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20230214

에드먼턴, 캐나다

by Martine sk Mardres

비자 문제 등 여러 사정으로 혼인신고를 결혼식 한참 전에 한국에서 두 번 결혼식도 양국에서 각각 따로 두 번 이렇게 하다 보니 결혼한 날짜가 전부 네 번이다, 한 남자와 총 네 번 결혼을 한 셈이다. 이러다 보니 결혼기념일이라고 할 만한 날이 4일이나 된다.


어쩌다 보니 회식 뒤풀이에서 만난 남편과 첫 만남이 자정을 넘어가면서 밸런타인데이에 걸쳐지게 되어 얼렁뚱땅 밸런타인데이에 만났다고 결혼기념일 대신 처음 만난 날을 기념하기로 했다.


서로 결혼기념일 잊어버려서 곤란해지는 일은 평생 없을 것이다. 온 사방팔방에서 꽃다발과 초콜릿 사라고 난리이지 않는가.


거의 스무 해를 같이 하다 보니 딱히 기념일이라고 설레거나 하지는 않지만 안 챙기면 섭섭하다. 선물 교환이나 돈 드는 이벤트는 서로 생략하기로 했기에 마음을 담뿍 담아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Happy Valentine's Day! BTW the bathroom hose leaks!❤️

(밸런타인데이 잘 보내! 화장실 샤워 호스 샌다!)


샤워하려다가 샤워기 호스에서 엄청난 압력으로 물이 터지면서 샤워 커튼 밖으로 물이 튀어나가서 욕조 밖에 배수구도 없는 이놈의 화장실 바닥이 물 바다가 되었다. 아 밸런타인데이 물벼락이라니... 한국어로 다다다다 상황 설명하고 하소연을 하고픈 마음이 굴뚝같지만 영어로 보내는 문자메시지는 간결하다. 뭐든 이런 식이다. 모국어와 외국어의 끝끝내 메울 수 없는 골은 이럴 때 더 확연히 드러난다.


짜증을 무릅쓰고 감정을 정제해 보낸 문자 메시지이지만 받은 사람이 즐거웠다. 다행인가?


중간에 느낌표만 없으면 화장실 샤워꼭지에서 사랑이 넘쳐 새는 줄 알겠다며 저녁 무렵 집에 들어온 남편이 웃는다. 사랑 대신 물이 새서 넘치니 우선 급한 김에 자주 쓰지 않는 지하 화장실에서 호스를 빼다가 교체하기로 하고 하루 종일 기획했던 회심의 저녁식사를 다 같이 먼저 했다.


집에서 내가 밀가루 반죽부터 하는 홈메이드 피자는 시중에 파는 거에 비하면 볼품없고 맛도 그다지 뛰어난 것은 아니지만 어릴 때부터 그 맛에 익숙해진 아이들과 큰돈 들이지 않고 마련하는 짜지 않은 좋은 먹거리라는 데에 더 큰 점수를 주고 하루 종일 반죽 부풀리고 그 반죽을 손으로 일일이 눌러서 펴는데 시간과 품이 많이 든다는 걸 알아주는 남편 역시 맛있게 먹어 준다.


그나저나 홈메이드 피자를 너무 많이 우려먹었다. 새로운 메뉴를 개발해야 할 때 인가보다.

내일 저녁 뭐 먹지? 오늘 저녁을 먹으면서 내일 저녁 메뉴를 고민한다. 인생 최대 고민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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