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작은 한 입만 더 먹고 싶었는데 그걸 안 주고 여기 설탕이랑 버터가 얼마나 많이 들어간 줄 아냐고 타박하며 하루에 한 조각만 배급한 남편 때문이다. 쳇! 치사해서 내가 직접 구워서 유세 떨면서 먹어보리라 하는 다짐과 함께 처음으로 레시피를 찾아서 구웠는데 생각보다 쉽고 결과물도 괜찮았던 기억이 난다.
남편은 매사 정확하게 계량하고 레시피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라 베이킹에 적합한 성격이다. 난 뭐 대충 그까짓 거 손맛으로 적당히 주르륵~눈대중으로 요만큼, 휘리릭, 후다닥 이런 식이니 매일 해 먹는 집밥에 특화되어 있다.
치사해서 시작한 베이킹이 이제는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하교 후 출출한 아이들이 제일 먼저 찾는 간식이 되었고 마음이 뒤숭숭한 날 머리를 비우는 좋은 취미가 되었다.
집 안 가득 채우는 빵 굽는 냄새는 기분 좋게 후각을 자극하고, 가족들에게 행복한 기억의 일부분으로 각인되었으면 한다. 매일 도시락 싸는 아이들을 위해 점심 전 간식 시간에 먹을 수 있도록 머핀이나 쿠키 정도를 같이 담아 주기도 하고 지인들에게 가끔씩 선물하기도 한다.
버터와 설탕이 얼마나 많이 들어가는지 눈으로 보기에 지금은 남편이 그 당시 얄밉게 굴며 한 조각밖에 주지 않은 이유가 납득이 된다. 뭐든 직접 겪어 봐야 진짜 이해를 할 수 있는 것이다.
*바나나 브레드는 구워서 바로 먹는것 보다 잘 덮어서 하루쯤 지나서 먹는것이 확실히 더 맛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