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20230204

에드먼턴, 캐나다

by Martine sk Mardres

시누이 생일파티에 온 가족이 초대받았다. 시누이네가 물심양면 도와주지 않았다면 지금까지 캐나다 적응기가 몇 배로 더 힘들었을 것이다. 굉장히 고마운 마음과 함께 도움을 많이 받았으니 뭔가 성의 표시를 하고 싶은데 받은 게 너무 많아 어떻게 돌려줘야 할지 모르겠다. 딱히 돌려받을 생각 없이 내가 퍼주는 괜찮은데 내가 받는 입장이 되는 건 껄끄럽다. 자꾸 빚이 쌓이는 것 같다. 줄 수 있을 때가 좋은 거다라는 말이 확 와 닫는다. 부담스러운 마음을 안고 선물을 뭘로 해야 하나 고민 끝에 이기적 이게도 그냥 남편에게 맡기기로 했다.


저녁 8시 약속인걸 보니 인원이 많아 식당 예약이 쉽지 않았음이 짐작이 간다. 오후 5시쯤 간단한 샌드위치를 만들어 식구들 먹이고 7시 30분쯤 집을 나선다. 가격대가 있는 스테이크 전문 식당에 가는 터라 옷차림이 너무 후줄근해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애들이 참 내 맘 같지 않다.


겨우 날씨에 맞는 옷차림을 하고, 부아가 난 속내를 숨기며 제시간에 도착했음에 안도한다. 시누이네랑 우리 집 식구들 8명인 줄 알았는데 시어머니도 계시고 고등학생 조카의 남자 친구에 성인이 돼서 분가한 큰 조카도 왔고 시누이 절친한 친구네 가족까지 총 18명 대인원이다. 이쯤 되니 뭐 동네잔치 수준이다. 테이블 5개를 차지하고 웨이터들을 정신없게 한 후 드디어 주문을 시작하니 9시가 넘었다.


식사비 절반을 당연히 내려고 했는데 이번은 감당할 수준이 아닌 듯하여 그냥 내가 궁금했던 지중해식 베지터리안 메뉴로 시키고 남편과 아이들이 눈치 없게도 시킨 제일 비싼 스테이크는 한 입씩 뺏어 먹었다. 역시... 고기는 숯불갈비!라는 마음속의 외침을 뒤로하고 옆에 처음 뵙는 시누이 친구의 어머니와 인사도 하고 적당히 흐름이 끊기지 않게 가벼운 대화도 나누다 보니 시간은 벌써 10시 반이 넘어간다.


검은색 드레스에 정장 구두 신고 한 껏 멋을 낸 생일자를 제외하곤 다들 날씨에 대비한 실용적인 옷차림이다.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는데 '캐나다 턱시도=청바지에 청남방'이라는 농담이 농담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남의 시선 따위는 개나 줘 버린 이 동네 사람들의 실용주의는 딱 내 취향이다. 마음껏 후줄근해질 권리를 부여받은 듯하다.


식사가 끝나고 자리를 정리하는데 모두들 군인이었던 시절에 만난 시누이의 지인들이 참으로 호탕하고 서글서글하니 성격이 좋아 보인다. 다들 나이가 나이인지라 이제 한 두 군데 아픈 데가 슬슬 생기니 여기도 아프고 저기도 아프고 건강에 대해 한 마디 씩 하기 시작하니, 또 발동이 슬슬 걸려 "불행 배틀 시작하냐?" 판을 깔았다. 얼마 전 두 번째 뇌진탕에서 가까스로 회복한 시누이 승! 이렇게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 뭐 어쨌든 1등이라 기분 좋다고 호방하게 웃는 시누이의 생일 파티는 이것으로 끝이 난다.


*Canadian Tuxedo - google 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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