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 20230312

에드먼턴, 캐나다

by Martine sk Mardres

캐나다인 시어머니는 김이 싫다고 하셨다.


(어머님은 파래김이 싫다고 하셨어 어머님은 파래김이...)

마음속에 G.O.D 노래 배경음악 자동재생 중~


김을 피하려고 부드럽게 돌려 말하는데 며느리인 나는 못 알아듣고 또 권한다. "집에 나는 안 먹지만 애들 주려고 김 하나 사두고 있다" 그렇게 돌려 말하는 데도 또 김을 시어머니 앞에 내민다. 시어머니는 김이 너무 짜다고 말하나 이건 저염 김이라고 대꾸한다. 스읍 눈을 딱 맞추고 김 향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나니, 그제야 눈치 -100단 한국 며느리는 여전히 혼란스러워 하며 김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는다.


아니 김 싫어하는 사람이 있었어?

나 김 못 먹는데? 없어서!!


혹시 내가 김 타령한다고 한국에서 김 보내려는 사람 또 있을까봐 여기 한인마트 김 파니까 절때 보내지 말라고 한번 더 언급해야겠다.


내가 눈치가 없다는 걸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다. 진심으로 통감한 적은 없었기에 내가 눈치 없이 행동해서 시어머니를 불편하게 하는 동안 중간에 끼어들어야 하나 조마조마했다고 남편이 조목조목 풀어서 설명하는 걸 듣는 것은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다. 나는 눈치 못 챈 시어머니의 김 안 먹을꺼라는 거부의 시그널, 세상에나 남편이 다섯개나 짚어 주었다. 내가 진짜 눈치 없다는 걸 이제 서야 생생하게 깨닫고 진정 내 상태에 대해 이해했다.


눈치 없는 사람은 본인이 눈치 없다는 걸 눈치가 없기 때문에 눈치채지 못한다.


눈치가 진정으로 없는 것인가. 타인에 대한 무관심으로 배려심이 없는 것인가. 나 중심으로만 생각해서 타인의 기호와 취향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거니 상대도 좋아할 거라고 생각함과 동시에 거절은 거절하는 막무가내 권유로 주위 사람들을 은연중에 괴롭힌 것은 아닌가 반성해 본다.


Green eggs and ham이라는 동화책이 있다. 싫다는 데도 따라다니며 먹어 보라고 끈질기게 권유하는 게 책 내용이다. 시달리다 못해 이거 먹으면 다시는 권하지 말고 날 좀 내 버려두라고 타협을 한 후 찌푸린 얼굴로 억지로 한 입 먹었는데 생각보다 먹을 만해서 맛있게 먹게 된다는 내용인데 동화는 동화, 현실은 현실! 내가 좋아하는 김. 아끼느라 애들한테나 가끔 내주는 김, 좋은 마음으로 시어머니께 권했다가 본전도 못 찾았다.


돌려 말하면 나는 잘 알아듣지 못한다. 분위기도 잘 읽지 못한다. 속마음 따로 내뱉는 말 따로 돌려 까는 말 등등 나는 못 알아 들어서 의도치 않게 주변인들 기분 상하게 하거나 허파 뒤집는 일이 이제껏 제법 있었을 것이다. 이런 나로 인해 중간에서 제일 힘들었을 남편에게 번거로워서 자주 만들지는 않는 피자를 반죽부터 시작해서 직접 만들어 그동안의 노고를 치하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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