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 20230321

에드먼턴, 캐나다

by Martine sk Mardres

1881년 12월에 개교하고 그다음 해 1월 3일 첫 수업을 한 에드먼턴 최초의 공립학교이자 통나무집이 주류였던 그 시절 처음으로 내벽과 외벽 사이 톱밥을 사용한 단열재를 넣고 그 당시 기술로는 최대 크기인 유리창을 설치하여 142년이 지나도록 멀쩡한, '빨간 머리 앤' 만화를 그릴 때 고증을 삼았을 법한 그런 옛날 학교 건물에서 처음 부임한 Mr. Harris역할에 너무나 진심인 전직 교사 출신의 깐깐한 할아버지 선생님이 회초리를 손에 들고 포켓워치까지 차고 그 당시 복식을 입은 채, 그 시절 학교 수업 방식대로 진행하는 1882년 1월 3일 첫 수업으로 시간 여행을 한다.


교실이 딱 한 칸 밖에 없는 건물이라 4학년인 반 아이들뿐만 아니라 동행한 자원봉사 학부모 셋과 담임 선생님이 한 반에 섞여 있는 고학년 늙다리 학생이 되어 수업에 같이 참여하게 되었다.


괘종시계 추가 흔들리며 내는 소리를 제외한 소음은 허용되지 않고 일체의 잡담 및 질문 금지, 질문 시 지켜야 할 사항, 질문에 대답하는 통일된 방식까지 훈련시킨 후 그 당시 중요하다고 간주한 지식의 암기와 계산능력, 문장 암송 등 엄격한 주입식 교육 끝판왕!


요즘 학생들의 눈으로 보면 거의 고문일 수도 있겠지만 다 같이 한 마음으로 시간여행 코스프레에 진심이니 한 번쯤은 재미있겠다고 생각할 수 있겠다.


진짜 역할놀이에 진심인 사람들, 암기해야 할 주요 포인트를 알려 준 후 시험까지 친다.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마구 질문을 한다. 이때 재임중 영국여왕이 누구지? 영국 여왕이라고는 엘리자베스 여왕 말고는 기억이 안 나는데 다행히 둘째 아이 담임 선생님이 질문을 받아 퀸 빅토리아라고 대답하는 걸 귀동냥으로 들었다.


그러고 보니 빅토리아 시대 복식, 빅토리안 건축양식 어쩌고 어디서 읽어놓고선 내 짧은 단편적 지식으로는 그 빅토리아가 여왕 이름이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그 당시 여왕이 누구냐는 질문에 말문이 막혔던 것이다.


그 당시 여왕이 누구였는지 몇 년도에 여왕이 되었는지, 공주 이름이 뭐였는지 영국 식민지를 세개 이상 써야 되는 시험문제를 받고 나니 동공이 흔들린다.


빨간 머리 앤이 당근!이라고 놀리는 소리에 격분해서 두 동강이 나도록 짝사랑남 머리통을 냅다 갈긴 그 흑판과 똑같이 생긴 미니 칠판에 짤막해진 하얀 분필로 꾹꾹 눌러 답을 쓰고 있자니 몇 년도에 빅토리아 여왕으로 등극했는지 따위는 딱히 중요하지 않다.


숫자에 약한 나는 정확한 년도가 생각나지 않아 대충 적었는데 결국 오답이다. 왕년에 암기과목 벼락치기 하던 신공은 숫자나 연도에 관한 한 발휘되지 않는다.


껌을 몰래 살짝 씹고 있었던 담임선생님이 안경 쓰면 1882년 미스터 해리스로 빙의하는 꼬장꼬장한 선생님 레이다에 걸렸다.


"영레이디, 입안에 우물우물 씹고 있는 디스거스팅한 소나무 송진을 당장 뱉고 뒤로 가서 벽 보고 서 있도록!"


이거 실화? 똥그래진 눈으로 쳐다 보던 담임 선생님 역시 그 전에 구부정하게 기대 앉아 있다가 자세불량으로 쫓겨난 학생 옆으로 가서 벌을 선다.


복장검사도 한다. 손톱 밑이 새까만 아이들 걸리고, 머릿니가 있는지 체크하고, 머리 길이 긴 남자아이는 집에 가서 바가지 쓰고 머리 잘라 오라고 잔소리 듣고, 귀걸이 했다고 훈계 듣고, 나이 든 학부모 학생들은 심지어 치마 안 입었다고 혼나고 나는 치마길이 너무 짧다고 복장불량이란다.


수업 끝나기 전 단체 사진을 찍을 때, 예전에는 사진 찍을 때 사진기 앞에서 오래 있어야 했기에 웃는 얼굴로 찍지 않았다고 설명을 들은 아이들이 또 진심으로 무표정을 짓는다.


이런 체험활동을 하지 않았다면 관람시간 5분도 안 걸릴 정말 별것 없는 방 한 칸짜리 옛날 교실이 두 시간 반동안 쉴 새 없이 시험에 대비하는 긴장감과 선생님한테 혼나지 않으려고 진지하게 임했던 학생들과 어른들의 협업으로 지루할 수 있는 역사교육에 생기를 더해 유익하고 즐거운 놀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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