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20230212

에드먼턴, 캐나다

by Martine sk Mardres

2023년 3월 13일부터 3년 동안 에드먼턴의 윌리엄 홀락 공원은 노후된 시설 정비와 녹지회복을 이유로 문을 닫는다.


겨울마다 무료 아웃도어 스케이트를 즐기던 호수도 이용할 수 없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하고 저번 주 첫 "가족 모두 스케이팅"을 시작으로 이번 주 만반의 채비를 해서 다시 갔다.


늦은 아침식사를 끝내자마자 가서 먹을 샌드위치를 만들고 핫쵸코와 커피를 만들 수 있게 보온병에 펄펄 끓인 물을 담고 진흙으로 더러워진 스케이트 날을 닦을 낡은 수건까지 챙겨 넣을 때까지 잠옷 차림 그대로 소파에서 뒹굴거리는 남편에게 눈치를 주고 아이들을 재촉해서 겨우 도착하니 벌써 오후 2시가 넘었다.


주차장은 만원, 눈으로 조각품 만든 것도 보이고 행사 텐트도 몇 군데 보이고 축제를 알리는 표지판도 눈에 띈다. 주차 자리를 찾느라 고심하고 인파에 시달리기도 전에 벌써 미리 피곤해져 버린 어른들과 달리,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축제까지 얻어걸려 입이 귀에 걸린 아이들은 신이 나서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닌다.


애들 잃어버릴까 봐 한 명씩 전담하고 열심히 애들 꽁무니를 쫓아다니는 와중에 둘째 아이랑 같은 반 한국인 가족도 우연히 만나 반가움이 두 배가 된다. 본격적으로 스케이트를 타려고 하니 피겨스케이트 공연이 한창이다. 두 팀 정도 지켜보다가 박수 열심히 쳐 주고 금강산도 식후경! 일단 뱃속을 든든하게 채우고 본격 스케이팅에 들어간다.


저번 주 보다 몇 배나 많아진 인파에도 불구하고 확 트인 자연 속에 호수 빙판은 너무나 광활하니 넓어서 전혀 사람으로 붐비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며칠 영상으로 올라간 기온에 얼음이 중간중간 좀 녹아서 슬러쉬상태가 된 부분이 있는 등 빙판 상태가 썩 좋지는 않다.


그런들 어떠랴 공짜면 양잿물도 마신다는데 나는 이미 이 공짜로 누리는 빙판에 환장한 상태 아니던가.


남편과 나란히 조곤조곤 얘기하면서 천천히 빙판을 가로지르고 있자니 데이트가 따로 없다. 애들은 이제 알아서 놀다가 목마르고 배고프면 짐 보관해둔 곳으로 알아서 찾아오겠지 하며 풀어 둔다.


아이들 양육을 공동 책임지고, 생계를 같이 걱정하고, 고민을 나누고, 여전히 같이 할 미래를 꿈꾸고,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격려하는 좋은 친구가 옆에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다.


그렇게 날은 저물어 가고 텐트 밖으로 퍼지는 라이브 연주에 이끌려 들어가 빈자리에 앉는다.


기타 하나 달랑 들고 몇 안 되는 관객 앞에서 최선을 다해 흥을 돋우고, 농담을 던지고, 노래를 하는 아마추어 뮤지션의 공연을 마지막으로 오늘 하루 가족 소풍을 마무리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이문세_ 붉은노을> 흥얼거리며 차창 밖 풍경을 두눈에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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