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 20230308

에드먼턴, 캐나다

by Martine sk Mardres

원래부터 감자를 좋아하긴 했다. 감자칩, 감자전, 휴게소 알감자 구이, 구운 감자에 사워크림, 후추 안 뿌린 감자볶음, 부드럽게 입에서 녹아내리는 매쉬드 포테이토, 감자튀김에 치즈 커드와 그레이비 많이 올린 푸틴... 생각만 해도 침이 고인다. 사둔 지 2주가 훨씬 넘어가는 10킬로짜리 감자를 등한시했더니 싹이 나려고 한다. 감자... 감자를 본격적으로 먹어 보자.


어제 감자를 치즈 그레이터에 갈아서 맛소금 살짝 넣고 혼자서 감자전으로 아침 겸 점심을 먹었다. 감자 1개 갈았더니 딱 한 접시 나온다. 다 먹고 나니 식욕이 돌기 시작한다. 감자 한 개 더 꺼내서 갈아서 한 판을 더 만들고 나니 역시 약간 부족한 대로 한 접시만 먹고 젓가락 내려놓는 게 나을 뻔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을 감자전을 앞에 두고 절실히 느낀다.


아니면 한 입만 더 달라고 굽는데 옆에서 입 벌리고 아기 참새 같이 짹짹거리는 애들 없이 혼자 먹어서 흥이 나지 않았을 수도...


오늘 아침 겸 점심은 스위스식 감자요리 뢰스티를 흉내 내 보기로 한다. 감자를 완전히 갈지는 않고 가늘게 채를 치는 기분으로 치즈 그레이터 구멍이 조금 더 큰 쪽으로 감자를 갈아 대니 힘이 덜 들어가서 훨씬 수월하다. 소금 대신 파마산 치즈 가루를 섞고 달군 팬에 버터 스틱으로 쓱쓱 두어 번 문질러 준 후 반죽을 넓고 얇게 편다. 고소한 냄새가 식욕을 돋운다. 팬을 손목 스냅을 사용해서 튕기며 멋들어지게 감자 반죽을 뒤집고 싶지만 괜히 시도했다가 이리저리 찢어져서 난장판이 될까 봐 그냥 뒤집게를 사용해서 소심하게 철퍼덕!


이래저래 안 찢어지고 노릇노릇 잘 구워졌다. 버터와 파마산 치즈로 풍미를 한껏 올렸기에 코 끝에 스미는 향은 기대를 부풀린다. 감자를 전분물이 나오도록 곱게 갈면 식감이 쫀득쫀득하니 좋은데 팔 아프다고 곱게 안 갈고 대충 채치는 정도로만 했더니 역시 감자전 같은 쫄깃 한 식감은 사라지고 좀 퍽퍽하긴 하다. 냄새가 너무 좋아 기대 만발해서 먹은 것치곤 좀 시큰둥한 맛이다.


갑자기 지하철로 오고 가는 길목 지하상가에서 엄청나게 냄새를 피우는 델리만쥬가 생각난다.


내일은 다시 감자전으로 돌아가야겠다. 그다음엔 감자 감자 감자... 광기 어린, 반지의 제왕 감자타령남 정원사 호빗 샘에 빙의되어 끓이고 뭉개고 스튜에 넣고 Boil them mash them stick them in the stew...


감자 10킬로 그까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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