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20230222

에드먼턴, 캐나다

by Martine sk Mardres

드디어 아이들이 등교를 한다. 하필 어제부터 엄청나게 추워져서 영하 25도 이하로 떨어지는 날씨에 하는 등하교가 좀 안쓰럽다. 이 나라 사람들은 혹독한 겨울이 다반사, 하도 익숙해서 그런지 영상 1도쯤 까지 올라가면 심심찮게 길거리에 반바지로 돌아다니는 사람을 제법 볼 수 있다. 처음 영하 5도쯤에 버스 정류장에서 달달 떨고 있는데 눈앞에 지나가는 반바지 차림을 보고 충격을 받았었다. 몇 분쯤 후엔 반팔 티셔츠로 조깅하는 사람도 목격하고 나니 오늘 몇 명이나 반팔 반바지 차림인가 세어 보자 하며 문화충격받았더랬다.


한 달쯤 전에 귀가 떨어질 것 같은 한파를 견디다 못해 호밀밭의 파수꾼, 소설 속 주인공 홀든이 집착하던 그 귀달이 헌팅캡을 샀다. 한국에 계신 아버지가 보신다면 군밤장수 모자냐고, 가루가 될 때까지 놀려댈 것 같은 귀가 덮이는 모자인데, 둘째 딸이 빌려달라고 한다. 머리 감은 지 이틀이 넘지 않았을 때만 빌려 준다고 못 박아 뒀더니 모자 빌려 쓰려고 그런 건가 머리를 생각보다는 자주 감는 듯하다.


살을 에이는 추위, 피부를 저미는 듯한 차디 찬 칼바람... 뭐 책에서나 마주친 표현인데 정말 '살을 에다'를 영어로 옮기면 slicing, gnawing쯤 되려나 아주 피부를 날카로운 바늘로 마구마구 찌르는 듯하고 외부에 노출된 피부와 눈알, 콧속 수분이 실시간으로 얼어붙으려 하는 걸 온몸으로 저항하다 집으로 돌아오면 물먹은 솜처럼 눈이 감기고 노곤하다. 뜨거운 국밥이 저절로 생각난다.


오늘 점심 메뉴는 경상도 식 콩나물 소고기 뭇국! 소고기 뭇국에 고춧가루와 콩나물을 더해서 육개장 비주얼이지만 멸치육수를 넣기에 국물은 시원하다. 멸치가 없어서 얼마 전 한국에서 직구한 멸치 다시다를 한 숟가락 넣었더니 먹을 만하다. 국거리 소고기도 없어서 지퍼락에 납작하게 펴서 얼린 다진 소고기를 해동도 안 한채 완자 마냥 뭉쳐서 넣었고 파도 없어서 생략했지만 마늘만큼은 미친 듯이 많이 넣었다. 이쯤 되면 마늘은 향신료가 아니라 그냥 채소 취급을 하는 게 맞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정신으로 없는 재료는 최대한 비슷한 맛이 나는 걸로 구색을 맞추고 재료가 달라지다 보니 레시피를 그대로 따라 하기도 힘들지만 기억에 의존해 내 입에 맞도록 간을 맞추다 보니 얼추 비슷한 맛이 난다. 밑반찬 따위는 사치, 커다란 대접에 밥을 깔고 그 위에 국을 올려 바로 국밥 한 그릇 뚝딱 말아 온라인 수업에 매진하는 척 수도쿠 퍼즐과 유튜브 영상 동시에 보며 멀티태스킹 하던 남편도 불러 점심 먹고 나니 이 무시무시한 추위도 견딜 만하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40 2023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