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정말 끝이 다가온다는 느낌이 든다.
항상 작업하다가 시간이 늦으면 우리는 작업등을 켰었다. 같은 등이더라도 '임시'로 설치한 조명과 '확정'된 조명은 받아들여지는 느낌부터 달랐다. 우리는 이번에 조명 설치공사를 진행했다.
조명은 인터넷으로 구입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저렴하기 때문에. 우리도 인터넷에서 조명을 구매했긴 하지만 인터넷에서 조명을 구입하는걸 그다지 추천하지는 않는다. 그 이유는 다른 게 아닌 A/S의 문제 때문이다.
만약 인터넷에서 산 조명 중에 불량이 생긴다거나 혹은 수량에 맞지 않게 물량이 왔다거나 혹은 다른 제품이 왔다면 정말 큰 낭패다. 물론 좋게 좋게 교환이 된다면 다행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일단 감정소모가 생긴다. 그리고 그걸 보내고 받는 그 기간 동안 시간적인 소모가 발생한다. 우리처럼 직접 시공하는 게 아닌 기술자분들을 불러서 시공을 하는 경우 스케줄이 다 잡혀 있는 상태인데 조명 몇 개가 누락된다면 기술자분들에게 아쉬운 소리를 해가며 다른 일정에 와서 해주실 수 없겠느냐 부탁을 해야 하는 상황도 생기게 된다. 그래서 시간적인 여유가 많지 않다면 조금 비싸더라도 근처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입하는 것을 추천한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집에 온 조명에는 불량이 존재하지 않았다.
조명설치 전 가장 먼저 한 일은 필요한 개수만큼 조명을 세팅하는 일이다. 예전에는 대부분 거실등, 주방등, 방등으로 각 실에 설치를 했지만 어느샌가 매입등이라는 녀석이 나타나고 나서 집을 리모델링하면서 매입등을 많이 사용하게 됐다. 이쁜 카페들이 생기고 그런 카페들을 가면서 카페의 인테리어를 집으로 가져오기 시작하면서 그런 여러 종류의 조명들이 집에 설치되기 시작한 것이다. 어떤 집을 보면 거실에만 매입등이 스무 개씩 설치되는 곳도 있다. 분명 취향의 차이겠지만 우리는 너무 많은 매입등은 징그럽다는 말을 했으며 최소한의 개수로 매입등을 하자고 말했다. 처음에는 한 포인트 당 세 개씩 할까 했으나 그 또한 많다고 판단하여 한 포인트당 두 개씩 설치를 하게 됐다. 거실에는 3인치 매입등으로 열네 개. 복도에 두 개, 주방에 네 개를 설치해서 총개수는 스무 개다.
많다면 많은 개수겠지만 그다지 많다고 느끼지 못했는데 조명 언박싱을 하면서 충분히 많은 개수임을 느꼈다.
매입등은 구멍만 잘 뚫어놓고 배선만 잘해두면 설치는 정말 간단하다. 각 선에 맞게 배선해 둔 전선을 꽂은 뒤 날개를 접어 천장으로 밀어 넣어주면 끝이다. 일반 방등이나 거실등은 드릴을 사용해서 브라켓 나사고정을 해줘야 하는 등의 번거로움이 있다. 하지만 타공과 배선이 없기 때문에 매입등보다는 여전히 효율성이 높다. 매입등은 여러 개를 해서 밝기를 맞춰야 하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환공포증이 생길 만큼 천장에 구멍이 생기게 되며 타공을 하면서 천장 뼈대를 많이 잘라내게 되면 튼튼했던 천장이 힘을 받지 못해 처질수도 있다는 위험성이 있다.
거실의 매입등을 설치하고 커튼이 달릴 곳에는 조금 더 높은 온도의 색상을 비추는 조명을 설치했다. 늦은 시간이나 잠시 외출할 때 등 그리 밝은 불이 필요치 않을 때에 켜두려는 목적으로 다른 색상을 했다.
아래는 거실의 조명을 설치하고 테스트를 위해서 켜 봤다.
거실과 복도 주방의 매입등을 설치하고 식탁등 설치를 진행했다. 식탁등은 갓 형태의 요즘 흔히 나오는 제품을 사용했다. 그저 식탁만 밝혀주면 되고 아내와 나 둘 다 화려한 식탁등은 금방 질릴 수 있으니 무던한 형태를 하자고 의견을 나눴었다.
다음으로는 현관의 현관등을 설치했다. 많은 곳의 신발장 현관에는 문을 열고 들어오면 자동으로 켜지는 센서형식의 등이 달리는데 우리는 집이 그렇게 넓은 것도 아니고 집안에서 오다니는 와중에 현관에 불 켜지는 게 싫고, 현관에서 신발을 신는 중에 불이 꺼져서 팔을 휘적휘적하는 것도 싫어서 스위치를 만들었다. 그렇게 자동으로 켜지는 센서는 사라지고 스위치로 켰다 끌 수 있는 조명을 달았다. 물론 나가고 자동으로 꺼지면 정말 편리하겠고 우리는 나갈 때마다 혹은 들어올 때마다 불을 켜야 하고 꺼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하지만 난 그 번거로움보다 팔을 휘적거리지만 켜지지 않는 순간의 허망한 모습이 더 싫다. 물론 아내도 그 입장에 공감해 줬다.
각 베란다에는 현관과 비슷한 색상에 모양만 조금 다른 형태의 조명을 설치했다. 보일러실에는 차마 신경을 쓰지 못해서 기존에 있던 등을 철거하지 않고 도장을 했어서 조명 달면서 기존 조명을 철거했는데 그 등이 붙어있던 자리만 도장이 되어있지 않아서 다시 한번 천장의 조명부에 도장을 하는 불상사가 생겼었다.
하지만 상관없다. 우리가 실수하거나 놓친 모든 것들은 우리가 수습하기 때문에.
조명을 설치하고 나니 이제 끝이 다가오는구나를 실감하게 됐다. 나중에는 이 집이 적응이 되고 그저 새롭지 않은 평시의 모습이 되겠지. 아쉽긴 하지만 그런 게 삶 아니겠는가. 늘 이쁜 모습으로 남아준다면 평범해진다 하더라도 충분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