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를 하면서 가장 신경 쓰였던 부분이 있다. 그건 바로 '대부분의 일은 내가 할 텐데 나만 일하고 아내는 멍하니 시간만 때우게 되면 어떡하나'였다. 이 생각은 공사를 시작하자라고 계획한 순간부터 들었던 생각이었지만 아내에게 말할 수 없었다. 말하면 아내는 성격상 괜찮다고 말할 것이며 내가 신경 쓰지 않도록 이것저것 하는'척'을 하느라 바빴을 것이다. 할 일이 없는데 하는 척하는 것만큼 힘든 일도 없다. 그래서 나는 아내에게 말하지 않았고 공사를 시작하기 전부터 아내에게 조금씩 일을 시키는 연습을 했다. 나도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대부분의 힘을 쓰는-짐을 옮긴다거나, 설치를 한다거나, 물건을 챙기는-일은 내가 해왔기 때문에 그런 일들이 생길 때마다 머리보다 몸이 먼저 나갔다. 그래서 연습을 하면서도 몸이 움직여서 챙겨야 할 공구가 있는 위치에 내가 서있으면서도 아내를 불러서 "어디 안쪽에 뭐가 있는데 그거 좀 챙겨줄래?"라고 말하며 시키곤 했다. 이렇게 줄자, 니퍼, 스패너 등 자잘한 공구들부터 공사에 필요한 자재들도 차례차례 설명해 줬고 익숙해질 수 있도록 마음 아픈 심부름도 많이 시켰다. 어느 정도 공구나 자재에 익숙해져야 공사를 시작해서 작업을 함께 하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귀찮고 힘들고 하기 싫었을 때도 있었겠지만 그걸 잘 이겨내 준 아내에게 참 고맙게 생각한다. 간혹 로망이나 낭만만을 바라보고 덤벼들었다가 예상치 못한 지저분한 일들에 다툼이 생기거나 내가 원한 건 이런 게 아니라며 중단되는 일도 많이 있으니 말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아내는 꽤나 공구의 사용에 능숙해졌고 웬만한 자재는 한두 마디 설명을 하면 금방 알아들었고 심지어는 더 좋은 대안을 내놓기도 했다. 그리고 어떤 작업을 부탁하면 나보다 더 꼼꼼하게 잘해뒀다. 이 날은 기존에 있는 문틀을 철거하면서 바닥에 묻혀있던 하부 문틀이 빠져서 바닥 안으로 3cm 정도 들어간 문틀 폭의 단차가 생겼다. 그 단차를 어떻게 하냐는 아내의 질문에 이런저런 설명을 해줬다. 그랬더니 아내의 눈이 반짝반짝 빛이 났다. 아내는 뭔가를 사부작사부작 만드는 걸 좋아하는데 이 작업이 딱 그런 형태의 작업이었던 것이다. 그 눈빛에 아내에게 직접 해보겠냐고 물었고 처음의 아내는 망하면 어떡하느냐고 겁나서 못하겠다고 말했다. 그 대답에 나는 내가 옆에 있고 지켜보고 하는데 뭐가 걱정이냐며 아내에게 힘을 실어줬고 아내는 해봐도 되겠냐며 열의를 불태웠다. 나는 일의 순서와 방법에 대해서 상세히 설명을 해줬고 아내는 모르는 부분들을 질문을 했다. 모든 이야기가 끝나고 아내에게 시멘트 한 포대와 바가지, 가루를 퍼낼 수 있는 삽을 주며 힘내라는 응원을 남겼다. 일의 공정은 이러했다.
가장 먼저 바가지에 물을 소량 부어줬다. 물을 먼저 부은 이유는 시멘트가루가 바가지 바닥에 엉겨 붙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다음으로 적은 양의 시멘트(우리는 레미탈을 사용했다.)를 바가지에 부어주고 잘 저어준다. 그 후 원하는 농도에 맞게 물이나 시멘트 가루를 더 부어가며 맞춰나간다. 여기서 한 번에 많은 양씩 넣게 되면 물을 넣은 후엔 묽어지고 가루를 넣은 후엔 되지는 악순환이 생기니 조심해야 한다.
