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닿지 않는 새로움은 기분 탓일까.
베란다가 가득가득해졌다.
이전 작업으로 벽과 천장에 운용지를 시공했다. 그 후 이번 공정을 위해서 공구를 베란다로 모조리 옮겼기 때문이다. 공구와 짐들이 있으면 진행을 할 수 없는 공정. 장판 공정이다.
장판을 하기 위해서 모든 짐들을 밖으로 빼고 청소부터 시작했다. 장판이 시공되고 나면 현재의 콘크리트바닥은 건드릴 수 없기 때문에 촘촘하고 연한 빗자루를 사용해서 깔끔하게 청소하려 부단히도 노력했다.
콘크리트 바닥이어서 그런지 아무리 쓸어도 먼지가 계속 나왔다. 눈으로 확연히 보이지는 않지만 가루들이 뭉쳐있는 형태여서 빗자루로 쓸다 보니 그 작은 입자들이 갈려서 나오는 거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열중해서 쓸고 또 쓸어 담았다. 청소하면서 들었던 생각인데 이렇게 먼지가 풀풀 날리고 신발을 신고 다니는데 고작 몇 mm짜리 바닥재 하나 깔고 청소 좀 했다고 맨말로 다니고 누워있고 뒹굴어도 된다는 게 참 신기하다. 바닥도 바닥이지만 벽도 마찬가지다. 고장 도배지 종이하나 붙여둔 상태임에 콘크리트가 보이지 않는다고 편한 마음이 생긴다는 게 새삼 신기했다. 어떻게 보면 딱딱하게 굳어있는 모래성 안에서 살고 있는 것이지 않을까.? 그렇다면 개미굴을 파고 들어가면 개미들도 나름의 도배와 나름의 장판을 해두는 등 나름대로 구색을 갖춰서 살고 있지 않을까 생각도 했다.
이런저런 많은 생각이 들었는데 이건 모두 청소가 단순노동이었다는 것을 입증해 주는 것이지 않을까.
장판을 하기 위해 청소 다음 단계로 진행해야 할 부분은 바닥의 단차를 확인하는 것이다. 대부분의(거의 99.999%) 아파트에는 바닥에 난방공사가 되어있다. 그리고 그 바닥은 많이들 갈라져 있다. 그렇게 갈라지면서 알게 모르게 미세한 차이로 단차가 생기기 시작한다. 그리고 단차가 생기고 공간이 만들어지면 그곳으로 열 방출이 더 심해지기 때문에 후에 보일러를 켰을때 그 갈라졌던 부분만 열이 가해져 부분적으로 장판이 울 수도 있다. 그런 것들을 보완하기 위해서 바닥을 어느 정도 갈아내서 단차를 맞췄고 열이 집중적으로 쏟아져 나오지 않도록 균열에 테이핑을 해줬다. 테이프에 열이 가해지며 조금이라도 열이 더 퍼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장판은 600x600 사이즈의 정사각형 무늬를 택했다. 막상 장판을 깔았을 때는 바닥이랑 구분이 잘 가지 않아서 기분이 이상했다. 분명 작업을 했지만 본래 바닥인 것 같은 그런 느낌. 그리고 장판을 처음 받았을 때 생각보다 어두운 느낌이라 걱정을 많이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다시 돌려보낼 수는 없다. 장판은 m당 금액을 받고 어느 정도 재단을 해서 오기 때문이다. 그 말인즉슨 같은 장판이라도 시공되는 위치에 따른 나름의 맞춤재단이라는 뜻이다.
모든 방에 시공을 마치고 남은 장판은 돌돌 말아서 잘 보관해 두기로 했다. 혹여나 찢어진다거니 혹여나 보기 좋지 않은 상태가 되면 요긴하게 보수를 하기 위해서다. 제발 그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지만 항상 보수용 자재를 일정 기간 동안은 보관하고 있어야 한다. 이삿짐을 옮기다가도 손상이 될 수 있고 생활하다가 뭔가를 떨어뜨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지만 제발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석고보드와 함께 보니 색상이 더 일반 콘크리트처럼 느껴졌다. 점점 눈에 익어가기를...
이제는 안에서 안전화를 신을 수 없을 것 같다.
괜히 신었다가 밑창에 날카로운 게 박혀있다면 다 찢어버릴 수도 있으니까.
마감인 자재가 시공되니 끝이 보인다는 생각이 '훅'하고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