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같이 수업을 듣는 학생 중에 타짜가 섞여 있다. 수업 시간 너무나 모든 것이 능숙하다. 뭐든 책으로 배우는 걸 선호하고 시험 준비는 참 잘하지만 실전에 약한 남편은 실기 수업 시간 종종 실수하거나 난처해하기도 하는데 그 학생은 뭐든 자연스럽게 잘해서 남편이 눈여겨보고 있었다고 한다.
알고 보니 건축업 관련 사업체를 경영하고 있는 아버지를 둔 막일 금수저였던 것이다. 어릴 때부터 자연스레 이것저것 접해서 은연중에 많은 지식과 경험을 축적했기에 본인에게 제일 만만한 수업을 골라 듣고 있었나 보다.
더욱더 놀랍게도 그 학생은 남편이 다니고 있는 학교 아이스하키팀의 주장을 맡고 있었다. 그 학교 다니는 학생과 15세 미만 청소년은 무료관람이라는 파격적 혜택을 놓칠 수가 없기에 온 식구가 6시에 시작하는 아이스하키 게임을 보러 가기로 했다.
한국에 있었을 때 아이스하키 경기를 보러 평창과 안양까지 몇 번 갔었다. 왕복 8시간 운전을 당일치기로 하던 시절에 비하면 차로 20분밖에 안 걸리는 경기장에 엎드려 절이라도 할 심정이다. 도착해서 경기장으로 들어가니 들썩들썩 들뜬 사람들로 가득하다.
하필 링크에서 가깝다고 고른 자리가 응원하는 여학생 무리 바로 앞이다. 그녀들은 세상에나 소고기타운 아니랄까 봐 어디서 구했는지 카우벨을 잔뜩 들고 와서 큰 소리로 응원을 하고 있다. 이쁜 여학생들이 팀 유니폼 입고 홈팀 응원하는 시끌벅적한 분위기는 보기엔 좋긴 한데 내 고막은 괴롭다. 시간이 지날수록 앉은자리는 딱딱한 플라스틱 의자에 불편하고 아무래도 빙판을 유지하기 위해 난방을 안 하니 시간이 지날수록 기온이 떨어지는 게 피부로 느껴진다.
평소에 친절하고 얌전해 보이는 캐나다인들도 아이스하키 시즌에는 폭도로 돌변하기도 한다. 경기 중 몸싸움을 직관하려고 경기장을 찾는 게 아닌가 할 정도이다. 하키스틱을 휘두르며 근육 덩어리인 젊은 선수들이 온몸으로 상대를 깔아뭉개고 밀치고 하느라 경기장 둘레를 감싼 투명 아크릴벽이 꿀렁꿀렁 흔들린다.
동체시력 꽝인 나는 하키퍽이 어디로 움직이는지 잘 보이지도 않는다. 남들 집중하고 있는데 하품을 참느라 눈물 콧물 훌쩍거리니 좀 민망하다. 나 혼자 입장료 10달러를 냈는데 4명이서 10달러 완전 개꿀인데 하고 따라왔다가 오들오들 떨면서 집에 간다. 다음 게임은 아이들 데리고 남편 혼자 가라고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