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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실 바닥 포세린 타일

0.5mm와의 싸움

by 짜미 Jan 29. 2025

  벽타일을 보면서 흐뭇한 미소를 지은 것도 잠시, 나는 이제 붙여야 할 바닥을 보며 긴장과 두려움의 큰 심호흡을 마시고 내뱉었다.


  벽타일로 네 개면을 붙인 뒤 바닥타일은 한 개의 면이라 금방 할 거라는 생각이 확실했다. 뭐 당연히 벽타일보다는 빠르게 했지만 바닥 타일도 하루 온종일 하고 조금 더 오버타임을 했다. 보통 보면 반나절정도면 끝나던데 역시 나는 '보통의 경우'에 속하기에는 실력이 많이 부족했다. 바닥타일을 하면서 느낀 여러 가지를 적어보려 한다. 혹여나 셀프로 타일을 붙이시려는 분들이 있거든 참고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첫 번째는 타일의 선택이다. 타일의 선택은 곧 바닥의 기울기와 연결됐다. 벽타일이야 수직으로 붙는 만큼 물이 흘러내리지 않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바닥타일은 수평인 상태에서 각도가 조금 줘지다 보니 자칫 잘못하면 물이 고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이지 않더라도 큰 물은 흐르지만 많은 물이 맺혀있는 상태가 될 수 있다.). 만약 내가 600각 바닥타일을 붙이기 전에 이 사실을 알았더라면 경사를 더 많이 주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하지만 여기서 또 다른 변수가 생겨난다. "물이 잘 흐르게 하기 위한 시공을 한다면 바닥 기울기를 많이 주면 되지!"라고 생각하고 경사를 많이 준다면 벽타일과의 간섭을 피할 수 없다. 벽타일은 수평으로 붙어있는 상태인데 바닥타일은 경사가 생겨 타일이 붙는 반경이 조금 짧아진다. 같은 10cm의 자를 들고 수평으로 두었을 때와 대각선으로 놓아둔 때를 경우로 두고 본다면 수평 길이는 대각선으로 놓아둔 자의 길이가 더 짧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타일 줄눈의 두께가 달라진다. 나는 벽타일에 1mm의 간격을 두고 시공을 했다. 그런데 경사를 더 줘버리면 바닥타일은 1.5mm 혹은 그보다 더 큰 2mm, 3mm까지 줄눈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벽타일 줄눈 두께를 3mm로 잡았다면 바닥 줄눈이 5mm까지 벌어질 수 있는 충격적인 사실이다. 일반 사람들은 cm위주의 단위를 쓰기 때문에 mm 단위는 0.xx단위이다. 하지만 타일줄눈에 5mm가 들어간다는 것은 가히 엄청난 너비의 줄눈이라 볼 수 있다. 나는 이 사실을 타일을 다 붙인 후에 골똘히 생각하다가 떠올렸는데 만약 바닥 타일을 시공하기 전에 물 흐름만 생각하고 기울기를 많이 줬다면 얼마나 난감하면서 끔찍한 일이 벌어졌을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상상을 해보자면 바닥을 바라봤는데 줄눈밖에 보이지 않는 그런 상황과 벽타일에서 바닥으로 이어지는 줄눈의 두께가 맞지 않아 따로 노는듯한 그런 느낌. 그리고 바닥 줄눈이 넓어지면 어떤 이유에서인지 물이 더 잘 샐 것 같은 그런 느낌을 절대 배제할 수 없다. 줄눈의 면적이 넓어진 만큼 줄눈 하자로 인한 누수의 우려도 당연히 늘어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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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번째는 유가(배수구)의 선택이다. '유가'도 '젠다이'와 마찬가지로 일본어에서 파생된 단어다. 일본에서는 '유가도렌'이라는 말로 사용하는데 우리나라에 넘어오면서 그냥 짧게 '유가'라는 말을 사용하게 된 것이다. '유가도렌'에서 '유가'는 '바닥'이라는 뜻이고 '도렌'은 'Drain(드레인:배수)'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이하 바닥 배수구라 칭하겠다. 나는 아내와 타일을 고르면서 일반 정사각형 바닥 배수구를 사용하고 싶지 않아서(이쁘지 않고 세련되지 않다는 이유와 특이한 바닥 배수구를 사용해보고 싶다는 도전정신인지 욕심인지 하는 이유 두 가지) 길이가 긴 트렌치 배수구를 선택했다. 트렌치 배수구는 넓기는 한데 결국 물이 빠져나가는 구멍은 하나인 데다가 심지어 물이 빠져나가는 지름 또한 작아서 물이 잘 흘러내려가지 않겠다는 우려가 있다. 그리고 더 큰 문제로 트렌치 배수구에는 중앙에 배수구멍이 있는 제품이 있고 좌측 혹은 우측으로 배수구가 쏠려있는 제품도 있다. 차라리 좌측이나 우측으로 쏠려있는 제품을 사용하면 기울기를 한 방향으로 조금 주면 되지만 중앙에 배수구가 있는 제품은 어느 한쪽으로도 쏠리면 물이 고여버리는 불상사가 생기기 때문에 너무나 민감한 작업이었다. 나도 인간인데 어떻게 정확하게 수평을 맞추랴. 물론 정말 미세한 각도는 괜찮겠지만 놓는 중간에 혹은 놓고 나서 양생이 되면서 기울어진다면 그건 정말 상상하기도 싫다. 보기에만 세련된 느낌이 있지 사용에도 불편하고 시공도 불편하고 기능도 좋지 않은 그런 유가인 것 같다. 트렌치 배수구는 검색해 보면 말 그대로 길고 좁은 배수구라는 말인데 이런 트렌치 배수구는 정말 필요에 의한 곳에 사용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역시 정사각형 일반 배수구가 최고인 듯하다. 많이 사용하는 데에는 싼 값도 있겠지만 그만한 이유가 분명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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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번째는 첫 번째의 연장선이겠지만 기울기에 대한 문제다. 단순히 기울기의 문제라기보다는 화장실 문과의 간섭에 대한 문제라고 말하는 게 더 정확하지 않을까 싶다. 기울기가 같이 언급된 이유는 경사가 급할수록 문과 바닥의 높이가 좁아진다는 사실이다. 물론 배수구가 문 바로 앞에 있다면 말이 달라지겠지만 대부분의 배수구는 문의 정 반대편이거나 문보다 많이 떨어져 있는 것이 현실인 상황이다. 문과 바닥의 높이가 좁아진다면 걸리는 문제는 단 하나다. 다름 아닌 슬리퍼와의 간섭. 슬리퍼와의 간섭이 생기면 문을 닫을 때마다 슬리퍼 위쪽이 걸려 문에 끼이거나 매번 옆으로 옮겨줘야 하는 수고로움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래서 나는 마음에 드는 욕실 슬리퍼를 아내에게 미리 알아보라고 말했고 평균적인 높이를 구해서 그보다 약간 높은 7~8cm 정도를 잡았다. 그렇게 하니 경사의 각도가 나왔고 그보다 높이고 싶었지만 신발이 걸리는 걸 매번 본다는 게 참 신경이 쓰일 것 같아서 타협을 하고 문틀과의 간섭에서 나온 각도로  시공했다. 그게 약 2도 정도 되었던 것 같다.


