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20230219

에드먼턴, 캐나다

by Martine sk Mardres

'H마트에서 울다'

한국인 엄마와 미국인 아빠를 둔 미셸 자우너의 Crying in H mart를 며칠 동안 붙들고 있다.


개인의 회고록은 처음 읽는데 이렇게 개인사를 속속들이 밝혀도 되나 싶을 정도로 아버지의 치부가 적나라하게 까발려지고 어머니에 대한 회환이 절절히 녹아 있어, 중간에 몇 번이나 책을 내려놨다가 작가에 투영한 내 감정을 가라앉히고 머리를 식힌 후 다시 읽기를 일주일째 드디어 마지막 한 챕터를 남겨두고 있다.


영어가 그리 능숙하지는 않은 한국인 엄마와 한국어를 못하는 자녀 사이의 문화적, 언어적, 세대적 갈등으로 인해 엄청나게 엄마 속 끓인 딸내미가 암에 걸려 시한부 판정을 받은 엄마의 마지막을 지키며 한식을 매개로 한국인의 정체성과 엄마의 인생을 다시 돌아보게 되는 게 주요 내용이다.


캐나다인 아빠와 한국인 엄마를 둔 우리 집 사정에 대입하며 왠지 나와 내 아이들의 관계를 곱씹으며 읽다 보니 더 뭉클하게 감정이입하게 되었다. 내 아이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문득 궁금해진다. 나도 나를 모르는데 너네들이 나를 어떻게 알겠냐고... 하지만 다행히 한국에서 태어나 한동안 좋든 싫든 한국 공교육 그늘 아래에 있던 아이들이니 만큼 한국어로도 충분히 읽고 말하기를 다듬어서 온 게 얼마나 축복인지 모르겠다.


하나뿐인 아이가 엄마를 거부하고 엄마의 언어조차 공유하지 않으며 남편 또한 몸과 마음이 콩밭에 가 있는 상황에 외국 땅을 전전하며 고립된 것과 다름없는 삶을 살다가 암환자가 마주하는 엄청난 고통 속에서 임종을 맞은 미셸의 엄마를 생각하니 가슴이 너무나 먹먹해졌다.


살아생전 있을 때 잘하지 싶다가도 성격과 가치관이 너무 안 맞아 같이 살자니 부딪혀서 힘들고, 안 보고 살자니 그건 더 힘든 '가족'이라는 이름의 관계를 생각해 본다.


예전 중고등학생 시절 그냥 가사와 멜로디가 좋아서 별생각 없이 흥얼거리곤 했던 U2의 (I can't live) with or without you 지금은 가슴 깊이 와 닫는다. 이게 이런 소리였구나.


며칠 동안 즉석떡볶이가 먹고 싶다고 했던 큰 아이의 요청 대로 오늘 떡볶이를 냄비 가득해서 만두도 굽고 라면 사리도 넣고 해서 푸짐하게 만들어 저녁으로 먹었다. H마트에서 산 유통기한이 어마 무시하게 긴 떡볶이 떡과 냉동 어묵은 한국에서 먹던 것보다는 아무래도 품질 면에서 떨어지지만 아쉬운 대로 먹을 만했다. 금방 한 따뜻한 밥과 반찬을 최고로 맛있는 식사로 치는 우리 집 꼬맹이들 입맛을 책임지는 H마트가 이 도시에 두 개나 있어서 참 다행이다.


지지고 볶고 큰 소리로 싸우다가도 또 금방 화해하고, 잘못을 인정할 줄 알고, 맛있는 거 나눠 먹고 각자의 개성과 가치관을 존중해 주며, 누구 한 명의 일방적인 희생을 바탕으로 하지 않고 서로 든든한 버팀목과 울타리가 되어 주는 가족이 되길...애증 보다는 애정이 넘치는 관계로 거듭나도록 항해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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