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선편으로 보내는 택배를 받는데 약 40일 정도가 걸린다. 한국에서 직구한 물품은 이미 다 받은 터라 더 이상 택배가 올 일이 없다고 안심하던 차 웬걸 살짝 들리는 노크 소리에 설마 하고 부리나케 달려가니 한국에서 이제 대학생이 된 제자가 소포를 보내온 것이 아닌가!
며칠 전에 보내주고 싶은 게 있으니 주소와 전화번호를 가르쳐 달라기에 혹시 나중에 따뜻해지면 놀러 오라고 가르쳐줬지 진짜 항공편으로 뭘 보낼 거라곤, 또 이렇게 빨리 도착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기에 더 깜짝 놀랐다.
여기 한인마트에 김이랑 새우깡이랑 라면 다 판다고!!! 배송비가 212700원 실화냐고!!!
그러나 이걸 보내면서 행복했을 너, 택배 뜯고 베개만큼 커다란 새우깡에 비명 지른 나, 이 눔의 지지배 용돈을 이런데 쓰면 어쩌냐고 등짝을 철썩 때리고 싶은 마음과 함께 그 정성과 마음씀에 울컥해진다.
그나저나 한 번은 울컥하지만 두 번은 안된다! 김 배송금지! 새우깡 배송금지! 라면 배송금지!
이제 대학생이 되는 그 아이는 중2 첫 중간고사를 시원하게 말아먹고 충격적인 점수와 경악으로 가득 찬 심정으로 나에게 왔다. 그때 인연으로 향후 몇 년간 같이 시험 준비와 수행평가와 각종 과제들을 같이 해결해 가며 한국 공교육 영어수업의 폐해와 방향성에 서로 울분을 토하고 동지애를 다져 왔었다.
앞으로 영어가 점수로 매겨지는 시험 문제 풀이에 그치지 않고 성인이 되고서도 꾸준히 삶을 더 풍요롭게 해 줄 도구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다시 말해 영어를 싫어하게 되지 않기를 그렇게 애쓴 결과 국어보다 영어 점수가 항상 더 좋아 별명이 매국노가 되어 버린 나의 사랑하는 제자가 성인으로 첫 발걸음을 떼는 2023년, 그녀의 새로운 시작을 멀리서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