  참 별거 아닌 일 같은 상황과 변수들이 너무 많은데 그 상황과 변수들이 사용에 큰 불편을 주니 작은 거 하나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는 게 나의 시공후기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음에 한번 더 해보면 더 잘할 수 있겠지라고 생각했지만 다음 기회는 과연 언제가 될까. 기존에 나는 주택으로 가고 싶었지만 금액적인 면으로 인하여 구축 아파트에 들어왔는데 다음 내가 직접 시공하게 될 집은 아내와 나 그리고 아기들이 같이 지내게 될 전원주택이지 않을까 싶다. 그때는 반드시 더 잘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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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욕실 바닥타일 시공은 저녁 여섯 시쯤 끝이 난 것 같다. 욕실에만 계속 신경 쓰고 오다니다 보니 밖이 어두워졌다는 사실도 모르는 상태였다. 분명 정신이 있을 때는 밝았는데 정신없이 일하다 보니 어두운 저녁이 되어버렸다. 그동안 기다려준 아내에게 내심 미안한 마음과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내가 혹여나 실수할까 봐 노심초사하고 있을 때 아내는 냉정한 말로 "오빠 이거 해야 하지 않아?"라며 내 정신을 번쩍 들게 해 준 좋은 파트너였다. 그리고 끝으로 퇴근하기 전에 남은 타일을 정리하던 중 아내의 체험시간이 만들어졌다. 내가 타일을 자를 때마다 옆에서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쳐다보던 아내에게 "한 번 해볼래?"라고 했지만 혹여나 실수해서 타일이 부족한 상황이 생길까 봐 쉽게 하겠다고 말을 못 했던 아내가 타일 컷팅체험을 하게 된 것이다. 타일 컷팅기의 사용법을 알려주고 호기롭게 시도를 했지만 세 번 정도 실패를 한 후 첫 번째로 성공적인 컷팅이 나왔다. 아마 포세린 타일이라 힘이 많이 들어가서 그랬겠지만 일반 도기질 타일이나 자기질 타일은 충분히 한 번에 할 수 있을 거라며 위로를 해줬고 그래도 성공적으로 자른 아내는 뿌듯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웃었다.


  아내의 이런 웃음은 나에게 참 힘이 된다. 앞으로도 이렇게 웃는 날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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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타일을 붙일 구간은 보일러실, 세탁실, 베란다, 현관 이렇게 네 곳이 남았다. 마음 같아서는 크게 중요하지 않은 이곳들의 타일을 붙인 후 욕실을 했었으면 싶었지만 먼저 욕실을 끝내야 한다는 생각에 그러지 못했다. 남아있는 네 곳에는 대체 어떤 변수가 날 기다리고 있을까. 이제 호기심보다 두려움의 비중이 조금 더 높아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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