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 20230306

에드먼턴, 캐나다

by Martine sk Mardres

Shoppers Drug Mart

약을 판다.

약국인가? 약국이기도 하다. 우체국도 안에 있다. 식료품도 팔고 버스표도 팔고 화장품도 판다. 이쯤 되면 약국이라는 이름이 무색하지만 공식적으로 다른 상점에서는 살 수 없는 처방약도 판다는 점을 크게 부각하기 위해 가게 이름에 '약'을 넣은 듯하다.


둘째 아이를 데리고 걸어서 오는 하굣길에 Safeway라는 이름의 커다란 슈퍼마켓 체인점과 그 맞은편에 쇼퍼스 드럭마트가 있는데 괜히 아이랑 안에 들어가서 세일하는 품목 중 딱히 당장은 필요하지 않으나 갑자기 떨어지면 곤란한 것들 산다는 핑계로 그냥 뭐라도 사고 싶은 소비욕구를 소박하게 풀고 온다.


동전지갑에 2달러짜리 동전 두 개와 1달러짜리 두 개가 짤랑거린다. 오늘의 탕진잼. 6달러 한도 내에서 폭풍쇼핑! 이거 무슨 5천 원짜리 하나 주면서 라테 두 잔 사 오고 나머지는 용돈 해 같은 소리냔 말이다. 그래도 둘째 아이를 꼬여서 안에 들어가는 데는 성공했다.


1리터짜리 페트병에 들어 있는 쵸코우유가 세일한다. 솔직히 평소에 절대 사지 않는 간식이지만 숙취에 좋다는 초콜릿우유를 꼭 사두고 싶다. 아직 마시지도 않아서 생기지도 않은 숙취 미리 대비 하고 싶다. 꼭 4리터짜리 페트병 우유랑 똑같이 생긴 미니어처 통도 너무 귀엽다. 마시고 나면 재활용통에 들어갈 플라스틱 통이 너무 귀여워서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사야 할 이유를 이래 저래 3가지 만들고 나 자신의 소비욕구를 정당화한 후 장바구니에 넣는다.


평소에 도시락 쌀 때 넣어주는 주스박스 6개 묶음이 $2.99 아직까지 계속 한국 환율로 계산하는 버릇을 못 버렸다. 3천 원도 안 하는데 100% 사과주스가 6개면 한 개 500원도 안 해! 이건 못 참지. 장바구니로 고! 고!


동전을 쓰려고 왔기에 무인 계산대를 이용할 수 없다. 딱히 바쁜 것은 아니기에 계산대에 계산원이 한 명 밖에 없고 또 할아버지 손님의 질문에 친절하게 대답해 주며, 할아버지 손님이 "나 때는 말이야~ "하며 계산원에게 계속 말을 거는 걸 지켜보고 있자니 '빨리빨리'국에서 온 효율의 민족 출신인 나는 바쁘지 않은 상황인데도 마음이 조급해졌다.

30분 같던 3분이 지나가고 드디어 내 차례, 2.99달러 더하기 1.79달러 거기다가 부가세 등등 붙어 봐야 6달러로 충분히 계산 가능하겠다고 생각했는데 아뿔싸... 모든 페트병과 테트라팩 제품의 음료는 10센트 정도의 보증금이 붙는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맥주병 가져다주면 보증금 돌려주듯이 음료수병 모아서 재활용품점에 가져다주면 보증금을 환불해 준다.


동전 6달러 쓰려고 갔는데 총가격이 6달러 4센트... 미치겠다. 4센트 때문에 신용카드 꺼내게 생겼다. 신용카드 가져오기는 했던가 부스럭 거리며 가방을 뒤지는데 맨날 허파 뒤집던 딸내미가 길바닥에서 주운 건가 어디서 났는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5센트짜리를 하나 건네어준다.


오늘의 구원투수 둘째 딸, 내가 나중에 잊지 않고 5센트어치 쵸코우유 꼭 나누어 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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