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20230220

에드먼턴, 캐나다

by Martine sk Mardres

월요일이지만 아이들이 학교를 가지 않았다. 내일도 가지 않을 예정이다. 크리스마스 연휴 이후로 부활절까지는 연휴가 없는 캐나다인들은 임의로 '패밀리데이'라는 공휴일을 만들었다. 올해로 16년 차 밖에 안된 신생 공휴일, 무근본 휴일인 패밀리데이 공휴일에 학교장 재량으로 휴교까지 덧붙여 4일 연휴를 맞이하는 난 공습에 대비하듯 일단 쌀부터 20킬로 사두고 시작했다.


먹는 거야 그렇다 치고 집에서 애들이랑 복작복작 며칠 동안 하루종일 얼굴 맞대고 지낼 생각을 하니 머리가 지끈거린다. 어제 하루는 배 째라 하고 밥만 챙겨 주며 나머지는 애들 아빠한테 맡기고 나는 두문불출 하루 종일 책만 읽느라 대충 지나갔고 오늘은 뭐 하지 눈뜨자마자 고민 끝에 미술관에 가보기로 했다. 오호라 원래는 월요일 휴관인데 오늘은 패밀리 데이라고 무료입장이다.


저번에 미술관에 갔었을 때 눈여겨봤던 Roadtrip을 주제로 한 전시는 이미 끝났고 새로운 전시품으로 구성되었는데 신생작가의 작품보다는 Sobeys슈퍼마켓 체인 창업주 가문이 소장하고 있는 미술품이 주요 전시 대상이다. 어디 달력에서 본 듯해 낯이 좀 익은 캐나다인 아티스트 'Emily Carr에밀리 카'의 작품이 제법 많다. 딱히 가슴이 웅장해지거나 그런 느낌까지 받는 건 아니고 유명한 사람이 그린 유명한 그림인가 보다 하고 지나간다. 딱히 그림에 조예가 깊거나 하지는 않아 눈도장 찍는다는 마음으로 훑어본다.


무료입장이라 신난다. 무료입장이라 짜증 난다.


사람들이 너무 많다. 애들이 소리 지르며 뛰어다닌다. 음식물 반입금지! 적혀 있으면 뭐 하나 손에는 음료수, 입에 뭘 우물우물 씹고 먹으며 떠들고 사진촬영 금지 적혀 있는 곳 바로 앞에서 인증샷 찍고, 무료입장이라 그런가 미술관에 굳이 돈 내고는 안 올 사람들까지 마구 몰려와서 시끌벅적 시장통이 따로 없다.


그 와중에 입장객을 한 줄로 세우고 인원수를 고려해서 입장시키고, 들어오고 나가는 문을 잡아주고 미소로 응대하는 미술관 직원들의 애쓰는 모습에 감사하며 사람들이 그나마 적게 모여 있는 곳을 골라서 다니다 보니 분위기는 점차 나아지고 저조했던 기분도 다시 상승곡선을 띄며 특정 작품에 대한 관점도 아이들과 공유하며 의견을 나누는 등 함께 하는 시간을 즐기게 된다.


전시실은 음식물 반입금지이지만 전시실 밖에는 집에서 가져온 간식을 먹을 수 있게 테이블과 의자가 배치되어 있다. 원래 큰 가방과 배낭은 유료락커에 보관하여야 입장이 가능한데 오늘은 관람객이 너무 많아 굳이 배낭을 메고 있다고 입장을 재지 하지는 않아 간식 보따리를 내도록 들고 다닌다.


간식을 다 먹고 나니 가방이 가벼워져서 좋다. 집에서 간식 다 들고 가고 버스비만 쓰고 하루를 보내고 나니 가성비 넘치게 가족과 함께 하는 알찬 공휴일을 보냈다는 생각에 주부로써 참 흐뭇하다.


내일은 영하 25도까지 떨어진다니 전기장판 위에서 이불속 집콕 휴가 북캉스! 나는 이런 거 너무 좋은데 애들은 싫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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