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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뭐라고 감격적이고 난리.

드디어 욕실 벽에 타일을 붙였다.

by 짜미

이 글을 적는 지금도 마음이 반반이다.

콩닥거리는 긴장되는 마음 반, 너무 뿌듯한 마음 반.


욕실에 타일을 붙였다. 아내와 내가 해낼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이 끊임없이 들었고 다 붙인 지금도 걱정이 가시질 않고 있는 상황이지만 어찌저찌 결국 하고야 말았다. 아직까지 걱정이 가시지 않고 콩닥거리는 긴장되는 마음이 사라지지 않은 건 아마 그만큼 속앓이를 했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고작 타일 이게 뭐라고 한번 붙이면 다시는 수정할 수 없다는 압박이 나를 수도 없이 조여왔었다. 그래서 잠들기 전에도 머릿속에 그려보고 욕실을 바라보면서 혼자 시뮬레이션을 해보기도 하고 여기저기 방문하고 오다닐때마다 타일을 어떻게 붙여뒀는지 살펴보며 약 한 주를 타일만 보고 살았던 것 같다. 그렇게 열심히 보고 다니다 보니 타일이 생각보다 떨어지거나 금이 가거나 줄이 맞지 않거나 하는 등 제대로 시공되지 않은 곳이 많다는 것도 알았다.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라 했던가,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는 위로를 받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돌아서서 드는 생각은 달랐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타일은 내가 약 1분도 제대로 보지 않고 지나가지만 우리 집 욕실의 타일은 내가 아침저녁으로 이 집을 나가는 그날까지 마주하게 될 것이기에 완벽에 가까워야 한다는 말을 되뇌고 또 되뇌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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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일은 최하단부를 바닥 경사에 따라 자른 후 첫 번째 장으로 수평을 맞췄다. 그래야 최상단의 상단면이 깔끔하게 나올 테고 그래야 천장재를 올렸을 경우 뜨는 부분이 생기거나 하지 않을 것이라 판단했다. 어떻게 시공을 할까 고민을 하고 공부하고 찾아보는 동안에 타일을 붙이는 순서에 대해서 아래를 자르는 게 맞니 위를 자르는 게 맞니 의견이 분분했지만 그건 아무 상관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하기 쉬운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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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과정들이 하나같이 힘든 일뿐이었지만 그중에서 몇 가지 어렵거나 힘들었거나 번거로웠던 일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그중 첫 번째는 타일의 무게였다. 처음 타일을 보러 갔을 때의 우리 생각은 기본적이되 조금 포인트가 될만한 타일을 보러 갔었다. 그런 대부분의 타일은 벽타일 300x600이고 바닥 타일 300x300이었다. 하지만 여러 곳을 다니며 이런 말 저런 말에 현혹되다 보니 어느새 우리의 마음이 처음 계획과 다른 곳으로 흐르고 있었나 보다. 아내와 내가 한참 돌아다니고 구경하고 고민하고 나서 "이거 괜찮네!"라고 찍었던 타일은 바로 요즘 유행한다던 600x600 타일이었다. 타일을 고르면서 도기질이 어떻고 자기질이 어떻고 했었는데 그중에서 우린 가장 흡수율이 낮고 밀도가 높은 포세린 타일을 선택했다.


내가 600x600 포세린 타일에 대해서 좀 꺼려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그건 시공방법에 대한 문제였다. 도기질이나 자기질 타일은 가볍기 때문에 일반 타일시멘트로도 충분히 붙을 수 있고 흡수율이 높기 때문에 접착성이 좋다. 하지만 포세린 타일은 무거운 데다 흡수율이 낮기 때문에 타일에 접착제를 발라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해 하자가 난다는 말이 있었다. 내가 해보지 않았으니 데이터도 없거니와 주변에서 그런 말들을 하니 괜히 욕심내서 했다가 샤워하는 중에 떨어지는 등 위험한 상황이 생길까 봐 걱정이 됐었다. 그러한 이유로 포세린 타일을 붙일 때는 에폭시를 같이 사용하는데 에폭시란 접착성이 매우 강한 본드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넓게 바를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찾아보니 포세린 타일 뒤에 에폭시를 네 방만 찍어도 된다니 적어도 열 방은 넘게 찍어야 한다니 하는 그런 말들이 많았다. 딱 봐도 아무런 근거가 없으면서 '내가 해보니까'성 정보들이었다. 더군다나 타일 에폭시라고 제품이 나오긴 하지만 규정된 타일 시공방법에 에폭시를 발라서 시공한다는 말은 어디에도 나와있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타일 공법에 준하는 방법과 제품을 골라서 어떻게 하면 하자 없이 붙일 수 있을지 공부하고 또 공부했다. 그리고 당당하게 에폭시를 구매해야 한다는 직원분의 말씀을 단호하게 거절하고 다른 접착시멘트를 구입했다. 그렇다고 그 접착시멘트가 그리 대단한 제품은 아니었다. 물론 정말 비싸고 효과 좋아 보이는 제품들이 있었지만 나는 가격의 적정선을 찾아야 했다. 그래서 고른 제품은 '드라이 픽스'라는 제품이었다.


드라이픽스는 물을 사용하는 곳에(직접적으로 '닿는 곳'은 더 알아보길 바란다.) 사용해도 괜찮은 제품이었다. 그리고 일반 압착시멘트와 다르게 점성(?) 같은 게 있어 양생 된 후에 충격이나 흔들림에도 더 잘 버틴다는 장점이 있었다. 제품의 자랑을 늘어뒀지만 이 제품보다 성능이 훨씬 더 좋은 제품들도 널리고 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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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일접착시멘트를 사용할 때는 빈 통에 물과 시멘트를 교반 해서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교반 할 방법이 없던 우리는 이 교반을 위해서 교반기까지 구매했다. 처음에는 손으로 막대를 넣어 저을까 했는데 반죽도 그렇듯 제대로 되지 않으면 다시 분리가 일어날 수 있기에 구매를 결심했다. 결과는 만족만족 대만족. 다만 교반을 하는데 해결하기 어려운 걸림돌이 하나 있었다. 다름 아닌 물과 시멘트의 비율. 물을 더 넣으면 너무 묽어지고 그래서 시멘트를 더 넣으면 되지는 그런 늪처럼 빠져드는 상황에서 우린 허우적대고 있었다. 계량컵이 있으면 정말 편했겠다 하는 생각이 참 많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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