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짜미 Aug 27. 2024

고통의 시간 40 3 13(feat. 주방철거)

하필 우리 신혼집이 셀프 리모델링하면서 꼭 피해야 할 아파트.

  주방 철거를 진행했다. 주방은 욕실보다 한결 수월할 거라 생각했다. 이유는 타일의 양이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욕실의 타일 상태와는 다르게 뒷면 타일시멘트가 틈하나 없이 제대로 붙어 있었다. 주방타일 뒤편에 타일본드가 제대로 붙어있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 덧방을 해버릴까 생각했었다. 주방타일이 제대로 붙어 있었기에 덧방을 해도 무관했고 혹여나 좁아지는 것을 걱정하더라도 주방은 타일로 인해 좁아지는 비중이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주방타일마저 철거를 진행했다. 왜? 이유는 없다. 어차피 우리가 직접 하니 돈이 들지도 않고 조금만 고단하면 되니 '그냥' 철거했다. 욕실 철거를 하면서 벽을 갈아내고 그 먼지를 뒤집어쓰면서 나름의 교훈(?)을 얻은 후로 '힘들기 싫어서 부리는 꼼수'는 버리자는 생각이 자리 잡았다. 그리고 '기왕 하는 거 제대로'라는 생각도 함께 채워졌다. 주저리 주저리 했지만 진짜 '그냥' 기존타일이 없었으면 해서 아쉬움 없기 위해 철거했다. 그 대가는 정말 너무 힘들었지만... 주방타일은 욕실에 붙어있는 타일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견고하게 붙어 있었다. 철거하면서 든 생각인데 '왜 욕실은 이렇게 붙이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혼집 셀프 리모델링 주방 타일 도배 벽지 철거

  물론 모든 곳이 견고하게 붙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상부장이나 하부장 등에 조금 가려져있던 부분들이나 가스배관이 지나가서 붙이기 번거로운 그런 자리들은 붙이기 힘들었던지 접착시멘트가 대충 붙어 있었고 그 결과 이미 탈락이 생겨 손으로도 떨어질 정도였다. 혹여나 철거 중에 가스배관을 건드려 가스가 새면 어떡하나 싶어 가스배관 주위를 철거할 때는 금이야 옥이야 노심초사하며  여차저차 주방의 모든 타일들을 털어냈다. 그리고 창문 주위의 목재 창틀도 뜯어냈다. 후에 창호 공사를 할 텐데 이렇게 문틀이 있으면 추가금액을 받고 철거를 해주거나 아예 시공을 해주지 않는다. 이유는 아마 창호 철거는 본인들의 일이지만 창틀마감재의 철거는 본인들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지 않을깨 싶다. 인테리어나 리모델링을 알아보고 공부하면서 느낀 게 하나 있다. 그건 공정과 공정 간의 경계가 분명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본인의 일이 아니면 추가금액이 붙거나 "이건 ○○팀한테 하셨어야죠/맡기세요"라는 말이 돌아오기 마련이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맡긴다면 공정이 투입되기 전에 소통을 많이 하면서 사전조치를 취해둬야 한다. 그리고 그런 스케줄 관리나 공정 간의 소통을 하는 게 인테리어 업체에서 주로 하는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직접 하니 크게 상관도 없었지만 창호공사는 무게와 크기가 있어 업체에 맡겼다. 그렇기에 미리미리 준비해 둘 겸 창호 마감문틀을 철거했다.

신혼집 셀프 리모델링 주방 타일 도배 벽지 철거

  창호공사를 위해주는 작업도 중요하지만 또 다른 중요한 작업 하나가 있다. 그건 바로 수도관이 싱크대 하부로 들어갈 수 있게 내려주는 작업이다. 조금 더 상세히 이야기하자면 지금 수도관을 내리는 건 아니고 타일을 철거하는 김에 나중에 작업할 수 있도록 수도관을 찾아서 노출시켜 두면 싱크대가 들어오기 전에만 공사해 두면 된다. 옛날집들은 많은 비중으로 수도관이 싱크대와 상부장 사이 벽에서 튀어나오는 벽부형 수전 방식이다. 하지만 요즘에는 싱크대에 수전이 달려있는 방식이다. 그게 미관적으로 보기 좋아서 이렇게 바뀐 것 같다. 딱히 기능적인 장단점은 없다. 그저 수도배관의 높낮이 차이니까. 그래서 나도 나중에 수도내림을 할 수 있도록 배관이 노출될 수 있게 철거를 진행해 뒀다. 보통 왼쪽이 온수 오른쪽이 냉수인데 이 집은 오른쪽이 많이 삭은 걸 보니 오른쪽이 온수인가 보다. 그럴싸하게 말했지만 정확한 내용이 아니며 아무래도 '뜨거운 물이 많이 지나다니니 많이 변색됐지 않았겠나' 하는 나의 얕디 얕은 추측일 뿐이다. 어느 쪽이 온수던 상관은 없다. 후에 수전을 달 때 호스를 반대로 달면 물은 똑같이 나온다.

신혼집 셀프 리모델링 싱크대 수전 수도 내림

 쌓이다 못해 굴러 떨어질 정도로 쌓여버린 폐기물 처리.


