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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일이라는 여행의 끝

하고 나면 항상 드는 생각.

by 짜미 Feb 11. 2025

  욕실에서 "탁 타닥 탁 타닥" 하는 소리가 규직적으로 울렸다. 


  우리는 욕실공사 중 타일이라는 공정을 지나가고 있는 중이었다. 벽에도 타일을 붙였고 바닥에도 타일을 붙였다. 욕실 타일은 600각(600x600) 포세린 타일을 벽 바닥 구분 없이 붙여서 통일성을 줬다. 다섯 개 면의 타일을 모두 붙이고 남은 공정이 하나 있다. 그건 줄눈이다. 줄눈은 타일과 타일 사이에 공간을 채워주는 역할을 한다. 타일을 완전히 붙여서 물이 스며들지 않게 할 수 있다면 필요 없겠지만 그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타일 간의 공간을 띄운 후 줄눈재를 물과 혼합해서 틈사이에 넣어주게 된다. 그러면 줄눈이 점차 경화되면서 내수성이 생겨 물이 타일 사이로 스며들지 않게 해 준다. 그래서 줄눈재의 물과 혼합하기 전 모습은 아주 아주 아주 곱고 가벼운 가루의 모습이다. 하지만 줄눈을 넣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있다. 그건 우리가 타일을 붙여두면서 결속해 뒀던 타일클립을 제거하는 일과 타일을 압착하면서 타일과 타일 사이에 타일시멘트가 삐져나온 곳을 깔끔하게 청소해 주는 작업이다. 줄눈이 들어가는 자리에 이물질이 있게 되면 줄눈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는다거나 접착이 되지 않는다거나 너무 얇게 시공되어 후에 깨질 우려가 있기 때문에 틈 청소는 아무것도 아닌 일 같지만 매우 종요한 공정 속 과정이다.


  먼저 내가 고무망치를 들고 욕실로 입장했다. 내가 클립을 제거해 나가면 아내는 뒤에서 줄눈 사이에 칼을 집어넣어 긁는 역할이다. 클립은 클립과 쐐기로 나눠지는데 망치로 때리면 바닥에 붙어있는 부분을 제외하고 클립이 깨지면서 잔해가 남지 않는 형태인데 여기서 난관에 봉착했다. 잘 떨어질 거라 생각했던 클립이 생각보다 골치를 준 것이다. 대부분의 클립은 잘 떨어졌지만 몇몇 클립이 타일을 너무 꽉 밀어붙인 탓인지 끼여서 타일의 윗면 부분만 깨지고 타일과 타일 사이의 부분은 남아버린 것이다. 이러면 타일 줄눈을 덮었을 때 노출되거나 줄눈이 들어가더라도 너무 얇게 들어가서 줄눈이 깨지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그러고 시간이 지나면 물이 스며들어 누수가 생기게 될 수 있다. 하지만 너무 꽉 끼어있어 뺄 방법이 없어 난감한 상태로 작업은 계속 이어나갔다. 나는 계속해서 "탁 타닥 탁 타닥"하는 소리를 냈고 아내는 "슥 슥 슥 슥"하는 소리를 내며 작업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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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클립을 떼어내고 나도 커터칼을 잡고 아내와 힘을 합쳤다. 칼은 얇고 시멘트는 딱딱하다 보니 생각보다 시간소요가 많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냥 넘어갈 일도 아니라서 어차피 오래 걸리는 거 꼼꼼하게 하고 넘어가자는 말을 하며 집중을 했다. 하면서 가장 불안했던 요소는 칼로 틈을 긁다가 혹시나 타일의 모서리가 깨질까 하는 마음이었다. 타일은 끝자락이 약해서 쉽게 깨질 것 같아서 그게 제일 불안했다. 그리고 계속 드는 생각이 처음 시공할 때 이 과정을 생략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끊임없이 고민했다. 타일을 붙인 후 굳기 전에 긁어낼 수 있으면 좋겠지만 타일 클립이 붙어있어 완전한 제거는 불가능할 것이다. 그럼 결국 이 작업을 또 해야 하니 생각이 계속 돌고 돌았다. 타일 붙이는 실력이 너무 좋아서 클립이 전혀 필요 없다면 모를까 그게 아니라면 이 작업은 필수적인 과정인 것 같았다. 역시 실력이 중요한가 보다.


  어느 사람들은 이 모습을 보고 이렇게 말을 할 수도 있겠다. "그거 클립 끼울시간에 한 장이라도 더 붙이지 언제 그거 끼우고 그거 긁고 앉아있냐" 내가 내 집 하기 때문에 이렇게 천천히 꼼꼼하게 할 수 있는 거지 만약 돈을 받고 하는 입장이라면 정말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클립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클립 끼우는 시간도 줄이고 틈에 삐져나오는 시멘트 긁는 일도 줄어들고 얼마나 좋은가. 하지만 실력이 받쳐주지 못한다면 품질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클립을 사용한다고 품질이 엄청나게 좋아지는 건 또 아니다. 클립이 감당할 수 있는 오차범위가 있기 때문이다. 터무니없이 단차가 심한데 그걸 클립으로 잡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타일의 본드양은 같은 양을 넣기 때문에 클립으로는 위에 떠있는 타일을 기준으로 가라앉은 타일을 들어 올리게 되는 비중이 높다. 아무래도 더 압착하는 것보단 떼어내는 힘이 덜 드니까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근데 그렇게 되면 시멘트에서 떨어져서 나중에 하자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니 기본적인 단차는 타일을 시공하는 작업자가 맞춘 후에 '더 꼼꼼하고 품질이 높은' 시공을 하기 위해서 클립을 사용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아니면 정말 엄청 엄청 왕초보이거나.


