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함께한 인생 첫 타일작업.
손 떨리는 마감 작업이 시작됐다. 가장 먼저 마감을 알린 곳은 주방이었다. 다름 아닌 주방에 붙을 타일. 주방 타일을 가장 먼저 한 이유는 싱크대 마감을 위해서였다. 싱크대는 PB보드라고 불리는 파티클보드를 사용하는데 이 보드는 테두리 마감을 전용 기계로 해야 해서 우리가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업체에 맡기게 됐다. 처음 계획에는 싱크대도 직업 하려고 했었다. 원목판재를 사서 재단해서 조립하면 싱크대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시간과 자금이었다. 원목을 사서 하면 내가 직접 할 수 있기에 인건비가 들지 않았다. 하지만 원목판재는 자재비만 해도 맡기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만큼 비쌌다. 거기다 심지어 내가 시간까지 투자해야 하니 이건 우리가 생각한 자금을 아끼는 공정이 아니었다. 우리가 자금에 대해서 여유가 있었다면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높은 퀄리티의 싱크대를 위해 원목을 사서 직접 했겠지만 지금 우리가 셀프 인테리어를 하는 첫 번째 이유는 비용을 절약하기 위함이다. 그래서 과감하게 비용이 적게 들 수 있는 외주를 택했다. 돌려 돌려 말했지만 그 외주업체의 일정이 얼마 남지 않아 주방의 타일을 가장 먼저 붙이게 됐다.
타일 작업을 시작하기 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생각했다. 타일은 붙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직과 수평이 맞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우린 수평을 책임 질 목재를 벽에 붙였다. 목재를 수평에 맡게 붙이면 타일을 그 위에 얹어둘 요량이었다. 전문가들이야 그저 수평대 하나만 들고 턱 턱 붙여나가겠지만 함부로 따라 했다가는 엉망진창이 될 것 같이 조금 번거롭고 늦더라도 퀄리티를 얻을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을 택했다.
목재를 부착한 후 타일을 붙일 바탕면의 면을 확인했다. 철거를 진행하면서 작업이 덜 된 곳은 없는지 요철이 있는 곳은 없는지 타일을 붙이고 난 후 손댈 수 없는 곳은 없는지 등등. 그러다 창틀에 부풀어 있는 우레탄 폼을 발견했다. 보아하니 제대로 시공되지 않아 중간중간 구멍이 뻥 뚫어져 냉기가 들어오는 곳도 있었다. 정말 이게 최선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별똥별이 떨어지듯 스쳐 지나갔다.
주방에 설치된 창에 대해서는 참 아쉬움이 크다. 내가 놓친 부분이라 어디 말을 할 수도 없어 답답한 마음이 있다. 그건 다름 아닌 창의 크기다. 그렇지 않아도 싱크대와 상부장 사이에 있었어서 작은 창이라 신경을 더 많이 썼어야 했다. 창호업체에서 실측을 왔을 때 다른 창들은 함께 다니며 다 확인을 했는데 주방은 통화를 하던 중이었는지 다른 일을 하고 있다가 함께 확인하지 못했었다. 그 당시에는 작은 창이니까 어련히 잘 실측하셨겠지 하고 넘어갔는데 그게 큰 실수였다. 작은 창이라서 더 신경을 썼어야 했다. 