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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짜미 Oct 01. 2024

전기공사를 시작했다.

순탄함 하나 없는 우리의 인테리어

  전기공사를 시작했다. 인테리어에서 전기공사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배선공사와 마감공사. 배선공사는 내가 원하는 위치에 조명을 시공하기 위해 선을 넣고(입선) 배치하는 작업이고 마감공사는 원하는 위치에 선을 빼뒀다면 조명을 설치하는 작업이다. 그래서 이번 작업은 배선공사다.


  아내와 나의 조명에 대한 입장은 비슷했다. 그저 간결하고 깔끔하게. 그런 서로의 의견으로 방은 따로 작업하지 않고 거실과 복도, 주방만 작업을 계획했다. 여기서 간결하고 깔끔하게라는 의견이 나온 이유는 간단했다. 우리 실력이 석연치 않다는 점과 괜히 건드려서 일을 벌이지 말았으면 한다는 점. 그게 전부다.


  가장 먼저 진행한 작업은 거실의 입선이었다. 대부분의 집들은 거실등, 방등, 주방등, 베란다 등 이렇게 큼직한 등이 되어 있어서 스위치는 대부분 방은 하나 베란다가 있으면 둘 이런 식으로 나뉜다. 하지만 우리는 거실에서도 조명들을 각자 조절하고 싶어서 선을 새로 넣었다. 스위치의 개수가 많아지려면 들어가 있는 선도 많아져야 하기 때문이다.


  입선을 하기 위한 준비물로는 전기절연테이프와 펜치 전선 이게 전부였다. 전선은 근처 철물점에서 구입했다. 철물점에서는 m당 가격으로 판매해서 원하는 길이를 알아가면 그만큼 주신다.


  처음에는 입선작업에 전선이 많이 필요해서 한 타를 사버리면 되겠다 싶었다. 하지만 작업하려는 천장을 보니 여러 색상의 전선이 있었다. 그 말인즉슨 전선은 색상으로 굵기로 구별을 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우리는 전선의 길이가 길게 필요한 게 아닌 여러 가지 색상의 전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전선을 다 같은 색상으로 사용하면 사용상의 문제는 없지만 어떤 게 어디로 어떻게 가는 선인지 구분하기가 어렵다. 안 그래도 부족한 실력에 전선까지 헷갈리면 정말 때려치우고 싶은 마음이 들 것 같았다. 그래서 길이당으로 사면 더 비싸게 치지만 여러 색상의 전선을 원하는 길이만큼 살 수 있기에 우리에겐 오히려 좋은 점이었다.

  끔찍한 상상을 한 번 해봤다. 만약 길이당으로 판매하지 않았다면 약 대여섯 가지 정도의 전선을 구매했을 것이고 구매한 그 전선의 반의 반의 반도 사용하지 못한 채 남았을도.

   참고로 전선은 '타'라는 단위를 사용하는데 한 타에 최소 100m부터 300m까지 있다.


추가적으로 펜치는 전선을 자르고 연결할 때 사용했고 전기절연테이프는 연결부의 마감에 사용했다.


  모든 자재와 공구를 갖추고 입선작업을 시작했다. 거실에는 스위치 다섯 개를 들 계획이었다. 거실등 둘, 커튼등 하나, 실링팬 하나, 베란다 하나 이렇게  총 다섯이다. 거실등 둘은 베란다를 바라보고 좌 우측 벽으로 붙여서 시공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중앙이 너무 어두울 것 같았다. 그래서 아내에게 의견을 물었다.


"중앙이 너무 어두울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해?"

"그렇긴 하겠네, 실링팬에 조명이 달린 걸 알아볼까?"


  그러나 나는 조명이 달린 실링팬을 사용한다고 해도 어두울 것 같았고 무엇보다 실링팬에 달린 조명이 실링팬을 가동했을 때 팬과 같이 흔들릴까 봐 걱정이 됐다. 그래서 나는 실링팬 주변에 추가로 등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집 거실과 주방 조명은 매입등을 시공할 예정이라 추가를 하려면 천장에 구멍을 내야 한다. 우리 둘의 입장 중 '너무 많은 매입등은 천장을 징그럽게 한다'가 있었기에 추가등 하나하나가 신경이 쓰였다. 하지만 나도 신중히 생각해서 말했고 아내도 나의 신중함을 믿어줬고 실링팬 주변으로 등을 조금 더 내기로 했다.

