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25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단순하지만 확실한 변화

이렇게 마음이 편했던 게 언제였던가.

by 짜미 Feb 18. 2025

  이제 더 이상 타일은 필요가 없어졌다. 혹시 모를 A/S를 대비하여 몇 장의 타일을 제외하고는 모두 폐기해도 된다. 타일은 첫 박스 그대로 있지 않으면 반품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 박스 그대로 남겨둬도 상관없다. 참고로 우리의 타일 잔여량은 욕실 2장 주방 2장 300각 1박스다. 1박스라고 했지만 온 박스에서 한 장을 꺼내어 사용해 버렸다. 그 덕에 반품은 물 건너갔다. 한 장을 사용한 이유는 나의 재단실수 때문이었다. 그 실수를 했을 때는 타일이 얼마나 남을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크게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었다. 하지만 마지막 장을 붙이려 남은 타일을 봤는데 남아있는 건 아직 테이프를 뜯지 않은 온박스뿐이었다. 혹시나 낱장 한 장이 있나 주위를 열심히 돌아봤지만 없었다. 그 상황에 실수했던 순간이 떠올랐다.

  '그때 실수를 하지 않았더라면...!' 

셀프 인테리어 신혼집 구축 아파트 리모델링 타일 공사셀프 인테리어 신혼집 구축 아파트 리모델링 타일 공사

  하지만 돌이킬 수는 없었다. 한 장을 사용하던 두 장을 사용하던 어차피 사용하는 거 큰 의미를 두지 말자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아까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작은 한 가지 실수에 꽤나 큰 타격을 받고 타일 시공을 끝냈다. 그렇게 줄눈을 모두 넣었고 끝으로 재단하고 자투리로 남은 조각들을 청소했다.

  타일은 타지 않는 쓰레기라서 유리처럼 잘게 깨서 공사폐기물 마대에 버렸다. 잘게 부수지 않으면 마대에 공간을 차지해서 다른 폐기물을 넣지 못한다. 또 타일은 날카롭기 때문에 폐기물 마대에 타일의 날카로운 부분이 걸리면 마대가 찢어지기 때문에 여유분 마대가 많아서 상관없는 게 아니라면 잘게 깨서 넣는 게 좋다.


  청소를 마치고 우린 베란다로 나갔다. 생각해 보면 욕실공사 하느라 정말 오랜만에 베란다에 나왔는데 베란다가 많이 바뀌어 있었다. 이는 아내가 칠을 미리 해둔 덕이다. 그래서 나도 얼른 롤러를 들고 아내에게 합류했다. 섬세한 걸 잘하는 아내는 작은 둘레의 롤러를 챙겨서 테두리를 칠하고 섬세함과 거리가 먼 나는 굵직한 롤러를 챙겨서 테두리 안쪽 면을 칠했다. 생각보다 어디를 칠한 건지 모를 정도로 결과가 뚜렷하지 않아서 혼란스러웠다. 이 이야기를 아내에게 했더니 처음에는 너무 속이 시원할 정도로 변화가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칠하면서 기존 페인트가 일어나는 부분이 있어서 그 부분들을 떼어내고 사포로 갈아내는 작업이 힘들었다고 했다. 내가 타일을 붙이는 동안 아내도 나름대로의 씨름을 하고 있었다는 게 내심 마음이 아프고 미안해졌다. 왜냐면 나는 나에게 맡겨진 일에 집중하느라 나 스스로 엄청 고생했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내는 아무 말 없이 뒤에서 열심히 공정을 쳐내주고 있었다.   

  지금에라도 그 사실을 알았으니 정말 다행이었다. 역시 세상은 나 혼자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고 주위 사람에게 감사해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

셀프 인테리어 신혼집 구축 아파트 리모델링 베란다 칠 도장셀프 인테리어 신혼집 구축 아파트 리모델링 베란다 칠 도장


  보일러실과 세탁실도 동일하게 칠했다. 내가 투입하기 전에 아내가 1차 도장을 마친 상태여서 나는 2차 도장부터 진행했다. 우리는 최소 3회를 칠 할 예정인데 그 후에 필요하다면 더 하고 아니면 멈출 계획이었다. 내가 장난으로 아내에게 한 말이 있다. 아내는 이 말을 진지하게 들어서 놀랍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나는 아내에게 이렇게 말했다.

  "칠은 일곱 번 해야 해서 칠이야, 그래서 우리도 이걸 일곱 번 해야 해"

아내는 숨을 들이키며 놀랐다. "헤에에에에에?!"

  나는 장난이라며 웃었고 아내는 맨날 놀린다고 볼이 빵빵해졌다.

