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20230115

에드먼턴, 캐나다

by Martine sk Mardres

아이키아-이케아. 모델하우스처럼 예쁘게 꾸며 놓은 쇼룸 둘러보는 재미가 진짜 쏠쏠하며 스웨덴 식의 식사를 제법 저렴한 가격에 푸드코트에서 맛볼 수 있고 부부싸움의 온상이 되기도 한다. 서로의 취향과 예산과 쓸모를 모두 다 만족하는 쇼핑이 가능하긴 한 걸까? 나는 왜 쓸데없이 이리 눈만 높은 것인가. 가격 안 보고 딱 내 맘에 드는 것들의 가격은 왜 다 후들후들하고 가격에 맞춘 것들은 후져 보이니 쇼핑이 이리 힘들일인가. 정말 이걸 누가 사나 싶은 걸 가슴에 소중히 품고 계산대로 향하는 사람을 보며, 각자의 취향을 모두 만족시키려 이 기업이 얼마나 애쓰고 있을까 싶다.


집에 와서 거실 소파 아래 100달러 정도, 요즘엔 환율이 좀 내려간 상태이니 9만 5천 원 정도 되는 제법 두툼한 러그를 발로 느끼니 기분이 좋다. 한국식 밥공기를 못 찾아서 접시에다가 밥을 덜어서 먹었는데 여기에서 북유럽 디자인의 밥공기 그릇을 찾아서 그야말로 폭풍 쇼핑을 했다. 내가 한 번에 차려내는 한국식 식사는 6인분이 최대니까 6개씩 쓸어 담았다. 집에 와서 싱크대 선반에 그릇을 챙겨 넣고 나니 이제 서야 정착한다는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배낭여행 최대로 길게 해 본 것이 두 달이니 그저께까지는 아직 여행 온 건지, 살러 온 건지 구분이 안 가는 기분이었는데 이제야 뭔가 다시 시작하는 설렘으로 가슴이 두근거린다. 의자는 직접 조립해야 하지만 남편이 혼자 다 하겠다니까 옆에서 쳐다보다가 나사나 건네어주며 격려의 말씀이나 선사해야겠다.


지하에 있는 잡동사니를 싹 치우고 나니 거실이 하나 더 생겨버렸다. 완전 텅 비어 있으니 이것저것 채우고 싶은 욕심이 스멀스멀 올라오지만 지갑 사정이 얄팍하니 두 눈 질끈 감고 허리띠도 질끈 매야겠지. 지하만 미니멀리즘이라고 우겨보자.


아이키아, 이케아 이런 식으로 발음이 다른 게 어디 한둘 인가. 비오템이라고 철석같이 믿었던 내 스물일곱, 토론토에서 유학생으로 있던 그 시절에 비오템이 바이오썸이라고 하는 걸 백화점에서 점원이랑 실컷 수다 떨고는 비오템 달라고 했다가 점원이 내가 무슨 소리 하는지 못 알아들어 얼마나 당황스럽던지 실전 영어 굴욕감 톡톡히 느꼈던 기억이 확 떠오른다. 역시 기억은 감정과 연결돼야 오래가는 법이다. 그때 어떤 감정이 들었던가 얼마나 강렬했었냐에 따라 더 또렷이 기억난다. 부정적 감정일수록 그 기억이 오래 생생하게 남는 것이니 트라우마 극복이 얼마나 힘들지 짐작도 안 간다.


이케아는 데이트 삼아 구경하고 소품이나 둘러보며 사고 푸드 코트나 찍고 와야지 꼭 필요한 가구를 사겠다 하는 비장한 마음으로 왔다가는 부부싸움 피하기 쉽지 않을 듯하다. 그래도 먼저 사과한 남편 덕에 구질구질하던 마음이 싹 개운 해졌다. 저녁으로 볶음밥만 주려다가 냉동 치킨윙 꺼내서 오븐에 데워 접시에 같이 담아줬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은 못 갚았지만 치킨윙은 득템 했다는 걸 나중에 생각나면 말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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