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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tine sk Mardres Jun 25. 2023

#8 20230625

에드먼턴, 캐나다

학교에 두 번만 더 가면 두 달간 여름 방학이다. 개학하면 중2가 되고 5학년이 되는 뾰족뾰족 까칠한 두 아이와 무려 두 달을 매일매일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게 된다. 거의 매일, 자기 전 한 잔이 유일한 쉼인, 극한의 연예인 스케줄이 예상된다. 긴장되는 와중 단풍국 엄마들의 본인들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극적인 생존 후기를 생생하게 라이브로 수집할 수 있었던 동네잔치에 우연히 낀 것은 정말 예상 밖의 행운이었다.


가만히 있다가 떡이 생기는 일이 요즘 종종 생긴다.  오후 3시 넘어서 시작되는 가족행사를 기다리며 집에 있기 지루해 나가 본 동네 공원에선 아는 얼굴이 제법 많이 보이는 동네 반상회가 한창이었다.


바비큐 그릴로 구운 핫도그와 감자칩, 젤리, 채소 간식, 탄산음료, 아이스크림을 무료로 막 나눠 주고, 동네 분들의 자원봉사로 진행되는 페이스페인팅, 대형 에어 바운스에다 바닥 분수, 물도 뿌려주는 놀이터, 노느라 정신없는 동네 꼬맹이들... 7살 아이 맞춤 종합 선물 세트를 아무 생각 없이 있다가 덥석 받았다.


70년 된 뻔뻔하게 민망한 집 상태를 개의치 않고 한 달 살기 중인 두 명의 여름 손님들이 소중한 하루를 정말 캐나다스러운 좋은 기억으로 채울 수 있게 온 우주가 나를 돕고 있다. 입꼬리가 씰룩거리고 어깨가 으쓱으쓱하니 절로 근처에 크게 비트를 맞출 만한 음악이라도 나오는 듯하다.


속으로 혼자 리듬을 타다가 무릎이 우두득 꺾이는 소리를 못 들은 척 하면서 비슷한 또래의 인종과 국적을 초월해 결혼 후 학부모가 된 한국계 캐나다인 남 녀 두 명과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정신없이 수다를 떨며, 길고 긴 여름 방학동안 같이 모여서 동지애를 종종 불태워 보자며 전화번호까지 교환하는 쾌거를 획득했다.


후끈한 토요일 밤, 나이트클럽 말고 대학생들이 갈 만한 클럽의 열기를 동네 놀이터에서 대낮에 무료로 만끽하다니, 이 정도면 일기 쓸만한 하루인 거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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