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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러실 베란다 현관 바닥 타일

과정은 늘 훌륭하다.

by 짜미 Feb 04. 2025

  욕실 바닥 타일을 붙인 후 두 번째로 바닥타일을 시공했다.


  고작 한 번 해본 게 뭐라고 나름 준비를 착착 진행했다. 타일도 동선에 불편하지 않을 곳에 두고 타일시멘트의 점도도 나름 잘 맞췄다. 힘들었던 건 단 하나. 


너무 좁았다. 


  보일러실의 타일은 넓은 600각(600x600) 포세린을 사용하지 않았고 300각(300x300) 자기질 타일을 사용했다. 자기질은 도기질보다는 흡수율이 낮고 포세린보다는 흡수율이 높은 제품이다. 그리고 흡수율과 강도는 반비례하기에 강도는 도기질보다 높고 그런 이유로 바닥에 사용하기 적합한 제품이다.

  타일을 붙여보기 전에는 그냥 큰 타일을 턱 턱 붙이는 게 일도 빠르고 손도 많이 안 가서 좋지 않은가 싶었는데 붙여보니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다. 흑, 백처럼 나눌 수 있는 것이 아닌 공간의 넓이에 따라, 용도에 따라 붙여야 할 타일과 사용해야 할 시멘트 등 모든 것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보일러실은 자주 드나들거나 물을 많이 사용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굳이 디자인적으로 이쁘거나 기능이 아주 좋아야 하는 곳이 아니다. 그저 바닥으로써의 역할만 잘해주면 된다.


  보일러실 바닥 타일도 마찬가지로 제품은 드라이픽스를 사용했고 바닥에 칼질을 하고 타일 뒷면에도 얇게 펴 발라 줬다. 타일 뒷면에 얇게 펴 바르는 과정은 'Back buttering'이라고 한다. 이는 바닥에 칼질한 시멘트와의 결합력을 높이고 타일 뒷면의 공극을 채워준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부착된 타일은 충격이나 흔들림에 높은 강도로 견딜 수 있게 한다.

  타일을 붙여보니 '백 버터링'은 필수인 것 같다. 단점은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만약 기술자를 고용하여 일을 시킨다면 비용이 조금 더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일반 가정집에 붙이는 타일 양으로는 아무리 품 수가 많이 들어봐야 두 품 정도 들 텐데 그건 50만 원(아무리 많이 들어봐야) 정도의 금액이다. 이 금액으로 하자 없이 몇십 년 사용 가능하다면 나는 충분히 가치 있는 방식이라 생각이 든다. 물론 이 금액을 들이지 않아도 떨어지지 않는 타일들도 많다. 인간이 하는 일이기에 어떠한 문제라도 생길 수 있지만 최대한 하자가 날 확률을 줄여 나가는 방식이 옳은 방향이라 생각이 든다.

  확실히 해보고 생각한 것과 해보지 않고 생각한 것의 차이는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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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일러실과 베란다, 세탁실은 모두 같은 종류의 300각 자기질 타일을 사용했다. 보일러실에서는 욕실 타일과 비슷한 방식으로 붙였고 하면서도 아무 거리낌이 없었다. 하지만 베란다로 나온 후에 내 생각은 조금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건 다름 아닌 공간의 넓이 때문이었다. 보일러실은 고작 열여덟 장 정도 들어가는 사이즈였지만 베란다는 그 사이즈의 최소 다섯 배는 되는 듯했다. 더군다나 타일은 300각짜리 작은 타일이다. 이렇게까지 고민을 한 이유는 바로 타일 클립 때문이었다. 보일러실의 다섯 배 정도 되는 길이에 타일을 붙이려면 타일은 약 100장 정도 들어갈 텐데 이 모든 타일에 타일 클립을 붙인다면 타일 클립이 부족할뿐더러 너무나 많은 소요가 될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판단을 내렸다. 타일 클립을 사용하지 않기로.