창호업체가 실측을 왔던 시기는 주방 철거가 진행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다 보니 주방창틀 주변에는 목재 마감재가 붙어 있는 상태였다. 그 목재는 약 40mm 정도 되는 두께를 갖고 있었다. 실측을 하러 오신 사장님은 아무 생각 없이 그 목재와 목재 사이를 측정하셨고 창이 잘 들어갈 수 있게 상하좌우 여유를 주어 본래 가로세로 길이보다 더 작게 창을 제작한 것이다. 그래서 목재 마감재를 철거한 후 창호를 설치할 때는 뚫어져 있는 개구부의 크기와 비교해서 터무니없이 작은 창이 설치됐다. 창 주변을 자세히 보면 아래는 엄청난 높이의 검은색 쐐기가 쌓여있고 좌우측 상단으로는 우레탄폼이 두껍디 두껍게 시공되어 있다. 창틀의 수평을 맞출 때 사용하는 쐐기는 종류가 다양하게 있다. 1mm를 맞추는 쐐기, 2mm를 맞추는 쐐기, 3mm를 맞추는 쐐기 등. 맞춰야 하는 높이가 7mm라면 3mm 쐐기 두 장과 1mm 쐐기 하나를 사용하거나 3mm 쐐기 한 장과 2mm 쐐기 두 장을 사용하는 등 1mm 차이를 맞춰가는 그런 민감한 작업에 사용되는 쐐기다. 하지만 주방창 하부에 놓아져 있는 쐐기는 5mm가 아닌 50mm를 맞추고 있었다. 3mm 쐐기를 사용했어도 열여섯 장, 5mm 쐐기를 사용했어도 열 장이나 들어간 상태여서 나는 몹시 충격을 감추기 힘든 상태였었다. 창을 설치할 때도 이걸 보긴 했지만 그렇다고 창을 다시 가져가라고 말을 할 수는 없었다. 이유는 내가 그런 말을 잘하지도 못할뿐더러 창의 사이즈가 작아졌다고 창의 본래 구실을 못하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단지 거슬리고 불편한 마음은 날아가버린 테두리의 저 비어있는 공간들이었다. 만약 제대로 실측을 해서 시공했다면 폼으로 채워진 테두리는 창틀이 자리를 채워줬을 것이다. 그리고 창문은 현재의 창 전체 크기만큼 커져서 조금 더 개방감이 생겼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너무나 많이 남았다. 하지만 이미 설치는 됐고 이제 와서 바꿔달라 말을 할 수도 없다. 아쉽지만 '시행착오라 생각하고 좋은 경험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는 생각을 꾸역꾸역 해가면서 비어있는 공간에 우레탄 폼을 푸슉 푸슉 쑤셔 넣었다.
우리가 주문한 타일은 박스에 여섯 장이 들어있는 도기질 타일이다. 주방에 타일이 붙을 면적을 계산해서 세 박스를 주문했다. 디자인은 흰색 바탕에 균일한 파도무늬가 오목하게 안으로 파여있는(혹은 밖으로 튀어나와 있는) 무늬다. 타일을 보러 갔을 때 아내는 원하는 디자인이 있었지만 찾지 못했고 이곳저곳 많은 곳을 돌아다니다 결국 차선책으로 이 타일을 선택했다. 내가 볼 때는 말했던 디자인이랑 비슷한 것들이 많았던 것 같은데 아내에게는 뭔가 확 끌리는 그런 디자인이 없었나 보다.
내가 어떻게 붙일지 고민하고 있는 사이에 아내가 끙끙거리며 뒤에서 나타났다. 타일을 내가 시공하기 편한 곳으로 옮겨주고 있었다. 나는 얼른 달려가서 같이 옮겼고 무거운데 왜 혼자 옮기고 있냐고 물었더니 '뭐라도 도움이 좀 돼야 할 것 같은데 할 수 있는 일이 이것밖에 없었다'며 우물쭈물 말을 꺼냈다. 도움을 주고 싶어 하는 아내의 모습에 여러 가지 감정이 들며 힘이 생기는 순간이었다. 지금은 정말 딱히 도와줄 게 없는 상황이었기에 조금만 기다리라며 '일을 잔뜩 만들어서 주겠노라'라고 말하며 눈에 불을 지폈고 아내는 열정 가득한 눈빛을 보며 이렇게 말했다. "굳이 '잔뜩'까지 주진 않아도 돼..."