  그렇다. 나는 엄청 엄청 왕초보에 속한다. 부끄럽지만 사실임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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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소가 끝이 났다. 아내와 벽에 찰싹 붙어서 그리고 바닥에 납작 엎드려서 오랜 시간을 보낸 작품이었다. 이제 남은 건 줄눈을 넣는 일이다. 줄눈은 꼼꼼한 아내의 작업이다. 그동안 나는 다른 곳의 클립을 제거하고 바닥을 긁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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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눈재는 아덱스 사의 제품을 사용했다. 예전에는 색상 종류도 많지 않고 국산 제품을 사용했는데 요즘에는 이런저런 줄눈재가 너무나 많이 나오고 성능도 제각각 달라서 선택의 폭이 많아졌다. 우린 그중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사용하는 제품을 선택했다. 대중적이라는 말을 해서 제품이 그냥 싼 걸 택했다 싶게 보이지만 아덱스 사의 줄눈도 충분한 성능을 자랑하기에 더 과한 줄눈을 사용할 필요는 없다고 느꼈다. 


  아내도 처음 줄눈을 넣는 거라 마음이 너무 졸였나 보다. 긴장을 많이 했어서 그런지 애초에 물을 혼합할 때부터 두려움의 연속이었다. 혹여나 물을 너무 많이 부으면 어쩌나 해서 조금씩 수차례 섞어가며 비율을 확인해야 했다. 그리고 한 번에 섞어서 사용하는 게 아니라 벽은 벽대로 바닥은 바닥대로 묽기를 다르게 해서 진행해야 했다. 묽기를 다르게 해야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벽은 수직면에 넣기 때문에 너무 묽어서 흘러내리면 큰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흘러내리지 않을 정도의 묽기로 밀어 넣듯이 시공해야 했다. 반면에 바닥은 흘러내려가면서 틈사이에 스며들어야 하기 때문에 조금 흘러내릴 정도로 시공을 해야 한다. 물론 흘려내려야 한다고 졸졸 다 흘러 내려가버릴 정도면 큰일이다. 바닥에 떨어트렸을 때 10mm 정도는 쌓여야 한다. 물을 섞어 만들었기에 액체라고 한다. 액체가 10mm가 쌓인다는 게 뭔가 모순적이지만 비율이 맞으면 생각보다 되직해서 문제지 너무 묽게 타지는 일은 잘 생기지 않았다. "뭐 묽으면 줄눈재 더 넣으면 되지!"라는 생각으로 줄눈재를 조금 남겨놓아야 마음이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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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는 줄눈을 다 넣은 모습이다. 왼쪽이 넣기 전 오른쪽이 넣은 후. 사진을 너무 못 찍어서 그런지 오히려 넣기 전이 더 이쁜 느낌이다. 역시 나의 촬영 실력이란...;; 난감하기 그지없는 실력이다. 어쨌든 줄눈도 잘 넣었고 이제 갈라지거나 깨지거나 하지 않고 잘 양생 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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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일러실 작업도 욕실과 동일하게 진행됐다. 보일러실, 세탁실, 베란다는 모두 300각(300x300) 자기질 타일로 시공을 했는데 타일이 작으면 물 경사를 맞추기 쉽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타일 줄눈이 많아져 일이 많아진다는 단점이 있었다. 장단점이 너무 극명하게 공존해서 어떤 게 낫다는 말은 할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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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속해서 내가 클립을 제거하고 긁어두면 아내는 줄눈을 바르기를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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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내는 줄눈을 바른 후 스펀지로 바닥 청소까지 마치고 나왔다. 내가 클립을 떼어내고 긁는 동안 그렇게 했지만 베란다는 클립을 시공하지 않아서 타일 시공간에 시멘트를 잘 긁었기 때문에 손 볼 곳이 없어 세탁실의 줄눈 청소는 내가 맡았다. 쪼그려 앉아서 하루를 보내니 얼마나 힘든지 잠깐만 해도 몸의 피로가 쭉쭉 쌓여가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타일을 붙이시거나 줄눈을 넣으시는 분들을 보면 바퀴 달린 앉은뱅이 의자를 갖고 다니시던 게 이게 그 이유이지 않나 싶었다. 우리에겐 그 의자가 절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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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깐의 휴식 후 베란다는 아내와 함께 줄눈을 넣었다. 확실히 클립을 시공하지 않으니 작업이 편했다. 만약 다음에 바닥에 타일을 시공할 일이 생긴다면 붙일 때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꼼꼼하게 해서 클립을 사용하지 않아 보겠다는 다짐을 했다. 직접 해보면 이런 생각을 항상 하게 된다. '만약 다음에 한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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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저 상상을 하고 어떻게 보면 후회를 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후회는 과거를 상상한다면 나는 미래를 생각하기 때문에 다르다고 말하고 싶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이번 일을 계기로 방향성을 잡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말이라는 게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아닌가. 아무 상관없다. 그저 내가 내 삶을 이끌어 나간다는 것에 만족한다. 그리고 아내와 함께 '우리의 인생'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내 삶은 이미 가득 충족되어 있는 상태다.


  아내에게 매일매일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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