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20230221

에드먼턴, 캐나다

by Martine sk Mardres

화요일이기도 하고 한국은 수요일이기도 한 이 시간, 라디오에서는 라디오헤드의 Creep이 흘러나온다. 결혼 전, 약 20여 년 전 그 시절 그렇게 유행했던 그 팝송은 오죽했으면 아무 노래나 괜찮다고 하던 오픈마이크 공연에서 금지곡 1위로, 검정 매직펜으로 공책을 부욱 찢은 종이에 신경질적으로 No Creep이라고 투박하게 적어, 드럼 앞에 스카치테이프로 쫙 붙여 놓기 까지 했더랬다.


Creep은 캐나다 유학 후 귀국한 그다음 날 여차저차 웃기는 사연으로 한국 노래방에서 처음 만난 캐나다인 남편의 애창곡이기도 했다. 음정이 어떻게 이렇게 한결 같이 반 음계 낮은 것도 재주라면 재주인 이 분, 음치였던 것이었다. 본인은 모른다. 자존감이 높은 이 분, 본인이 노래를 못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지 않다.


소리에 민감한 나, 음치를 견딜 수 없다. 이건 숫제 고문이다. 마이크를 뺏고 싶다. 노래방 기계를 꺼 버리고 싶다. 그렇게 상상만 하던 와중 내 생각을 누군가가 행동으로 옮겼다. 그날 그분이 그렇게 화내는걸 처음 목격했다. 꽉 다문 입술, 열이 오른 얼굴로 부들부들 떨면서 꿋꿋이 노래방 리모컨에 다시 그 번호를 입력하며 처음부터 끝까지 반 음정 낮은 채로 그 노래를 불렀더랬다.


음치랑은 절대 노래방에 같이 안 가야지라고 맹세를 했었는데, 그 이후로도 몇 번이나 반 음정 낮은 Creep을 들었던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노래를 들으며 거의 실시간으로 자판을 두들기자니 흥이 난다. 조금은 소란스러운 분위기라 여럿이 떠들고 웃어도 주변 눈길 의식하지 않고 편하게 다 같이 한국어로 떠들고 옛날 얘기 하면서 맛있는 거 먹으면 참 좋겠다는 망상에 젖어들고 있자니 노래가 끝이 나고 광고가 들린다. 노래 한 곡에 젖어 온갖 상상을 하자니 손 끝이 시리다. 오늘의 최고 기온 영하 23도 최저는 영하 28도! 북극 체험 제대로 하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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