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브런치북 하나에 30개까지밖에 올리지 못한다는 사실을 오늘에서야 알았다. 부랴부랴 새로 연재를 시작했고 다시 열심히 글을 써서 올릴 계획이다. 부디 필요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글이 되기를 바란다.
중문을 설치했다. 중문 설치 전에 우린 천장 부직포를 시공했다. 또 천장 부직포를 시공하기 전에 천장 몰딩과 문 몰딩을 시공했다. 이 모든 것은 도배를 하기 위해 선작업이 되어있어야 하는 일들이다. 또한 장판을 위한 작업이기도 하다. 장판을 위해서는 중문이 설치되어 있어야 하고, 하부틀이 없는 문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기존 문틀을 철거한 후 파여있는 바닥 미장도 해줘야 한다. 말 그대로 장판이 시공되는 바닥에서 해야 할 공사는 전부 되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제 남은 건 벽 도배를 위한 벽 부직포 시공만이 남았다. 그러나 이 공정은 지금 진행할 수 없다. 이유는 욕실공사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배는 거실이나 방에 하는 거고 욕실공사는 욕실 내부에서 따로 하는 건데 이게 왜 간섭이 생길까 의문이 생길 수 있다. 답은 간단하다. 간섭이 생긴다 보다는 욕실 공사를 하면 먼지가 많이 생기고 타일 등의 자재 재단 등을 도배공정이 진행되기 전에 해야 실내 벽에 붙은 먼지를 제거하고 도배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간섭이라기보다는 나름의 순서라 생각한다. 뭔가 도배나 장판을 하고 난 뒤엔 먼지가 나는 작업이 없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나름의 공정관리(?) 정도.
말이 길었다. 뭔가 내 생각을 설득시키고 싶은 마음에 변명같이 주저리주저리 써 버렸다. 어쨌든 그렇게 난 욕실 공사를 시작했다. 철거는 가장 먼저 했었고 그 후에 배관과 방수공사를 했었고 충분히 양생을 시킨 후였다. 타일을 붙이기 위해 바닥작업을 해야 했다. 기존 배수구의 높이를 기준으로 물이 흘러들어올 수 있게 기울기를 만들어 줘야 한다.
기울기를 만들 생각은 나중에 하고 일단 레미탈을 열심히 옮기고 뜯고 부었다. 정말 레미탈 먼지는 쳐다만 봐도 숨이 턱턱 막히고 목이 간질거리는 기분이 드는데 아마 마스크가 없었다면 하지 못했을 작업이었다.
셀프 인테리어 신혼집 리모델링 욕실 바닥 공사
미장을 위해서 레미탈을 부어주고 넓게 펼쳐줬다. 한 번에 다 부으면 아래쪽은 물이 닿지 않거나 양생이 되지 않을 것 같아서 반정도 두께를 맞춘 후 물을 흥건하게 골고루 뿌려줬다. 모래가 섞여 있어서 그런지 물을 뿌리고 나니 먼지가 전혀 올라오지 않았다. '진작 물 뿌리면서 할걸...'
바닥미장에 대해서 가볍게 생각했는데 간섭이 생기는 부분들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큰 간섭으로는 첫 번째가 배수구였다. 기존에 있던 욕조를 철거하고 메인 배수구를 욕조 배수구로 사용하기로 했는데 욕조 배수구의 높이가 꽤나 올라와 있어서 최하 기준점이 높아져버렸다. 그래서 레미탈이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들어갔다.
두 번째는 높아진 기준점으로 인해서 변기의 배관도 함께 높아져야 했다. 물론 이번 레미탈작업에 배관을 올린 게 아니라 전에 배관작업을 하면서 미리 올려뒀었지만 10cm 정도의 양을 사용하기 위해서 3m나 되는 배관 하나를 구매했다. 그 덕에 남은 970cm는 남아서 거실에 우두커니 서 있는 중이다.
세 번째는 문틀과의 간섭이다. 문틀에 직접적으로 간섭을 받는 건 아니지만 바닥이 높아질수록 타일 마감의 높이도 같이 높아지기 때문에 나중에 슬리퍼가 문을 여닫을 때 걸릴 수 있다. 그래서 문 틀보다 슬리퍼 두께만큼 낮게 설정해야 하는데 최소점은 낮아지고 배관은 묻히지 못하고 기울기는 최대한 줘야 하니 바닥마감선이 자꾸만 점점 올라와 걱정이 들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기울기를 가늠해 가며 작업을 진행했다. 오차범위를 줄여야 하다 보니 내 손길 하나하나에 신경이 쓰이고 '혹시'의 불안감이 나를 엄습해 왔다.
셀프 인테리어 신혼집 리모델링 욕실 바닥 공사
바닥을 평탄하게 잘 맞춘 후 양생을 위해 물을 듬뿍듬뿍 부었다. 뭔가 마감되지 않은 곳에 물을 뿌린다는 게 아랫집에 물이 샐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마음이 찜찜했다. 하지만 방수를 해놓은 상태라 새진 않겠지만(새면 안 되지만)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순 없었다. 그렇지만 그런 생각을 갖고도 내 손은 여전히 물을 뿌리고 있었고 물이 떨어지면 얼른 퍼오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다행스럽게 물을 뿌린 후 물이 샌다는 연락을 받진 않았다. 정말 정말 너무 다행이다.
