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로망을 이루다!
아내는 현관에 앉을 수 있는 벤치가 있는 로망이 있었다. 그리고 그 로망은 이루어졌다.
기존 현관의 부실하기 그지없는(각 모서리에는 금이 가있고 조적벽돌이 당장이라도 떨어질 것 같은 상태) 벽을 철거하면서 신발장 현관의 공간을 약 20cm 정도 거실 쪽으로 밀었다. 거실은 어느 정도 넓이가 있기에 좁아진 티가 나지 않았는데 신발장은 워낙 좁은 상태였다 보니 20cm가 넓어진 후에는 체감이 확실히 달랐다. 그러면서 넓어진 공간에 벤치를 두면 좋겠다는 아내의 의견이 나왔다. 나는 물론 좋다고 말했지만 한 가지 조건을 붙였다. 조건은 간단했다.
'그 벤치는 원목일 것.'
벤치가 로망인 아내와 원목가구가 로망인 내가 만났다. 세워둔 계획은 즉시 실행이 되었고 이번에 각자의 로망이 이루어지는 날이 되었다. 남들이 보기에는 그저 현관에 수납장 하나 둔 모습에 호들갑이지만 우리는 '직접 만든'에 의미가 컸다. 직접 원목 나무를 사서 직접 크기를 설정하고 직접 재단하고 직접 칠까지 하며 직접 설치를 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 벤치가 있는 벽은 우리 현관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 있다.
아내와 함께하면서 '우리만의' 무언가를 하나씩 만들어간다는 게 정말 소중한 순간들이라는 것을 느낀다.
우리는 약 20cm 정도밖에 벽을 밀지 않았기 때문에 선반 벤치의 폭은 그보다 더 좁다. 합판 두께 등을 빼면 약 15cm 정도 되는 것 같다. 그리고 깊이는 30cm~40cm 정도 된다. 딱히 사용성이 크지 못한 사이즈이지만 아내와 이 수납장을 어떻게 사용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 뭐 결론은 현관에 보관은 해야 하는데 크기가 애매해서 신발장에 넣을 수는 없는 그런 잡동사니가 들어가지 않을까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아내와 나는 한 가지 약속을 했다. 그 약속은 이 선반 벤치에 대한 예의였다.
'이 벤치 위를 항상 정리하여 사용에 제한이 되지 않게 할 것.'
선반의 뚜껑이자 벤치의 상단부에는 닫을 때 쾅하고 닫히지 않게 댐퍼가 달린 경첩을 달았다. 또한 열고 닫기에 편할 수 있게 선반의 코를 수납장 크기보다 조금 더 크게 하여 손가락을 걸어 열 수 있게 만들었다. 흔히 싱크경첩이라 불리는데 싱크대에도 들어가고 옷장이나 붙박이 장에도 많이 사용되는 경첩인데 15mm용과 18mm용이 있었고 힘을 받는 용량(문의 무게 등)에 따라 구분이 되어 있어 선택을 하는 게 쉽지 않았다. 나는 18t 원목 집성판을 사용했기 때문에 18mm용을 구매했지만 이에 맞는 깊이나 크기 등을 고르는 데 있어 내가 생각하는 제품이 없어 구하는데 꽤나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철물점에 가서 이런저런 것들을 물어보고 사려고 했으나 첫 번째 조건이 맞으면 두 번째 조건이 맞지 않는다거나 혹은 그 반대인 경우들 밖에 없었다.
그래서 나는 결국 제품값만 한 택배비를 주고 인터넷에서 주문해서 사용을 했다. 18mm 원목재에 붙는 경첩을 구하기가 이렇게 어려운 일인 걸까?
정면에서 보이는 판은 밖에서 나사머리가 보이는 게 싫어서 나사고정 후 목다보를 시공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경첩을 사러 철물점에 다니던 중 갑자기 꺽쇠가 눈에 들어왔다. 목다보를 설치한다고 해도 어쩔 수 없이 보이는 목다보의 모습은 가릴 수 없기에 정면은 깔끔한 모습을 두고 내부에서 꺽쇠로 고정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얼른 꺽쇠를 사버렸다. 결과는 아주 만족스러운 선택이었다.
조립한 몸체를 챙겨 현관으로 가져갔다. 사진을 보면 현관 벽의 폭보다 작게 제작한 모습이 나와있다. 이유는 전체가 벤치면 휴대폰이나 텀블러 같은 작은 물건들을 다 치우고 벤치를 열어야 해서 벤치 사이즈를 조금 줄였다. 그러면 남은 공간에 물건들을 밀어 두고 벤치를 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이렇게 좁아진 이유는 별거 없었다. 현관의 창틀이나 중문의 하부 마감을 위해 이렇게 저렇게 자르다 보니 뒤판을 사용할 만큼 넓은 판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뒤판은 사용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사용한 것이고 정면 판만 전체를 가릴 수 있는 판으로 제작됐다.
만약 뒷 판도 전체를 사용할 수 있었다면 벤치 내부 수납을 넓히고 뚜껑만 조금 좁게 제작해서 만들었을 것이다. 고작 이 한 조각 때문에 그 비싼 원목 합판을 또 살 순 없었고 싣는 것도 문제이거니와 남은 자재도 문제였다. 그리고 이 벤치 하나에 너무 큰 소요가 생긴다는 것도 있었다. 수납이 조금 좁아졌다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어차피 이곳에는 뭘 넣을지 정하지 않았기에 공간에 대한 부족함이 없었다.
언젠가 살다가 이곳에 넣는 물건 중 딱 저만큼 부족한 물건이 생긴다면 그때 가서 부족함을 잔뜩 느끼고 공사하던 때를 아내와 함께 회상하며 실컷 웃어야겠다. '그때 샀어야 해!'라는 말을 하며 아내와 웃고 떠들 생각에 벌써 즐겁다.
설치한 경첩의 사용을 끝으로 글을 마무리하겠다. 경첩 설치가 너무 까다로워 걱정했는데 무탈하게 잘 설치되어 마음이 가벼워졌다. 해보기 전까지는 혹시나 걸린다거나 간섭이 생기는 부분이 있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묵은 걱정이 싹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베리 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