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 20230309

에드먼턴, 캐나다

by Martine sk Mardres

둘째 딸이 다니는 학교에서 학부모 초청 행사가 있어서 다녀왔다. 목요일을 제외하곤 학교에 8시 30분까지 등교해서 3시 30분에 하교한다. 목요일은 1시간 일찍 마치는데 보통 목요일에 현장학습이며 학교행사를 몰아서 하는 것 같았다. 오늘 학교 행사의 목적은 그동안 아이들이 수업시간에 뭘 했는지 등을 공개하고 아이들이 부모님에게 그동안 했던 학습 성과물을 보여주고, 전시하고, 아이들이 직접 설명하고 또 방문한 김에 선생님과 상담하는 시간도 가지는 것이다.


수업 시간 중에 가지는 공개 수업과는 달리 수업이 끝나고 난 이후부터 진행되는 게 특이했고 교사와의 상담시간을 미리 정하고 오는 게 아니라 눈치껏 선생님 근처에서 기다렸다가 수다 떨듯이 선생님과 아이와 같이 이야기하는 등 굉장히 자유로운 분위기였다.


교실에서 아이가 주도하는 수학 퀴즈를 같이 풀고 선생님이 물론 도움을 주셨겠지만 대체적으로 아이들이 만들어 놓은 듯 한 전시품들이 곳곳에 있었는데 그중 남편과 내가 마음을 쏙 빼앗긴 것은 종이로 만든 핀볼 게임기였다. 직접 게임을 해 볼 수도 있었는데 종이로 만든 것 치고는 제대로 작동까지 되는 근사한 프로젝트 결과물을 보고 있자니 이걸 만들면서 아이들이 얼마나 즐거워했을까 상상이 된다.


교실 구석에는 아이들이 쉬는 시간에 편하게 앉아서 책을 볼 수 있도록 두꺼운 카펫이 깔려 있고 귀여운 어린이용 1인용 소파도 있어서 너무 마음에 들었다. 꼭 유치원에서 선생님이 애들 앉혀놓고 책 읽어 줄 듯한 서클타임에 어울리는 분위기다.


교실 뒤편 세계 지도를 보니 뭔가 이상하다. 한국에서 세계지도를 보면 북미지역이 오른쪽에 배치되어 있는데 오늘 여기 걸려 있는 지도에는 북미지역이 왼쪽에 있고 유럽과 아시아 지역이 오른쪽에 있다. 별것 아닌데 지도상의 위치가 바뀐 것 만으로 약간 혼란스럽다. 평소 눈에 익은 지리적 위치가 아니다 보니 눈에 잘 안 들어왔다. 내가 보던 지도와 다르다는 건 충격이다. 다 같은 메이드 인 차이나인줄 알았는데 차이 난다.


알록달록한 압정이 지도에 박혀 있는데 지도 위에 Where I was born이라고 쓰여 있는 것 보니 반 학생들의 출생지를 마킹해 놓은 것 같다. 대체로 에드먼턴에 압정이 많았지만 한국에 압정 2개가 박혀 있고 이란과 이라크 파키스탄 말레이시아 홍콩 인도 우크라이나에도 압정이 박혀 있다. 역시 다문화 끝판왕 캐나다 교실답다.


저번 현장학습에 도우미로 동행한 이후 또 도우미로 발탁되었다. 이런데 시간 내기 정말 수월한 전업주부인 현재 신분이 완전히 들통났다. 유주얼 서스펙트. 학부모 도우미 후보 1순위로 제일 먼저 차출된다.


이제 둘째 아이 데리러 학교에 가면 나한테 먼저 말 걸어 주는 아이들과 타 학부모들이 있다. 내가 먼저 말 안 걸어도 먼저 말 걸어 주는 안면 있는 사람들이 생겼다는 건 기쁜 일이다. 그나저나 얼굴에 뭘 좀 더 바르고 다녀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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