셀프 인테리어 신혼집 구축아파트 리모델링 문틀 제거
농도가 잘 맞춰진 반죽(?)을 들고 문틀 앞으로 가져간다. 문틀에 반죽을 바로 붓기 전에 해줘야 할 과정이 있다. 정석대로라면 바닥에 일정 두께 이상의 비닐을 깔아줘야 하지만 그저 잘 채워지고 나중에 깨지지만 않으면 되기 때문에 분무기에 물을 담아서 충분히 바탕면을 적셔줬다. 비닐을 까는 이유 중 하나는 시멘트반죽의 물기가 바탕면으로 스며드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그래서 우린 대안으로 바닥에 물을 충분히 적셔줬다. 바닥이 물을 흡수하는 시간이 길어졌을 때 아까 만들어 둔 반죽을 바탕면에 올려줬다. 농도는 부었을 때 줄줄 흐르는 정도가 아닌 진흙을 나무막대로 퍼 올릴 때 쌓이는 정도의 농도면 충분하다. 이보다 더 되면 면을 잡기 어렵거나 수분이 부족하여 갈라지고 이보다 더 묽으면 물이 너무 많아서 양생 후에 물이 날아가면 면이 맞지 않고 울퉁불퉁하게 된다. 하지만 아내는 이 농도를 기가막하게 잘 잡았다.
셀프 인테리어 신혼집 구축아파트 리모델링 하부 문틀 제거 미장
아내는 충분한 양의 시멘트 반죽을 바탕면에 넣어주고는 주변에 두리번두리번 둘러봤다. 그러더니 손으로 뭔가를 하나 덥석 집어 들었다. 그건 다름 아닌 한 뼘이 채 되지 않는 굴러다니는 나무조각이었다. 그 나무조각은 우리가 문 짝을 철거하면서 혹시 모르니 조금은 남겨두자며 내팽개치듯 보관해 둔 폐자재였다. 아내는 그걸로 바닥을 눌러가며 면을 잡을 모양이었다. 작업을 하면서 당연히 평탄화하는 공구를 찾을 줄 알았지만 아내는 공구에 대해 의지하지 않는 초월한 모습을 보였다. 그 모습에 나는 속으로 이런 생각을 했다. '대단해...!'
처음 일을 시작할 때 겁을 냈던 아내의 모습은 사라지고 집중한 아내의 모습에 왜인지 모르게 자꾸 웃음이 났다. 결과물은 너무나도 만족스러웠다. 아내의 말로는 여기가 이렇고 저기가 저렇다고 했지만 내 눈에는 그걸 해낸 아내가 너무 기특하고 두 번 손 가지 않게 깔끔하게 해 둬서 고마운 마음이었다. 그렇게 하나의 문틀을 잘 해낸 아내는 나머지 문 두 곳의 미장도 직접 하게 되어 버렸다. (나보다 잘하는데 굳이 내가 할 필요는 없으니깐...)
셀프 인테리어 신혼집 구축아파트 리모델링 하부 문틀 제거 미장
미장을 하면서 한 가지 문제가 될 만한 일이 생겼다. 그건 다름 아닌 바닥 단차의 문제였다. 이 집은 문틀이 바닥에 반정도가 묻혀있었다. 그 말인즉슨 문틀을 설치한 후에 바닥 난방 작업을 했다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방 따로 거실 따로 작업이 진행됐을 텐데 그러면서 문틀을 기준으로 안팎의 레벨을 보지 않은 것이다. 그로 인해 방과 거실의 바닥차이는 10mm 정도가 차이 났다. 100mm 정도 되는 문틀 폭에서 양쪽이 10mm가 차이 난다는 건 각도로 따지면 5도가 넘어가는 정도로 큰 단차다. 5도를 표현하자면 발사이즈 약 240mm 정도 될 때 2cm 정도 되는 힐을 신은 정도다. 하지만 이 단차를 맞추고자 안방 전체에 시멘트를 부을 수도 없으며 거실의 바닥을 10mm만큼 갈아낼 수는 없었다. 결국 우리는 원 상태 그대로 미장을 했는데 하면서도 나중에 꼭 발로 디뎌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장난 삼아 아내에게 이렇게 말했다. "어이구 방에 들어갈 때 내리막이라 편하게 들어가겠어!" 아내랑 그렇게 오버를 하며 웃으면서 장난을 쳤는데 문득 내 머릿속에 한 가지가 스쳐 지나갔다. 그건 다름 아닌 나중에 시공될 문이었다.
우리는 문을 하부틀이 없는 3면 문틀로 시공을 할 예정인데 그러면 문이 바닥에 닿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방 쪽으로 내리막이 형성되어 있다 보니 밖에서는 1mm가 떠 보인다면 안에서는 10mm가 뜬다는 사실이었다. 그럼 높은 바닥을 기준으로 최대한 아래로 내려도 안쪽에서는 10mm가 떠있다는 건데 잘못하면 문을 닫았을 때 장판에 걸릴 수도 있다는 생각에 어떡하나 한숨이 절로 나왔다. 방 안쪽을 생각해서 여유롭게 띄우자 하니 너무 뜰 것 같아 걱정이고 딱 맞게 해 보자 하니 걸릴까 봐 걱정이었다. 만약 걸린다면 매번 문을 닫을 때마다 느껴질 그 걸리는 느낌은 정말 아찔하고 끔찍하기 그지없을 상상이었다. 부디 무사히 잘 지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