타일을 집어 들고 가장 먼저 한 일은 창 밑 사이즈를 줄자로 측정 후 자르는 일이었다. 측정한 사이즈에 맞게 자른 타일을 창 밑의 나무에 올려두고 이리저리 옮겨보는 과정을 가졌다. 이는 목재를 수평에 맞게 붙였고 창 틀고 수평이 맞게 시공되었을 테니 수평의 상태를 확인해 보기 위함이었다. 다 같은 사이즈일 텐데 하나씩 재고 자르고 하다 보면 시간도 오래 걸릴뿐더러 번거로울 수 있기 때문에 크기가 오차범위 안에 들어온다면 같은 크기로 한 번에 자를 속셈이었다.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오차는 어느 정도 났다. 창도 수평이도 목재도 수평인데 대체 왜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창틀의 수평도 확인해볼걸!) 오차가 나는 상황을 아내에게 보고 후 '하부는 싱크대에 가려질 거라 조금은 맞지 않아도 넘어갈 수 있어.'라고 말했지만 마음속으로는 혹여나 내가 싱크대의 높이를 잘못 알고 있으면 어떡하나 조마조마한 마음에 소심한 심장이 콩닥콩닥 말썽을 피우는 순간이었다.
좋아! 붙이자!
타일을 붙일 때는 폴리머계 타일 접착제를 사용했다. 많은 전문가들도 그냥 타일본드라고 불리는 '세라픽스'를 많이 사용하는데 세라픽스를 물이 닿는 곳에는 사용하는 건 옳지 못하다. 물론 주방 벽에 물을 잔뜩 뿌려가며 설거지를 하진 않지만 그래도 주방은 물을 사용하는 공간이다. 수세미에 물을 묻혀 벽을 닦을 수도 있고 청소를 위해 정말 물을 뿌릴 수도 있다. 이건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어쨌거나 물을 사용하는 곳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세라픽스를 물이 닿는 곳에 사용을 제한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세라픽스는 물에 녹기 때문이다. 그래서 습기가 많이 차거나 물의 접촉이 있는 곳에는 사용을 제한하며 탈락의 원인이 된다고 제품설명에 나와있다. 하지만 세라픽스는 물과 비율을 맞춰 교반 하지 않아도 되기에 사용이 편리하다. 그래서 어차피 타일을 붙이면 가려지기에 하자가 나면 그때 처리해 주고 안 나면 넘어가는 등의 일을 빨리하기 위해서 많이 사용하는 경향이 있어 보였다. 우리가 셀프로 인테리어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인테리어 현장에 이런 비양심적인 일들이 너무나 비일비재한 것 같아서'도 있다.(꽤나 비중이 크다.) 우리가 사용한 타일 접착제의 후기를 말하자면 교반 하는 게 물 양 조절도 잘해야 하고 교반기라는 공구도 필요하며 섞으면서 힘도 어느 정도 들기 때문에 편리성이 많이 떨어졌다. 쓰기 싫은 이유도 충분히 느꼈다. 하지만 난 조금만 느꼈고 아내는 많이 느낀 듯했다. 아까 아내에게 한 약속에 따라 일을 잔뜩 주기 위해 교반을 아내에게 부탁했기 때문이다. ㅎㅎ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번거롭다는 이유만으로 사용을 제한하는 것을 사용하는 것도 문제고 사용해야 하는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사용해야 하는 자재가 정해져 있다면 번거롭더라도 사용하는 게 옳다.
아내와 나의 역할분담은 분명했다. 바탕면에 접착제 도포와 타일 재단 및 부착은 내가 하고 아내는 타일에 접착제 도포를 맡았다. 이것저것 찾아보고 공부하다 보니 이 과정에서도 의견이 참 많이 갈렸다. 타일을 붙일 바탕면에만 접착제를 바르면 된다와 타일에도 발라줘야 한다 등의 의견이 있었다. 그리고 찾아보니 어떻게 하면 타일을 붙였을 때 탈락이 되지 않는가에 대해서도 타일에 물을 묻혀주면 탈락이 안된다느니 시멘트나 모래의 비중이 너무 많아서(혹은 적어서) 그렇다느니 의견이 참 다양했다. 나는 그 의견들을 종합해서 결론을 내렸다. 양쪽 다 바르는 것이 맞았다. 원리와 이유는 풀을 모래 위에 바르는 것과 같다. 자세한 이야기는 너무 주절주절이니 생략하도록 하고 어찌 됐든 그래서 아내와 내가 둘 다 접착제 도포를 진행했다.
