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버튼 차단기의 비밀
지난 글에서도 언급했듯 이전에 엄청난 양의 누수가 있었다. 많이들 궁금해하셨어서 후속 편으로 다뤄야겠다 계획을 하고 있었다. 누수가 있었던 당일에 누수업체에서 알려준 방법으로 간단한 진단을 했었지만 그 방법에서는 누수임을 확정 지을 수 없었다. 우린 정밀한 검사를 위해 다시 누수업체에 연락을 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말은 우리의 궁금증을 막기라도 하듯 단순한 답변이 돌아왔다. "아랫집에 피해도 없고 윗집에서 샌 흔적도 없다면 굳이 탐지를 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요?", "알려드린 방법으로 어떤 표시도 나지 않고 윗집 아랫집 모두 피해가 없다면 우리도 찾을 수 없어요.". 그도 그럴 것이 정말 상황만 놓고 본다면 우리 집 바닥에 물이 차올랐을 뿐 윗집에서 흐른 흔적도 아랫집에 흐른 흔적도 없으니 우리 집에 차오른 이 물만 닦아내면 아무도 피해 입지 않은 원래 평시 모습이 되는 그런 상태인 것이다. 그래서 물을 닦아내고 시간이 흐른 지금도 아무 일 없이 지내고 있으며 그렇다 할 이유도 찾지는 못했다.
추가적으로 집을 구매하고 6개월이라는 기간 동안에 누수가 생기면 이 집의 전 주인이 보상을 해주게 되어있다. 이 사실을 알고 있지만 아무 일도 없는 상태에 괜히 사람을 불러 누수탐지를 한다는 게 참 이상한 일이기도 했다. 만약 누수가 없다면 누수탐지에 대한 그 몇십만 원의 비용은 우리가 지불해야 한다는 것도 누수탐지를 곧바로 진행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일이 벌어진 후 나는 엘리베이터 문이 열릴 때마다 긴장을 하는 트라우마 같은 게 생겨버렸고 집 현관문을 열 때마다 바닥을 확인하고 살피는 버릇이 생겼다. 이건 풀리지 않은 의문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에 의한 버릇 일수도 있지만 나에게 꽤나 심각한 수준의 스트레스였다. 이후부터 잠을 자다가도 '내일 나갔는데 물이 또 차있으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이 들기도 한다.
우리가 고치고 있는 이 아파트는 내 나이정도만큼의 연식을 가졌다. 그래서 모든 자재나 부속들이 그만큼의 연식을 자랑하고 있다. 그중 정말 딱 봐도 오래되어 보이는 것 중 하나가 차단기였다. 우리 집 차단기함에는 검은색 차단기가 달려 있었고 버튼은 녹색이었다. 처음 이 모습을 확인하고 교체하기 위해 철물점에 차단기를 구매하러 갔었는데 철물점에는 검은색차단기는 없고 죄다 회색차단기만 있었다. 그리고 누전차단기는 노란 버튼이 달려 있었다. 별다른 선택지가 없어서 회색에 노란 버튼 차단기를 구매했지만 색상에 대한 구분이 궁금해서 이래저래 찾아보며 나름의 공부를 했다.
먼저 차단기 자체의 색상은 아무 의미가 없었다. 그저 단순하게 색상이 바뀐 것이었다. 하지만 버튼의 색상에 대한 자료는 달랐다. 먼저 버튼이 달려있다면 그건 누전차단기인데 우리 집에 달려있는 녹색버튼은 단순히 '누전에 의한 차단'만을 한다. '만을'이라 적었지만 나는 이 설명을 읽고 '누전차단기가 누전에 의한 차단을 하지 뭘 더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요즘 나오는 회색의 노란 버튼의 차단기는 누전에 의한 차단과 과전류에 의한 차단을 동시에 한다.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요즘에는 누전에 의한 사고보다 과전류에 의한 사고가 더 많이 일어나기 때문에 어떤 방면으로 누전차단기의 설치 이유는 과전류를 막기 위함일 수도 있다. 이 내용을 알기 전에는 그냥 있는 거 그대로 사용할까 싶었는데 알고 나니 바꿀 생각을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집도 후에 인덕션을 사용할 테고 각종 전기를 사용하는 제품을 많이 사용할 텐데 혹시나 과전류가 일어난다면 기존에 설치되어 있는 녹색버튼으로는 차단하지 못하고 버티다 버티다 결국 타서 화재가 일어나게 된다는 생각에 아찔한 생각이 들었다.
만약 집을 구매해서 살게 됐는데 공사를 하던 안 하던 먼저 차단기를 확인하여 녹색버튼이 있다면 당장 최신 차단기로 교체를 하고 지내는 것이 좋겠다.
차단기 교체를 마친 후에는 현관에 들어갈 각종 원목재들의 도장을 진행했다. 도장이라고 해서 색상이 있는 게 아니라 수성스테인을 사용했다. 수성스테인은 목재가 수분흡수를 하지 않게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이 수성스테인을 약 2~3회 정도 칠해줄 예정이다.
내가 수성 스테인을 칠하는 동안 아내는 이전에 정배를 하면서 남겨뒀던 현관 가벽의 정배를 마무리했다. 스테인을 칠하지 않았을 때의 모습을 보면서 '굳이 칠해야 하나?'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칠을 한번 해보고 나니 '무조건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기존에는 몰랐지만 약간의 흐리멍덩한 목재의 색상이었는데 스테인을 칠하면서 목재 자체에 윤기가 생기고 확실히 보호가 되기는 하겠구나 하는 느낌이 확 와닿았다. 마음 같아서는 더 이상 원목재가 빨아들이지 못할 만큼 발라버리고 싶었지만 시간과 타협을 해서 3회로 마무리 지었다. 이 또한 한 번에 네 개 면을 칠하지 못해서 세 개면을 칠한 후 말리고 나머지 한 개 면을 칠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네 개면 모두를 칠하고 말리면 바닥에 닿는 부분에 자국이 생겨 보기에 미관상 좋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닥에는 언제 물이 새더라도 대처할 수 있게 각종 옷들과 수건들로 여기저기 흩뿌려 뒀다.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일에 매일 대비해야 한다는 건 정말 힘든 일이다.
이 스테인 칠이 끝나면 마무리로 목재를 코팅할 수 있는 도장을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