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아이 학교에 3월부터 신청할 수 있는 과학 특성화 교육 프로그램 설명회 겸 오픈 하우스에 다녀왔다. 저녁 7시부터 시작하는 행사라 저녁을 평소보다 일찍 먹은 후 버스를 타고 학교에 도착했다.
저녁때쯤 기온은 더 내려가 영하 27도까지 떨어졌다. 이 엄청난 한파에도 자원봉사하러 나온 아이들과 학부모들 그리고 교직원들에게 감사하며, 학교를 찬찬히 둘러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칠세라 화장실도 한 번 괜히 들어가 보고 복도 여기저기 둘러보고 열린 교실문 사이로 전시물을 감상하기도 하며 평소 궁금했던 것들을 직접 대면해서 교장선생님과 교직원들에게 질문도 하고 나니 설명회 시간이 다 되어 준비된 장소로 갔다.
둘째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는 과학 특성화 초등학교이다. 일반 프로그램도 같이 운영하고 있는데 지금 둘째 아이가 포함된 수업은 일반 프로그램으로 커뮤니티 프로그램이라 불리고 과학 특성화 수업은 모든 수업이 과학 수업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게 다른 점인 듯했다.
설명을 듣기 전까지는 방과 후 수업 설명회인가? 혼자 착각하고 갔다가 하루종일 수업이 프로젝트 중심, 과학 수업 중심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에 솔직히 좀 놀랐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이후 평균 기초 학력 저하라는 현실을 맞아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지만 주입식 교육 말고 다른 대안을 찾아 끝없이 새로운 방식을 도입해 적용해 보려는 시도는 높이 평가 하고 싶다.
정말 어린 자녀들을 대동하고 온 학부모들도 제법 있었기에 마이크 없이 프레젠테이션하는 두 분 선생님들 목소리를 뚫고 간식 달라 여기 지겹다 장난감 없냐 딴 데 가도 되냐... 쉴 새 없이 찡얼거리는 꼬맹이들 두 명이 슬슬 거슬리던 중 그 부모들이 점잖게 있어야지 몇 번 달래다가 안 되니 아빠가 아이들 두 명을 옆구리에 끼고 행사장 밖으로 데리고 나간다. 십 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기분이다. 아... 개운해.
선생님 두 분의 과학 프로그램 설명이 끝나자 강당으로 옮겨 이 프로그램으로 학교를 졸업한 후 중고등 학교로 진학하여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고 명망있는 좋은 대학에 조기입학 허가까지 받은 졸업생의 간증 연설이 이어 진다.
하필이면 동양인 아이라 원래 그 아이가 전형적인 이민자 집안의 인종적 특성으로 학업 성적에 굉장히 관심을 기울이고 타이거맘 부모의 전폭적인 학습코칭과 투자를 받아 좋은 성적을 거둔 건지, 학교 과학 프로그램의 마법으로 그렇게 된 건지 경계가 애매모호 하지만 일단 결과를 두고 보면 학교 측도 졸업생 자랑 좀 할 수 있지 싶어 적당히 넘어가 준다. 어쨌든 조별과제와 프레젠테이션, 과학실험 보고서 글쓰기 양식에 익숙해져서 고등학교 성적 관리에 도움이 되었다는 것은 사실일 테니 그런 점을 어필하러 온 것임에는 틀림없으니까.
약은 이렇게 팔아야지. 암... 이 분들 약 팔 줄 아네.
이 프로그램의 골자는 교실 밖 현장학습이 많고, 아이들이 주도해서 프로젝트를 꾸려 나가도록 어른들이 옆에서 잘 보조한다는 것이잖아!
속이 터지고 답답해도 아이들 옆에서 잘 지켜보고, 질문이 끊이지 않도록 격려하고 그 끊임없는 질문에 인내심을 가지고 학생과 교사가 서로 만족할 결과가 나올 때까지 시간을 들일 준비를 하겠다는 결의에 가득 찬 선생님들이 포진해 있다는 것이 제일 큰 핵심인 듯했다.
흙바닥을 헤집으며 해맑게 웃는 학생들의 사진을 보면서 둘째 딸은 당연히 좋아라 하며 한번 해 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제 4학년이라고 그냥 막무가내 고집 피우는것이 아닌 본인 의견이 더 중요한 시기가 왔다. 스스로 생각해서 결정하고 선택하는것 자체가 새로운 영역이니 만큼 이 과정 자체로도 배움이 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