타일은 생각보다 붙이기에 난도가 높았다. 처음 자신감으로는 접착제를 바른 후 턱 하면 그냥 붙는 느낌인 줄 알았는데 교반 해둔 접착제를 바탕면에 흘리지 않게 퍼 올리는 것부터 해서 균일하게 펴 바르는 일, 타일을 붙여 수직수평을 교정하는 일 등 모든 게 낯설고 어색했다. 또한 상당히 민감한 작업이었다. 어느 한쪽에 힘이 더 들어가면 그쪽이 푹 들어가 버리니 힘의 미세한 조절이 필요한 공정이었다. 물론 우린 타일과 타일을 평탄하게 잡아주는 '평탄클립'을 사용했지만 이 평탄클립 또한 어느 정도 최소한의 단차는 맞아야 효과가 생겼다. 너무 터무니없이 단차가 난다면 벽에 바짝 붙어있는 타일이 더 바깥쪽에 있는 타일을 따라 나와 탈락되기도 했었다. 바깥쪽에 있는 타일이 바짝 붙은 타일을 향해 안쪽으로 붙으면 좋으련만 타일작업이 항상 내 마음과 같이 되진 않았다. 그렇게 세 시간 가까이했을까? 모든 타일을 다 붙였고 계속 앉아서 타일에 접착제를 도포하던 아내는 다리가 저렸는지 괴상한 소리를 내면서 일어났다. 공룡인 줄...ㅎ
이제 양생을 해야 한다. 접착제가 잘 굳을 수 있도록 만 24시간을 보낸 후 줄눈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 양생시간 또한 많은 곳에서 지켜지지 않는 것 같았다. 이유로는 당일에 작업을 와서 끝내버리고 싶은 작업자의 마음과 공사를 하루빨리 끝내줬으면 하는 소비자의 마음이 합쳐진 결과이지 않나 싶다. 누군가의 잘못이라고 할 순 없다. 대한민국의 '제대로'보다 '빨리빨리'가 만들어 낸 모습이라 생각한다. 많은 현장에서 제대로 양생을 시키지 않고 줄눈으로 덮어버린다. 줄눈은 어느 정도 물에 강한 성질이 있어 줄눈을 시공하고 나면 공기와의 접촉이 어느 정도 차단되기 때문에 접착제의 양생이 진행되지 못한다(혹은 많이 더디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타일이 탈락되는 사고가 발생하게 된다. 어쨌거나 저쩠거나 우린 그러지 않을 거니 얼른 퇴근이나 하고 집 가서 맛있는 밥이나 먹어야겠다.
퇴근할 건 하더라도 타일공정에 사용했던 공구들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가야 한다. 공구에 저대로 타일 접착제가 굳어버리면 딱 봐도 고생할게 뻔하기 때문이다. 양생 되기 전에는 물에 녹으니 얼른 세척한 후 말리기 위해 벽에 기대어 뒀다. 그리고 바닥에 떨어진 접착제와 각종 폐기물들을 정리했다. 돌이켜보면 청소를 진행했던 속도는 우리가 배고픈 정도에 비례하는 속도였던 것 같다.
타일을 붙이면서 타일작업이 생각보다 힘들다는 것을 느꼈다. 또한 처음에 들었던 한 장 한 장은 가벼웠는데 그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 타일 한 장의 무게도 무시하기 힘들다는 것도 알았다. 뭐든 그렇겠지만 쉽게 턱 턱 해내는 것은 정말 고수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고 왜 현장일에서 흔히 말하는 '가라(가짜) 시공'이 만연하는지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정말 전문가라면 무작정 빨리하는 게 일을 잘하는 것이 아닌 제대로 된 시공법으로 안전하게 빨리하는 게 정말 전문가이자 고수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어쨌거나 저쩠거나 다치지 않고 하루를 끝낼 수 있어서 다행스러웠고 수고스러웠던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