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손 떨리는 일이 마감이었다.
우리 집은 현관에 중문이 있다. 그 중문이 있는 현관에는 거실이 조이는 작은 창이 있었다. 현관을 넓히는 과정에서 그 창과 벽이 허물어졌기에 우리는 다시 그 창을 살리기로 했다. 또한 현관은 들어와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곳이기 때문에 힘을 좀 주자는 느낌으로 내가 아내에게 원목 사용을 제안했다. 손이 많이 가긴 하지만 내가 원하는 방향이었다(나는 개인적으로 몰딩에 사용되는 MDF나 싱크대, 붙박이장 등에 사용되는 PB(파티클 보드)를 정말이지 싫어한다.).
옛날 집들은 투박하고 촌스럽긴 해도 원목재가 사용되었다. 물론 MDF라는 자재가 없었을 시대적 상황이었긴 했겠지만 어쨌든. 어떤 이유이던지 원목을 사용해서 강도가 높고 세월이 지날수록 멋이 생기지만 위에서 말한 자재들(MDF나 PB)은 톱밥과 본드를 섞어만든 제품이라 그다지 반갑지도 않고 필름뒤에 숨어있는 느낌이 들어 친근한 마음이 들지 않았다. 물론 그렇다고 모든 곳에 원목재를 사용한 것도 아니다. 몰딩이나 걸레받이등은 전부 MDF이며 싱크대 또한 여느 집과 다르지 않은 PB다(언젠가 내 집을 짓게 된다면 정말 원목재들로 집을 짓고 싶은 마음이 크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내가 신경 쓸 수 있는 부분들은 원목재로 마감하고 싶어서 현관의 창틀과 선반만큼은 원목재를 사용하고 싶다고 아내에게 말했었다.
아내는 나의 수고만 괜찮다면 당연히 좋다고 말했고 우리는 실행에 옮겼다.
원목재를 미리 재단해 두고 투명한 도장을 입혔다. 스테인이라는 습에 견딜 수 있는 도장을 했고 바니쉬라는 코팅을 했다. 그리고 아내와 함께 조립을 했다. 원목재는 냅다 못을 박는다거나 냅다 나사를 박아버리면 갈라질 수 있기 때문에 조립도 번거로움이 있었다. 나사가 들어가기 위해 나사의 머리만큼 공간을 확보해 주는 작업을 해야 했고 나사를 박고자하는 정도도 목재의 표면에 알맞게 박아야 했다. 목재가 갈라지면 다시 붙이는 게 또 한참이나 수고스러운 일이기에 심사숙고하며 조립을 진행했다.
조립된 원목은 곧바로 현관으로 가져가서 시공을 했다. 내가 고정할 곳의 마킹을 하고 구멍을 뚫어주면 아내가 하나하나 나사를 고정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드릴도 꽤나 무게가 나가는데 아내가 집중하며 하는 모습에 보고 있는 모습에 마음이 흐뭇했다.
아내가 하부 선반을 조립하고 내가 그 위에 창이 들어갈 창틀을 시공했다. 창틀은 마감을 위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수평대로 수직을 보며 시공을 했다. 마감에서 모든 모서리가 동일한 두께로 나오는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신중하게 세운 틀에 주문한 유리를 끼워 넣었다. 기존의 유리는 새 두 마리가 그려진 반투명의 창이었지만 이번에 우리가 시공한 유리는 투명하고 아무 무늬 없는 유리다. 유리는 창호를 주문하면서 추가적으로 부탁을 드려 전달받았다. 비용은 사장님의 서비스!
내가 창틀을 시공하고 유리를 붙이는 동안 아내가 필름작업의 준비를 해줬다. 집에서 자기 전에 연습하고 했던 결실이 오늘 나타난다는 생각에 둘 다 아무 말 없이 신중하게 작업에 임했다. 판을 벌리고 가장 먼저 한 일은 필름을 붙일 면에 프라이머를 바르는 일이었다. 프라이머는 필름이 잘 붙을 수 있게 접착을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기존 필름에도 접착제가 붙어있기 때문에 굳이 프라이머를 바르지 않아도 붙지만 무언가를 바르고 붙일 때 프라이머는 기본적은 요구조건이기에 번거롭더라도 사서 바탕면에 발라줬다. 비록 작은 선반이지만 정성을 담고 싶었다.
만들 선반은 총 세 개. 아내와 나는 각자 하나씩 맡고 시작했다. 나는 삐질삐질 땀까지 흘려가며 했지만 손재주가 좋은 아내는 이리 휙휙 저리 휙휙 하더니 금세 하나 완성을 했다. 느렸던 나보다 품질도 좋았다. 연습이 더 필요하겠다고 느낀 나는 남은 하나의 선반까지 내가 하겠다고 말했고 아내는 나를 응원해 줬다.
필름을 붙인 선반의 조각들은 본드를 사용하고 종이테이프로 붙잡아줬다. 에어타카를 사용해서 고정해도 됐겠지만 에어타카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에어콤프레셔를 사용해야 하는데 콤프레셔는 가동될 때 소음이 발생하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소음을 발생시키지 않기 위해서 종이테이프를 사용했다. 번거로웠지만 잘 붙잡아주기만 한다면 어떤 방법이던 상관없었다. 우리만 사는 건물이 아니기 때문에 이웃분들을 위해주는 게 백 번 맞다는 생각을 했다.
본드를 잘 말려서 내일쯤 시공을 할 예정이다. 그렇게 우리는 퇴근을 했다. 그리고 집에 가서 저녁을 먹다가 문득 머릿속을 스친 생각이 있었다.
"선반이 사이즈가 맞겠지.? 한 번 넣어보고 올 걸 그랬나, 괜히 불안하네."
불길한 생각은 틀린 적이 없다는 말이 있던가, 그 순간의 생각과 대화는 후에 큰 일을 불러오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