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20230202

에드먼턴, 캐나다

by Martine sk Mardres

오랜만에 페이스북으로 연락 준 예전 직장 동료가 소식을 전해왔다. 영국인인 그녀가 요즘은 덴마크에서 살고 있다고 한다. 첫째 딸 아래로 쌍둥이 자매를 키우고 있다는데 첫째가 영재 판정받아서 기쁘고 부담된다고 은근히 자랑을 한다. 내 아이가 아니라 국가의 아이로 넘겨야 하느니라 하고 자랑을 들어준다. 딱히 부럽지는 않다. 내가 아니라 다행이다라는 생각까지 한다. 우리 집 애들은 국가의 아이 말고 그냥 행복하게 남한테 민폐 끼치지 않는 내 아이로 컸으면 좋겠다.

*1953년 지어진 집 . 앞 마당 큰 나뭇가지에 낮에는 다람쥐, 밤에는 부엉이 목격 가능. 새로 쌓인 눈 위에 야생동물 발자국이 항상 찍혀 있어 누가 다녀갔을까 추측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어지는 근황토크 중 지붕 모양 그대로 유지하는 다락방을 아이들 침실로 꾸민 그녀의 집 사진을 보며 이 방이 얼마나 나의 로망인지 지붕 아래 다락방에 대한 감상을 얘기했더니 굉장히 낡고 오래된 집이라고 겸손해한다. 그러다 보니 각자의 집이 얼마나 오래되고 낡았는지 배틀이 시작되었다. 집 외부 사진을 보여주는 그녀, 너네 집 중세 시대 테마 놀이동산 사무실 같이 생겼다고 했더니 깔깔깔 넘어간다. 내가 지금 사는 곳은 어떻냐고 묻기에, 1953년도 지어진 단층집에 지하에 별도 생활공간 있다고 했더니 지하실에 던전으로 이어지는 계단은 없냐니까 뭐 비슷한 건 있다고 했다.


자가면역질환 이랬던가? 온몸이 그냥 설명할 수 없는 이유로 여기저기 아프고 아무리 절식을 해도 체중이 쉽게 늘고 항상 피곤하기에 내가 힘들고 불행한 삶을 살고 있는 건가 끊임없이 고민하게 되고 또 딸아이 세명 육아에 영재로 판명난 첫째 아이까지 잘 키워야 한다는 부담감이 짓누르고 있는 듯한 그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아직 크게 아픈데 없이 건강한 거 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


집에 대해서는 딱히 자랑 삼아 할 얘기가 없어서, 저번 주에 한 밤중 집 앞 나뭇가지에 앉아 있던 해리포터에 출연섭외받을 만한 엄청난 부엉이를 보고 그다음 날은 비슷한 시각 코요테가 길 건너는 것도 봤다고 자랑했다. 아니 이 양반이 자기 네 집 뒷마당에 말 묶어 놨다 그런다. 아서왕 캐멀롯 들먹거리면서 뻥을 치는데 너무나 덴마크 구 시가지 동네 분위기랑 어울려서 진짜인 줄 알았다. 생각 있으면 휴가 일정 맞춰서 서로 집 바꿔서 지내보자라고 제안하는데 솔깃하긴 하지만 향후 적어도 1-2년은 거기까지 날아 가 휴가 쓰고 할 형편이 도저히 안된다고 솔직히 말해 준다.


몇 년 전 재밌게 봤던 로맨틱 홀리데이라는 영화가 생각난다. 서로 집 바꿔서 휴가 쓰는 동안 생기는 일을 그린 내가 좋아하는 흥 넘치는 배우 잭 블랙이 웃기기만 한 게 아니라 로맨틱한 역할로 나오는 웃기는 영화다. 코미디언들이 왜 미녀를 배우자로 맞이하는가. 남을 웃긴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 내가 웃는 것도 좋지만 내가 남을 웃길 때 더 좋다.


아 놀러 가고 싶다. 지금도 놀고 있지만 더 적극적으로 놀고 싶다. 놀다가 힘들어서 뻗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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