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20230118

에드먼턴, 캐나다

by Martine sk Mardres

요즘 제일 많이 이용한 슈퍼마켓은 노프릴즈, 프릴 장식이 없다는 뜻의 이 슈퍼마켓은 이 동네서 제일 저렴한데 나름 괜찮은 식재료를 파는 가게이다. 전 세계적으로 우크라이나 전쟁통에 계절마저도 겨울이니 당연하게 식재료 가격이 많이 올랐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식당물가 역시 겁나게 올라서 한국에서 처럼 별생각 없이 외식을 하거나 배달 음식을 시켜 먹을 수는 없으니 장 봐서 직접 해 먹는 게 제일 저렴하게 가족들 도시락과 매 끼니를 챙기는 방법이다.


내가 좋아하는 단어 중에 하나가 '직관적'이라는 단어인데 이 슈퍼마켓 이름 하나 참 직관적으로 잘 지었다 싶다. 거추장스러운 프릴 따위는 떼버리고 가격대비 품질로만 승부하겠다는 가성비에 눈 돌아가는 내가 혹할 수밖에 없는 이름이다. 슈퍼마켓 내부는 실용적이다. 쓸데없는 장식과 불필요한 공간을 최소화하고 식료품에 품질을 확인하는 데는 문제없도록 잘 배열해 둔 듯하다. 분위기에 투자하기보다는 제품 단가를 낮추는데 더 관심을 기울인 흔적이 역력하다.


바나나가 참 싸다. 한국에서도 바나나가 싼 편인데 여기는 킬로당 천원도 안 하는 가격이다. 한 보따리 가져다가 바나나 브레드도 만들고 피넛버터 바나나 샌드위치도 만들고 방과 후 출출함을 달래며 그냥 하나 까먹어도 좋고 여기저기 잘 가져다 쓸 수 있어 좋다. 내 어린 시절 바나나는 참 귀하고 비싸고 신기했었는데 요즘은 애들 학교에 아침 안 먹고 온 애들 그냥 가져다가 먹으라고 제공될 정도로 널려 있다고 하니 고맙기도 하고 이런 유용한 바나나가 멸종위기라니 믿고 싶지 않다.


앨버타가 캐나다 소고기를 수출하는 데라서 그런지 고깃값이 싸다. 환경을 생각하고 건강을 생각해서 육식을 줄이자고 생각하다가도 저렴한 고깃값에 성장기 애들은 고기 좀 먹어야지 하며 쇼핑카트에 담는다. 파스타소스에도 넣고 볶음밥에 죽도 만들고 미역국 끓일 때도 넣고, 한 번에 많이 쓰진 않고 여기저기 쓰임이 좋아서 갈아놓은 소고기로 집어 든다. 물론 병아리콩이나 두부 등 식물성 단백질도 아이들에게 익숙하도록 자주 먹이지만 두부값이랑 소고기 값이랑 별반 차이가 안 나는듯하니 두부도 먹고 고기도 먹고 그러는 거다.


한국에서 온라인으로 장을 보던 습관에 길들여져 있던 내가 일일이 슈퍼마켓 가서 매의 눈으로 품질은 가격대비 괜찮은 건지 확인하고 쇼핑카트에 담는다. 한국에서 값이 제법 나가던 치즈나 버터 같은 식재료가 여기서는 필수 식재료에 속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다. 남편 입맛에 맞춰주려고 한식뿐만 아니라 북미지역 사람들이 선호할 식단으로 20년을 채우다 보니 익숙한 식재료를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득템 했다 싶은 날은 기분이 좋다. 긍정적으로만 생각하고 싶지만 한국에서 그리 흔하게 쓰던 대파를 찾을 수가 없어서 기운이 빠진다. 요즘 뜨는 한식 조리법 중에 '파를 기름에 볶아 파기름을 내고...'를 제외한 걸 찾으려니 잘 없다.


며칠 전 비싸게 주고 산 쪽파 밑동을 잘라 뿌리 부분을 물에 담가 놓았다. 5불 정도 주고 여덟 줄기를 샀으니 한 번 길러서 녹색 부분이 좀 올라오면 이번 구정 때 떡국 끓여 고명에다 올려 볼 생각이다. 이리 귀한 대접받으며 정성으로 키운 내 쪽파 오늘도 몇 밀리미터 더 자란 것 같다. 쪽파 꼬다리도 식물이라고 녹색 에너지를 뿜어주고 있다. 보고 있으니 귀엽다. 귀여운 거 보고 나니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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