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는 한 번뿐.
욕실 천장이 말끔해졌다.
조명공사후에 욕실 천장공사를 했다. 미리 끝낼 수도 있었지만 자재를 주문하는 과정에서 한번, 자재를 받는 과정에서 또 한 번 주춤거렸다. 주문하는 과정에서는 정말 내가 시키는 자재가 정확할까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고 받는 과정에서는 직접 가지러 갈 수 있는 방법이 없나 싶어 고민했다. 배달비가 워낙 비싸서 배보다 배꼽이 더 커져버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이번에 실패한다면 또 한 번의 배달비가 들 텐데 그럼 정말 속상할 것 같았다. 그런 걱정 속에서 미루고 미루고 또 미루다 기어이 여기까지 왔고 이제는 미룰 수 없는 상황에 닥쳐 주문을 했고 자재를 수령했다.
주문을 하기 전에도 수도 없이 줄자를 들이밀었고 그제 봤던 치수와 어제 봤던 치수, 그리고 오늘 봤던 치수가 모두 같았지만 이상하게 자꾸 확신이 들지 않았다. 그리고 자재를 받아온 지금 다시 한번 줄자를 들이밀었다.
하지만 역시나 그렇듯 늘 보던 치수 그대로 나왔다. 이제는 이 치수를 믿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두려운 마음을 이끌고 재단을 시작했다. 재단은 거실에 플라스틱 박스(나는 이 박스를 '압수수색 박스'라고 부른다. 이렇게 부를 때마다 아내는 피식피식 웃는다.)를 펼쳐 깔고 위에 나무를 얹어 살짝 띄운 후 재단을 했다. 벽지와 장판을 다 해두고 안에서 재단하는 게 정말 마음이 불편했지만 마땅히 다른 방도가 있지도 않았고 이거 자른다고 벽지나 장판이 와장창 훼손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그냥 했다. 만약 다른 기술자분께서 마감된 거실에서 재단을 한다면 나도 마음이 뒤숭숭하겠지만 어차피 내 집이니 이 정도의 사치는 기어이 감수할 수 있었다.
재단한 천장재를 들고 아내와 함께 욕실 천장에 올렸다. 다른 집은 타일을 '떠 붙임 공법'으로 시공해서 타일 시멘트의 두께가 두껍다. 아마 타일두께까지 포함하면 25~30mm 정도는 될 것이다. 하지만 나는 타일을 압착공법으로 붙였기 때문에 타일 두께까지 포함해도 10~15mm 정도밖에 되지 않아서 천장재를 너무 여유롭게 자르면 짧아질 수 있는 확률이 높다. 그래서 한번 더 재단을 하더라도 약간 타이트하게 잘라서 아내와 함께 끙끙거리며 들어 올렸다.
다행스럽게도 첫 번째 장은 한 번에 시공을 완료했다고 말하고 싶지만 세 번 정도 재단을 다시 했다. 자를 때는 반듯하게 자르지만 벽과 벽은 정확히 90도가 아니며 눈으로 보기엔 일자로 쭉 뻗은 벽처럼 보이지만 구불구불하거나 휘어있는 상태도 있다. 그러다 보니 한쪽이 맞으면 반대쪽이 이상해지는 과정을 겪었다. 그렇지 않아도 천장재 크기가 크다 보니 핸들링이 힘든데 계속 올리고 내리고 오다니느라 정신이 혼미했었다.
다행스럽게도 두 번째 천장재와 세 번째 천장재는 무사히 한 번에 올렸다. 첫 번째 올릴 때 시행착오를 겪어서 그런지 아니면 기준선이 잘 잡힌 건지 적어도 내 실력이 높아진 이유는 아니었던 것 같았다. 뭔가 잘 맞아떨어진 느낌이다.
천장재를 모두 올리고 각 장들끼리 나사를 고정해서 결합을 했다. 그리고 이리저리 줄자를 휙휙 들이밀며 원하는 자리에 마킹을 했다. 이 마킹은 조명이 달릴 자리다. 그리고 환풍기가 설치될 자리도 마킹을 해야 했다. 환풍기의 위치는 기존의 환풍기 위치에서 그리 멀게 하지 않았다. 최소거리로 해야 그만큼 환기효율도 오를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배관이 길어질수록 더 큰 힘을 내야 하는데 가정용 환풍기는 그만한 힘을 기대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표시해 둔 위치대로 타공을 한 뒤 전기작업을 진행했다. 화장실의 첫 번째 스위치는 조명이다. 조명을 켤 수 있게 배선을 하고 두 번째 스위치에 환풍기를 연결했다. 환풍기는 제품을 처음 받으면 콘센트 돼지코가 붙어있는데 이 돼지코를 자르면 AS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에 기존 전선에 콘센트를 달아서 돼지코를 살렸다.
같은 실례로 인덕션도 이런 말이 있는데 인덕션은 AS를 중요시하기보다는 안전을 중요시해야 하기 때문에 돼지코를 자르고 단독배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환풍기는 그만한 소비를 하지 않으니 어떻게 하던 큰 상관이 없다.
조명은 4인치 매입등을 사용했다. 색상은 주광색이다. 요즘 유행하는 인테리어는 죄다 주백색이지만 아내는 밝은 흰 불을 좋아하기 때문에 우리 집은 커튼조명을 제외하고는 전부 주광색인 흰 불이다.
나도 깔끔한 흰 불이 좋다.
천장재의 마무리는 점검구를 덮는 것으로 끝이 났다. 이제 테두리에 실리콘을 바르는 일이 남았다. 그건 나중에 청소가 어느 정도 되고 나면 해야겠다 생각을 하고 작업은 여기서 끝이 났다.
천장재를 시공하면서 이게 뭐라고 이렇게까지 떨렸나 싶었다. 자재의 사이즈가 크다 보니 내 차에도 들어가지 않아서 무조건 배달을 해야 하는 이 압박감이 나를 이렇게나 두렵게 할 줄은 몰랐다. 속에서는 온통 '실수하면 끝이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아서 한없이 약해졌던 것 같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잘 완료된 지금 아주 뿌듯하고 마음을 놓을 수 있게 되었다. 이제 남은 건 한가지 뿐이다.
제발 무너지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