셀프 인테리어 신혼집 구축 아파트 리모델링 베란다 칠 도장셀프 인테리어 신혼집 구축 아파트 리모델링 베란다 칠 도장


  베란다, 보일러실, 세탁실 세 곳의 2차 도장을 마치고 양생 하는 동안 잠깐 시간이 비어서 나는 주방으로 향했다. 아직 주방에 끝내지 못한 일이 남았기 때문이다. 싱크대를 놓기 전에 끝내야 하는 작업이었다. 그건 바로 주방 수전 내림공사였다.

  옛날에는 싱크대가 있으면 상부장과 싱크대 사이공간 벽에 수전이 붙어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요즘으로 접어들면서 싱크대 자체에 수전을 설치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래서 싱크대 수전도 종류가 두 가지로 나온다. 옛날 집에 사용할 수 있는 수전과 싱크대에 직접 설치하는 수전 두 가지로 나뉜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지만 요즘 공사하는 대부분(아마 99% 이상일 듯하다)의 집은 싱크대에 직접 설치하는 수전을 사용하는데 굳이 굳이 이유를 생각해 보자면 여러 가지 디자인을 사용할 수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아무래도 벽에 고정하는 수전은 우리가 알고 있는 형태의 수전이라면 냉온수 배관에 제한을 받지 않고 싱크대에 구멍만 하나 뚫어서 사용하는 수전은 여러 디자인을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지 않을까. 싱크대에 수전을 설치한다고 해서 기능적인 장점이 있는 건 없다. 오히려 싱크대에 구멍을 내기 때문에 싱크대를 사용하면서 물이 고이거나 하면 누수의 우려가 더 생길 뿐이다. 하지만 그 누수로 아랫집에 피해를 줄 정도가 아니고 수전을 교체한다면 단순하게 보수할 수 있는 구조라 실보다는 득이 더 많은 입장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어쨌든 그래서 우리도 그렇게 하고 있으니 좋게 좋게 생각한다.

undefined
undefined
셀프 인테리어 신혼집 구축 아파트 리모델링 주방 씽크대 수전 내림 공사

  갑자기 산으로 갔지만 그래서 전에 해놓은 작업에 이어서 깨 놓은 벽을 막는 작업을 해야 한다. '굳이 막아야 하나?' 하는 생각을 했는데 나중에 싱크대 수전과 결속을 하면서 흔들리게 되면 부속끼리 제대로 결속이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에 막기로 했다. 레미탈을 물과 섞어서 그저 굳히는 정도기 때문에 혹시나 나중에 누수가 생긴다면 레미탈이 젖을 테고 깰 때도 몇 번 두드리면 깨질 거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렇게 잠깐 시간을 내서 또 하나의 마무리를 지었다.

셀프 인테리어 신혼집 구축 아파트 리모델링 주방 싱크대 수전 내림 공사셀프 인테리어 신혼집 구축 아파트 리모델링 주방 싱크대 수전 내림 공사


  퇴근하기 약 두어 시간 전에 3차 도장을 진행했다. 이미 충분히 하얗게 나왔지만 그래도 계획한 3차까지는 진행하기 위해 무거운 몸을 움직였다. 아래 사진은 베란다인데 기존 색상이 우측에 우수관보다 조금 더 누런 느낌이었어서 우수관과 비교해 보자면 확실히 많이 깨끗해졌다. 아무리 못해도 세 번은 해야 느낌이 나는가 보다. 이래서 다른 공정에도 하도 중도 상도가 있나 보다.

셀프 인테리어 신혼집 구축 아파트 리모델링 베란다 칠 도장셀프 인테리어 신혼집 구축 아파트 리모델링 베란다 칠 도장


 아래 사진은 세탁실의 사진이다. 기존에는 수도만 있었는데 세탁기를 들여놓기 위해서 추가로 콘센트를 증설했다. 원래는 보이는 모습으로 세탁기를 놓기로 했는데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을 모두 막는걸 후에 알아서 반대편 벽으로 위치가 변경됐다. 그렇다고 수도나 콘센트의 위치가 바뀌는 건 아니지만 전선과 수도호스의 길이가 길어져서 보기 안 좋게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쉬운 느낌이 있다.

셀프 인테리어 신혼집 구축 아파트 리모델링 베란다 칠 도장셀프 인테리어 신혼집 구축 아파트 리모델링 베란다 칠 도장

  어쨌거나 저쨌거나 이제 도장도 끝났다!

점점 마감이 눈에 보여 가니 마음이 들뜨고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다.

이전 07화 타일이라는 여행의 끝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