  드디어 폐기물을 배출했다. 폐기물 마대 수량은 40포대 정도. 하나당 무게는 약 40kg 정도. 하지만 수량과 무게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40포대라도 편하게 운반할 수 있으면 문제없었고, 무게가 50kg가 넘어더라도 실을 때 한번 내릴 때 한 번만 고생하면 무관했을 것이다. 우리의 아파트는 그런 현실을 당차게 걷어찰 정도로 이상과 거리가 있었다. 우리가 셀프 리모델링을 하고 있는 이 아파트는 우리가 꼽은 '셀프 리모델링을 하면서 반드시 피해야 할 아파트'였다.


  우리가 세운 '셀프 리모델링을 하면서 반드시 피해야 할 아파트'의 조건은 폐기물을 버리면서 겪은 두 가지 정도만 해도 충분히 충족된다.

첫 번째 항목, 엘리베이터의 사이즈가 8인승을 '초과'하는가.

  엘리베이터의 사이즈가 8인승 정도 되면 사람 네 명이 서면 거의 가득 차는 정도의 크기다. 후에 우리도 불상사를 겪었지만 이 사이즈의 엘리베이터는 자재를 옮기기에 크기가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두 번째 항목, 아파트 입구에 경사로가 있는가.

  셀프 리모델링을 할 때는 무거운 자재나 물건을 옮길 일이 많기 때문에 수레가 반드시 필요하다. 경사로가 없다면 아파트 내부에서 실었다 내렸다를 한번 반복한 후 계단을 내려와서 한번 더 실었다 내렸다를 반복해야 한다. 그게 바로 우리가 고치고 있는 지금의 아파트다. 우리 아파트는 공동현관을 들어가기 전 계단이 '세 칸' 있다. '고작 세 칸 때문에 이렇게 엄살을 부린다고?' 그렇다 이 세 칸으로 경사로를 만들기에는 너무 가파르기에 만들지 않았다고 백 번 양보한다. 하지만 그 계단 세 칸을 오른 후 공동현관을 들어가면 약 세 걸음에서 다섯 걸음 정도 되는 평지가 있다. 그리고 엘리베이터를 향해 가려면 약 일곱 칸 정도의 계단이 또 나온다. 우린 여기서 한번 더 물건을 실었다 내렸다를 반복해야 했다. 아파트 입구에 경사로가 있는지 없는지는 셀프 리모델링을 하면서 정말 중요한 사항이다.

신혼집 셀프 리모델링 폐기물 처리

  추가적으로 여러 환경들이 존재하겠지만 저 두 가지 정도만 확인되어도 자재 양중이나 이동에 엄청난 수고를 덜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저 두 가지 항목이 부재였기에 집 내부에서 폐기물을 한번 싣고, 엘리베이터를 내려서 폐기물을 바닥에 내렸으며, 일곱 칸 정도 되는 계단을 폐기물을 하나씩 들고 내려가서 수레에 다시 실어 올렸다. 마지막으로 세 칸 되는 계단 위에서 짐을 내렸고, 내려가서 한번 더 실었다. 그렇게 고생하다 결국 바퀴가 큰 수레를 아내의 집 본가에서 빌렸고 공동현관 앞 세 칸의 계단은 요리조리 잘 컨트롤하면 바퀴가 통통 튀며 짐을 내리지 않고 내려올 수 있게 됐다. 주의해야 할 사항은 수레의 프레임이 계단에 부딪히면 계단이 깨질 수 있기에 항상 조심해야 다.

신혼집 셀프 리모델링 폐기물 처리

  그렇게 우리는 약 40kg 정도 되는 폐기물 마대 40포대를 세 포대씩 열세 번 정도 실어 날랐고 그 엘리베이터 앞 계단 때문에 싣고 내리고는 두 배를 더 하게 됐다. 폐기물을 옮기기 전에 공구와 작은 짐들을 옮길 때는 큰 불편을 느끼지 못했지만 무게가 있는 물건을 옮기는 데에는 경사로의 소중함이 너무 크게 와닿았다. 무거워서 정말 힘든 일이었지만 아내와 분업하여 힘차게 해냈다. 아내는 집에서 복도로 나가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면 내가 계단을 옮기고 배출장소까지 옮기는 분업이었다. 그 덕에 아내는 다음날 온몸이 아프다며 앓아누웠고 나도 조금만 움직이면 '으어ㅓㅓㅓㅓㅓ'하는 괴성을 지르며 다니게 됐다. 그렇게 열심히 옮겨서 폐기물을 배출했다 하지만 우리에겐 충격적인 사실이 하나 남아있었다.


  우리가 배출한 폐기물은 50% 정도 양이었다는 사실. 아직 폐기물은 40포대가 더 남아있었고 철거작업을 진행함에 따라 다시 그 정도가 더 채워질 예정이라는 것이다. 아내와 잠들기 전 진지하게 폐기물처리하는 분께 맡길까를 상의했다. 그 상의는 우리의 마음과는 다르게 진중하고 길게 가지 못했고 우리의 눈은 스르르 감겼다. 우리는 일단 잠이나 자자라는 결론에 달했고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둘 다 곯아떨어져 버렸다.


  우리 정말 결혼식까지 안전히 무탈하게 끝낼 수 있을까. 이런 걱정이 매일 밤 머릿속을 파고든다.

신혼집 셀프 리모델링 폐기물 처리


이전 12화 시멘트 뒤집어쓴 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