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 20230304

에드먼턴, 캐나다

by Martine sk Mardres

굿윌 Goodwill, '호의', '선의' 정도로 번역이 가능한 단어이고 또 가게 이름이기도 하다. 한국으로 치면 '아름다운 가게' 정도 되려나 뭐 이런저런 안 쓰는 물품을 기증하고 기증받은 물품을 판매해서 수익을 내고 그 수익을 바탕으로 장애인 복지와 일자리 창출에 힘을 쏟는 사업체 중 하나이다.


판매수입 1달러 중 89센트가 기부된다고 하니 내 거 챙기면서 기부도 하고, 더 이상 필요가 없고 자리만 차지하던 물건이 적절한 곳에서 또다시 두 번째 생을 갖게 된다는 것도 자원 재활용 측면뿐 아니라 알뜰 쇼핑의 기회까지 주는 여러모로 의미 있는 일이라 할 수 있겠다.


남편이 흥분한 얼굴로 굿윌에서 돌아왔다.

저녁 먹으라고 다 차려 놓고 세 번째 부르는 데도 정신이 팔려 있다.


남들 눈에 안 띄게 숨어 있던 보물의 가치를 나 혼자만 알아본듯 신나서 귀가 빨개진 채 한달음에 집으로 와서 온 거실 바닥에 쏟아놓고 감탄하고, 골라내고, 분류하고 하나하나 감상을 늘어놓다가 드디어 내가 어금니 꽉 물고, 미간에 살짝 주름진 채로 아무 소리 없이 보내는 서늘한 시선을 눈치챈 듯하다. 주섬주섬 아이들에게 눈치를 주며 식탁으로 와서 앉는다.


한 봉지 35달러짜리 랜덤 레고 봉지 두 개를 무슨 전리품 마냥 소중히 품고 와서는 저녁 내내 애들이랑 뒤적뒤적하면서 입에 가끔 거품을 물고 흥분하면서 스타워즈 1세대 최초 어쩌고 저쩌고 이건 1980년대 생산품이야 블라 블라... 빈티지 어쩌고 컬렉터블...


내가 보기엔 먼지 가득한 창고 정리하다 발견한 적어도 2-30년 이상 묵은 막내아이 가지고 놀던 장난감 기증한 모양새인데... 머글 눈에는 보이지 않는 그들 세계의 보물은 덕후들에게 무사히 전달된 듯하다. 덕후 DNA는 엄청난 조기교육과 꾸준한 학습, 시기적절한 콘텐츠 노출, 조련, 분위기 조성으로 세대를 거쳐 대물림 된다.


그래 어디 가서 고작 70달러 쓰고 세 시간 넘게 세 명이서 세대를 초월해서 입에 거품 물고 광분하며 즐겁기가 쉽지는 않지. 이 정도는 얼마든지 눈감아 줄 수 있다.


그래도 밥은 좀 따뜻할 때 먹자!



지금도 아마존에 한개 15달러 입찰가라는 액션피겨. 사는 사람이 15달러 줘야 이 거래가 성립되는거 아닌가? 한놈만 걸려라 정신...

저 액션피겨 표정=밥먹으라고 쳐다보는 서늘한 내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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