  타일클립은 초보자들에게 타일의 평을 맞춰주는 아주 중요한 부자재다. 초보자들이 타일 클립을 사용하지 않으면 타일의 접착깊이를 알지 못해 한 타일이 다른 타일을 만났을 때 움푹 파이게 되거나 한 모서리만 우뚝 솟아오르게 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물이 고이거나 발이 걸리는 등의 사고가 발생하게 된다. 하지만 이 많은 타일에 타일 클립을 붙이는 건 너무 과하다는 생각을 했고 이 또한 내 실력이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중간중간 너무 티 나는 곳만 타일 클립을 사용하는 방향으로 계획을 세우고 베란다 타일을 붙여나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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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일은 큰 무리 없이 붙어나갔고 지금 붙어있는 이 모습이 물매가 맞는지 아닌지 나는 모른다. 그저 손의 감각으로만 붙여나갈 뿐이었다. 결과는 나중에 물청소를 할 때 알게 되겠지. 지금 나는 꼼꼼함도 중요하지만 오늘 안에 세탁실과 현관도 붙여야 하기 때문에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할 수 있는 건 빠르게 쳐내야 했다.


  베란다에 이어 세탁실까지 타일을 붙인 후 나는 쉴 틈도 없이 현관으로 향했다. 현관은 현관문을 들어오면 바로 보이는 부분이고 밟고 지나다니면서 무게가 많이 실리는 곳이기 때문에 600각 포세린 타일을 시공했다. 오히려 욕실보다 600각 타일이 어울리는 장소는 현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유는 좁은 공간이어도 물매를 줄 필요가 없으며 사람의 무게나 짐의 무게를 버텨야 하기 때문에 강도가 높은 포세린이 어울릴 거라는 판단이었다. 그리고 요즘 흔히 하는 화이트 인테리어와는 다르게 나는 인테리어에 포인트를 많이 줬으면 하는 입장이었어서 내 의견이 묻어난 선택이 신발장 현관의 타일이었다. 이 타일은 포인트를 줬으면 하는 나의 의견을 아내가 수렴해 주어 독특한 무늬가 있는 타일을 선택했다. 이는 타일집에서 '테라조 타일'이라 불렀다. 단순히 흰색이면 오염이나 먼지가 너무 잘 보여 신경이 많이 쓰일 텐데 이 타일은 백색이지만 무늬가 있어 그걸 조금 완화시켜 주는 효과를 줬다. 그리고 타일에서 무광과 유광으로 나뉘는데 여기서 우리의 판단미스가 발생했다.

  무광타일을 매트한 느낌이 있어 좋겠다는 생각으로 골랐지만 매트함이 느껴진다는 건 거칠 수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 말인즉슨 신발 밑창의 고무나 우산 등으로 오염이 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에 비해 유광은 반질반질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오염이 적고 혹시나 오염이 생기더라도 코팅이 되어있어 쉽게 지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만약 다음에 현관 타일을 선택한다면 유광타일로 선택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다. 처음 이 집에 왔을 때 현관의 타일은 200각 정도 되는 타일이었는데 제대로 붙이지 않아 다 깨지거나 떠 있는 상태였어서 강도만 생각하고 무광인지 유광인지의 유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던 것 같다.

  돌아봐서 생각해 보자면 깨져있던 그 타일들은 유광타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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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여러 가지 타일을 여러 장소에 붙여보니 정말 같은 집 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상황에 따른 변수들이 많았다. 모든 곳에 같은 것을 했다면 이런 변수가 많이 줄었겠지만 애초에 내가 생각하던 과정들은 조금씩 다른 실험들을 하면서 많은 변수들과 부딪히고 그 과정을 이겨내는 모습을 그려왔기 때문에 너무나 값지고 좋은 경험이었다. 그 덕에 많은 노고가 들어가는 건 어쩔 수 없이 감내해야 했다.

  이제 타일을 모두 붙였기 때문에 더 이상 타일은 남지 않았다. 물량파악을 제대로 해서인지 혹시나 나중에 무겁고 날카로운 걸 떨어트려 타일이 깨졌을 경우 보수할 경우를 대비한 한 장에서 두 장 정도만 남았다.


  다음 공정은 붙였던 타일들이 양생 되고 나면 줄눈을 넣어야 한다. 줄눈을 넣게 되면 타일이 어떻게 붙었는지 느껴진다는데 걱정반 기대반이라기보다는 걱정이 한가득이다.

  내가 과연 잘 붙였을까... 잠 못 드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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