창호는 당일공사라는 메리트를 홍보하며 공사를 진행한다. 그렇기에 투입되는 인원이 많은 것이 아닐까. 솔직히 우리는 생활을 하고 있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당일에 끝나던 이틀이 걸리던 상관이 없다. 오히려 여섯 명이서 무리하여 당일에 끝내기보다는 세 명이서 꼼꼼하게 이틀을 진행하는 게 더 낫다. 하지만 지금까지 움직인 나름의 팀 전체 퀄리티가 있을 것이기에 내가 아무리 꼼꼼하게 해 달라 한 들 나아지는 것은 크게 없을 것이다. 내가 업체 선정을 잘했기만을 바랄 뿐이다. 공사가 끝나면 현명했는지 호구였는지 알게 되겠지. 창이 모두 내려가고 톱소리와 그라인더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창틀을 자르고 뜯고 갈아내는 소리다. 나는 세탁기가 들어갈 방 베란다의 창틀을 떼어낸 나름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어떻게 창틀을 떼어내나 내심 몹시 궁금했다. 대체 전문가들은 어떻게 술술 떼어낼지, 혹은 나와 같이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고생을 할지. 살펴본 결과 방법은 내가 했던 것과 비슷했지만 역시 전문가들은 달랐다. 끙끙거렸던 내 모습과 달리 창틀은 너무나 쉽게 잘려나갔고 너무나 힘없이 떨어져 나갔다. 대체 나는 그날 끙끙대며 무엇을 한 것일까. 물론 두 명 세 명이 붙어서 잡아주고 당겨주니 그런 것이라 나름의 위안을 삼아봤다. 창틀이 툭툭 떨어져 나가면서 벽을 막고 있던 창들이 사라지고 바깥 풍경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 이 집은 실내가 아닌 실외가 된 것이다. 지금밖에 볼 수 없을 개방감이 생겨 속이 시원하긴 했다. 하지만 창틀이 떨어져 나간 곳의 모습을 보고 난 후 내 마음은 한숨이 절로 나올 만큼 비참해져 버렸다. 창틀에 가려져 있던 벽의 안쪽은 '대충' 그 자체였다.

창틀 제거 후 내부 단열재 상태

  베란다와 안방의 경계를 책임지고 있는 벽은 벽돌로 쌓아 올린 조적벽이었다. 그 조적벽 사이에 단열재인 스티로폼이 들어가고 안팎으로 일정 두께의 미장을 해 둔 모습이었다. 하지만 내 눈에는 미장이니 조적벽이니 벽 두께니 그런 건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내 눈이 고정되어 있는 곳은 단 한 곳. 바로 단열재의 시공 상태였다. 세탁실의 벽을 보며 한차례 충격을 먹었었지만 다른 방들 모든 곳이 이렇다는 것에 한번 더 마음이 멍해졌다. 나는 얼른 창호 설치팀에게 달려가서 말을 걸었다. "혹시 창틀 설치는 언제 진행하나요?" 돌아오는 답변은 내 마음을 더 급하게 만들었다. "다 철거했으니 이제 바로 시작해야죠." 이 말을 들은 후의 내 머릿속은 마치 컴퓨터처럼 삐릭삐릭하며 온갖 경우의 수를 살펴보고 있었다. 내가 가장 먼저 꺼낸 말은 이랬다. "어디 창호부터 시작하시나요?" 이 말을 꺼낸 이유는 먼저 설치하는 창틀부터 단열재에 우레탄 폼을 충진 하기 위해서였다. 만약 이 상태 그대로 창호를 시공한다면 후에 이 벽이 눈에 들어올 때마다 저 단열재의 모습이 비쳐 보여서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았다. 

단열재 정리 후 우레탄 폼 단열재 충진

  나는 아내와 함께 우레탄 폼 단열재를 들고 충진을 시작했다. 먼저 단열재를 꺼내보고 깨지거나 깊게 들어가 있지 않은 부분들을 확인했고 그 공간들을 채워줬다. 그 후 단열재를 밀어 넣고 밖에서 다시 한번 우레탄 폼을 덮어줬다. 단열은 기밀이 최우선이라 이렇게 한다고 단열이 크게 달라져서 뭔가가 막 느껴지는 건 아니겠지만 일단 마음이 든든하니 그냥 했다. 우레탄 폼을 채워야 할 곳은 안방 창틀, 거실 창틀, 보일러실과 붙어있는 작은방의 창틀 이렇게 총 세 곳이었다. 나머지 창들은 바깥과 맞닿아있어 단열재가 들어가 있지 않았고 우레탄 폼은 창호설치 진행 간에 시공될 예정이었다. 폼 충진을 마치고 단열재가 채워지고 부푸는 모습을 보니 마음속 안도감도 조금 부풀어 올랐다. 역시 내 마음이 편한 게 장땡이다. 폼 충진을 마친 우리는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시공하는 모습을 살펴봤다. 우리가 섭외한 팀이니 우리가 어느 정도 살펴보며 현장이나 시공을 관리해야 한다. 하지만 그건 우리 생각이고 시공하시는 입장에서는 그냥 눈치를 받는 일이기에 시공에 집중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 또한 시공자분들에게 꼼꼼하게 부탁한다 한마디 한 후 자리를 떠나 주는 게 오히려 더 나을 수도 있다. 우리는 시공자분들의 눈치를 받고 있다는 눈치를 눈치채고 우리끼리 할 일을 찾아 나섰다. 찾아 나서봐야 그리 넓지 않은 집이기에 방 아니면 주방 아니면 거실 세 곳 중 하나다. 그중 자리 잡은 곳은 거실이었다. 여기서 우린 오목하게 들어가 있던 천장을 평으로 채우기 위한 밑작업을 진행했다.

우물천장을 평천장으로 변경

  오목하게 들어갔던 천장을 평으로 만들기 위한 자재는 그 위치 기존 천장을 철거하면서 떼어냈던 각재를 사용했다. 또한 욕실 천장을 철거하면서 목골조가 있었는데 그 목재에 박혀있는 핀을 제거한 후 재사용했다. 아내는 핀을 뽑고 나는 길이에 맞게 재단을 해서 붙여나갔다. 후에 실링팬이 설치될 예정이라 천장이 버틸 수 있게 단단히 보강해줘야 했다. 창호팀 직원분들은 오며 가며 재밌어 보인다는 듯 신기해 보인다는 듯 우리를 쳐다봤다. 물론 '돈 아끼려고 생고생을 하는구나' 하는 눈빛이었을 수도 있지만 그건 아무도 모르는 일이기에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창호공사를 진행하면서 하루도 빠짐없이 둘이서 철거만 해오다가 사람들이 몰려와 이런저런 일들이 일어나니 '인테리어가 시작되긴 했구나' 하는 묘한 들뜬 기분이 마음속에 올라왔다. 한 계단 씩 천천히라도 올라가고 있으니 우리 나름대로 잘해나가고 있는 듯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하루였다.

이전 13화 고통의 시간 40 3 13(feat. 주방철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