바닥에 물을 뿌려주는 과정을 통해 레미탈의 양생을 촉진하지만 물을 뿌리면서 유심히 지켜봐야 할 과정이 있다. 그건 바로 기울기의 상태다. 욕실에서 샤워를 하면 물은 모두 배수구로 빠져들어가야 한다. 기울기가 반대로 된다면 어느 한쪽에 물이 고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잔디밭에 물을 뿌리면 빨려 들어갈 물은 빨려 들어가고 일정 양에 달하면 나머지 물은 차오르게 된다. 레미탈도 동일하다. 물이 차오르면 그 물이 이동하는 방향을 잘 살펴야 한다. 이 바닥에 타일을 붙일 텐데 이미 한 곳에 고이기 시작한다면 그 부분이 가장 낮은 부분이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런 곳이 있다면 여유분의 레미탈을 부어 공간을 채워주고 기울기를 확보해줘야 한다. 어떻게 보면 양생도 중요하지만 양생만큼 중요한 작업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해줘야 할 일은 '누르기'작업이다. 레미탈이 고루 물을 머금지 못하고 떠오를 수 있기 때문에 발로 꾹꾹 밟아가며 누름작업을 해줘야 한다. 별다른 장비가 없기 때문에 나는 발로 열심히 밟고 뛰면서 압을 가해줬다. 물론 내 무게로 얼마나 눌렸겠나 싶긴 하지만...(하지 않은 것보단 낫지 않았을까.)
셀프 인테리어 신혼집 리모델링 욕실 바닥 공사
내가 욕실에서 혼자 복잡한 머릿속을 여행하는 동안 아내는 페인트 칠 준비를 했다. 페인트 칠 준비는 별다른 게 없었다. 그저 페인트가 묻으면 안 되는 곳의 보양을 하는 것. 그 보양은 '보양 테이프'로 불리는 자재를 붙여주는 과정이다. 주방 창 상부에는 상부장이 들어가지 않고 도장마감이기 때문에 주방 타일을 보양해줘야 했다. 그리고 나머지 다른 공간들은 보일러실, 세탁실, 베란다 등이다.
셀프 인테리어 신혼집 리모델링 도장 보양 작업
보양테이프는 15cm 되는 짧은 길이부터 2m, 3m까지 긴 길이도 판매를 한다. 공간을 잘 생각해서 필요한 만큼 구입해서 사용하면 된다. 우리도 나름 계산해서 구입을 했지만 크게 의미가 있진 않았다. 왜냐면 짧은 길이던 긴 길이던 다 사용하지 못한 채 남았기 때문이다. 짧은 길이는 잘라서 사용하기엔 너무 짧으니 얼른 써버리고 긴 길이를 아껴가며 사용했다. 혹시나 부족하면 길이에 맞게 잘라 사용하면 됐기 때문이다.
아내는 열심히 사다리를 오르내리며 한 땀 한 땀 정성스레 보양을 진행했다. 그리고 이 글을 쓰면서 사진을 봤는데 생각보다 벽이 더 노란빛이어서 놀랬다. 그다지 관심 갖지 않았는데 창호가 시공되고 백색 실리콘이 눈에 들어오면서 벽이 더 노랗게 보이는 현상이 생겼다. 얼른 칠해버리고 새하얀 벽이 됐으면 좋겠다.
셀프 인테리어 신혼집 리모델링 도장 보양 작업
아내도 나도 출근해서 오전 중에 일을 다 끝냈다. 나는 욕실 바닥을 했으니 양생을 기다리기 위해서 욕실에서의 다른 작업은 진행하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퇴근'. 아내는 보양을 했으니 도장을 하면 된다. 하지만 페인트를 아직 사지 않았기 때문에 아내도 '퇴근'. 공사장에서는 이렇게 해야 할 일을 본인 편한 대로 끝내고 퇴근하는 과정을 '야리끼리'라고 부른다. 일본에서 넘어온 말이다. 하지만 '야리끼리'로 검색을 하면 마땅히 번역되는 말이 없다. 일본에서는 '야리키루'라는 말에 '어떤 일을 끝내다' 등의 뜻이 붙어있는데 여기서 파생된 말이라는 이야기 있다. 우리도 나는 욕실 바닥, 아내는 보양테이프 작업을 '야리키루'해서 일찍 퇴근할 수 있게 됐다. 퇴근을 한다고 그저 놀진 않는다. 다음 공정을 위해서 필요한 것들을 이런 타이밍에 구입해야 한다. 도장을 위한 페인트도 사고 마감을 위해서 각종 마감제품들 구경을 가야 했다. 여기저기 구경하는 건 참 재미있지만 요즘엔 정말 신뢰할 수 없는 제품들이나 터무니없이 비싼 제품들이 너무나 많다. 그리고 우리가 공사를 준비하면서 홈씨씨에 자주 방문했었는데 너무 터무니없이 비싸거나 제품의 퀄리티가 좋지 못해서 갈 때마다 실망을 하게 됐다. 그래도 좋은 곳인데 부디 손님의 발길을 잡고 오래오래 있었으면 좋겠다.
양생은 하루정도 시켜야 하기 때문에 내일 들어와서 욕실의 다른 작업을 하다 보면 더 양생이 될 터이니 내일을 기약하며 오늘 하루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