  그렇게 우리 집 거실 스위치는 6 구로 확정을 지었다.


  거실에 입선을 시작했다. 기존에 있던 선 한 가닥에 나머지 가닥을 묶고 반대쪽에서 잡아당기는 형태로 입선을 했다. 아내는 밀어 넣고 나는 당겼다. "하나, 둘! 하나, 둘!" 순탄하게 쭉쭉 들어갔다. 그렇게 한 일곱 번 정도 했던가 '툭!' 하는 소리와 함께 선 한 가닥이 빠져나왔다. 중간에 묶어둔 부분이 끊어진 것이다.

  "큰일인데.. 이제 이거 어떻게 빼내지?"

  요리조리 살펴봤는데 우리가 빼고 있는 스위치부 위쪽으로 벽등인지 뭔지 스위치와 연결된 부분이 보였다. 그 위쪽으로 정말 손톱만큼 튀어나온 끝자락이 보였다. 뺀치로도 잡아보고 니퍼로도 잡아보고 난리를 쳤지만  공간이 좁아서 빼내기에는 턱없는 시도였다. 끝으로 손가락을 욱여넣어 잡았고 아내가 조금씩 밀어 넣어주고 나는 손끝으로 정말 1mm씩 빼냈고 그렇게 한참을 하다 보니 충분한 길이가 되었고 무사히 빼낼 수 있었다. 

셀프인테리어 신혼집 리모델링 전기공사 입선

  만약 다음에 이 작업을 다시 한다면 묶는 부분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겠고 윤활재 스프레이 같은 걸 사용해서 뻑뻑하지 않게 한 뒤 작업해야겠다고 하나 배웠다. 


셀프인테리어 신혼집 리모델링 전기공사 배선


  선을 빼낸 뒤 곧바로 타공작업과 배선작업을 진행했다. 거실에는 두 개씩 다섯 곳 하나씩 네 곳 총 열네 곳을 뚫었고 복도와 주방에는 여섯 곳을 뚫었다. 내가 뚫고 지나가면 아내는 난연 CD관을 구멍마다 넘기는 작업을 했다. 난연 CD관을 넣은 이유는 후에 전선을 용이하게 넘기기 위해서다. 둘이서 이렇게 작업을 하니 뭔가 손발도 척척 맞고 괜히 기술자가 된 기분이었다.

셀프인테리어 신혼집 리모델링 전기공사 입선


  아내의 로망도 하나 이뤘다. 커튼이 달리는 부분을 커튼박스라고 하는데 아내는 그 커튼박스에 노란 간접등을 달고 싶다고 말했다. 요즘 많이 유행하는 조명이고 해 두면 만족도도 높은 그런 조명이었다. 커튼박스에 전선을 넣기 위해 구멍을 뚫었고 아내의 작은 손 덕분에 3인치 구멍에 손을 넣어 수월하게 전선을 빼낼 수 있었다. 내가 하지 못한 걸 해냈다는 생각에 아내는 기분이 굉장히 좋아 보였다.

셀프인테리어 신혼집 리모델링 커튼박스 T5 간접등


  주방에 콘센트도 하나 추가했다. 이 콘센트는 반대편 방에서 구멍을 뚫어 만들었고 지금은 임시로 사용할 콘센트 하나를 붙여 둔 상태다. 주방에 콘센트가 부족해서 걱정했는데 마침 콘센트 만들 곳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벽이 콘크리트라 잘라내고 깨 내는 작업이 고단했지만 하지 않으면 두고두고 후회할만한 포인트였다. 여기에는 밥솥이나 전자레인지 등 소형가전들이 연결될 예정이다.

셀프인테리어 신혼집 리모델링 콘센트 증설




  오늘 점심은 고등어조림과 간장계란밥.

아침부터 아내가 준비해서 담았고 현장에 도착해서는 전과 마찬가지로 허리찜질기에 도시락을 감싸뒀다. 그 덕에 점심에 따뜻한 밥을 먹었다. 삭막한 현장에서 따뜻한 도시락이라니. 최고다.


장난꾸러기 아내와 받아주느라 늘 지치는 나.

  이때는 몰랐다. 선은 스위치 6구만큼 넣었지만 소켓의 사이즈는 3 구였다는 사실을...


 큰일 났다. 문틀을 철거하다가 벽이 떨어져 버렸다.

대체 어떻게 마감해야 하는가...

셀프인테리어 신혼집 리모델링 문틀 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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