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20230211

에드먼턴, 캐나다

by Martine sk Mardres

토요일 12시 30분

동네 아이들이 하나 둘 근처 초등학교 운동장에 모인다. 자기 키 만한 썰매를 둘러업고 따로 약속을 하지 않아도 모여서 노는 슬레드갱에 둘째 딸도 자연스레 합류한다.


모처럼 영상으로 올라간 기온에 봄기운이 느껴져 스노팬츠와 부츠로 무장한 옷차림이 어색하지만 녹기 시작한 눈 속을 헤집고 다니려면 어쩔 수 없다. 오늘 최저 기온 영하 5도로 여태껏 견딘 겨울 추위가 무색하게 포근한 편이었는데, 이 정도 날씨의 캐나다 겨울이면 얼마나 살기 좋을까 다들 한 마디씩 거드는 걸 보니 여기서 태어나 자란 사람들에게도 겨울이 혹독하기는 마찬가지인가 보다.


아이들 데리고 공원이라도 가는 날엔 내 배낭은 항상 먹을 것으로 가득 차 있다. 그저께 구워 놓은 바나나브레드를 큼지막하게 썰어 담고 직접 만든 삼각김밥도 준비하고 옥수수차도 끓여서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동네 아이들과 같이 따라 나온 어른들과 안면도 트고 친분도 쌓는다.


이 동네 엄마들은 아이들이 썰매 탈 때 그냥 짐만 지키는 게 아니라 애들 사이에 섞여서 같이 타는구나. 그냥 애들 타는 것 쳐다보고 커피를 홀짝거리며 짐이나 지키려던 내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눈썰매를 언제 마지막으로 탔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썰매 타는 엄마들 사이에 휩쓸려서 나도 썰매를 타고 언덕을 내려간다. 몸무게로 가속도가 붙어 생각보다 너무 빠르게 내려간다. 저 앞에 서너 살쯤 되어 보이는 꼬맹이를 피해 썰매 줄을 당기니 오히려 그 꼬맹이 쪽으로 썰매가 꺾인다. 썰매로 아이를 치기 전에 자진해서 썰매에서 굴러 엉덩이로 브레이크를 잡아 간신히 충돌을 면하니 등에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린다.


막상 부딪칠 뻔 한 순간에 놀랄 법도 하건만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닌지 딱히 놀란 표정도 아닌 꼬맹이에게 사과를 하니 오히려 내가 괜찮은지 묻는다. '가정교육 잘 받은 꼬맹이군. 뉘 집 자식인지 참 잘 키웠네.' 속으로 생각하며 스노팬츠를 입지도 않았지만 등이고 엉덩이고 온통 눈에 파묻힌 김에 큰 대자로 드러눕는다. 눈밭에 그대로 누워서 하늘을 보니 청명한 하늘에 구름이 높다.


아이고, 아무나 타는 게 아니었네. 얼마나 더 많이 타봐야 익숙하게 방향 전환까지 하며 내려올 수 있으려나. 그래도 쏜살 같이 내려가는 그 순간 만은 정말로 짜릿하니 웃음이 절로 터진다. 머리는 산발이 되고 온통 축축하지만 개의치 않는다.


오늘이 토요일이라니 너무 좋잖아. 주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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