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아이스 스케이트를 사고 몇 번 더 갔던 에드먼턴 윌리엄 홀락 공원, 오늘을 마지막으로 대대적인 공사에 들어가기에 최소 3년간 문을 닫는다. 아쉬운 마음에 앞집 그녀의 식구들과 함께 홀락 공원에서의 마지막 스케이팅을 함께 하기로 했다.
마지막이라는 아쉬움으로 혹시나 주차할 자리도 없이 사람들이 가득 모여 있지 않을까 걱정을 했지만 공원이 넓어서 그런지 생각보다는 여유롭다.
마지막 풍경을 기록하려는 뉴스 촬영팀이 눈에 띈다. 코스프레하는 여학생들이 게임 속 캐릭터 의상을 갖춰 입고 본인들 스케이트 타는 모습을 이리저리 찍어 대며 동물 귀에 치렁치렁한 노란 머리 가발이 칼바람에 뒤집어지지 않게 애쓰는 와중 촬영팀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는 척하면서 주위를 계속 맴도는 게 귀엽고 웃기다.
몇 번 와 봤다고 이제 제법 속도 있게 빙판을 가르는 내 모습을 보며 너 뒤로도 갈 수 있냐고 궁금해하는 그녀를 위해 사람들 없는 구석을 찾아 혼자 멀리 떨어져서 연습하다가 뒤로 가기를 성공했다. 기쁜 마음에 서둘러 방향을 틀다가 균형이 무너져서 쿠당탕 무릎으로 넘어졌다. 꼴사납게 허우적거리며 혼자 빙판 위에서 일어나려 애쓰다가 또 넘어진 김에 빙판 위에 확 드러누워 버렸다.
하늘이 너무나 푸르르다. 구름이 몽실몽실 하얗고 풍성해서 심슨가족 만화 오프닝이 연상된다. 예전 쓰던 컴퓨터 윈도 기본 바탕화면 같기도 하다.
불규칙했던 호흡을 가다듬고 허리도 한 번 쭉 펴고 스트레칭한 후 뒤통수가 빙판에 닿아 싸늘하게 식어가기에 이제 툭툭 털고 일어나니 저쪽 구석에 카메라가 한 대 더 보인다. 사람들 잘 안 오는 구석이라 생각하고 혼자 육갑을 떨며 우당탕탕 원맨쇼 하던걸 누군가가 보고 촬영까지 했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얼굴이 확 달아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