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아이 현장학습에 학부모 자원봉사 보조교사로 1881년 설립한 교실 한 개짜리인 에드먼턴 최초의 공립학교와 1904년도에 벽돌로 지어서 지금껏 멀쩡하게 그 자리에 서 있는 에드먼턴 공립학교 박물관현장학습에 동행했다.
평소에 도시락 3개 싸다가 오늘은 4개를 싸려니 새벽부터 분주하다. 김밥은 너무 대형프로젝트인 듯해서 평소에 거의 매일 만드는 샌드위치를 만들어 포장해서 담고 과일이며 견과류 등을 따로 담아 중간 간식으로 먹을 요량으로 새로 산 도시락 통에 깔끔하게 담아서 넣으니 내가 소풍 가는 거 마냥 마음이 들뜬다.
집 앞에 버스정류장이라 방심했다. 현관문을 여는 순간 타야 할 버스가 눈앞에서 지나간다. 성인 요금을 내는 어른이 타야 어린아이가 무료로 버스를 탈 수 있는데 어차피 뛰어도 놓칠 버스라 느긋하게 나서는데 성질내며 뛰어가는 딸내미가 버스를 혼자 탈 뻔했다. 커피 한 모금 제대로 못 마시고 나와 몽롱한 상태로 딸내미와 기싸움을 펼치느라 들뜨던 마음이 푸시식 가라앉고 다시 집에 가서 눕고 싶어졌다.
놓친 버스는 10분쯤 전에 왔어야 할 버스가 늦게 온 것이고 스케줄보다 항상 늦는 버스가 나름 제시간에 근접하게 온 덕분에 평소보다 일찍 도착한 학교는 문도 안 열렸다. 8시 30분 종소리와 함께 열리는 학교 출입문으로 당당하게 아이들 속에 섞여 들어가서 보조교사 노릇을 하기 시작한다.
앨버타가 Province가 된 1905년부터 2년간은 입법부로도 사용했으며 지금은 공립학교 자료실과 박물관으로 시민들에게 개방하고 있는 붉은 벽돌 건물 안에는 교실과 학교뿐만 아니라 100년 전쯤 시대 상을 재현해 두었다. 그 당시 우체국, 상점, 극장, 세탁시설, 방앗간 등을 그럴듯 하게 오밀조밀 만들어 놓은 작은 동네가 있다. 각각의 장소에 자원봉사로 온 학부모 셋과 선생님들이 우체국장, 상점 점원, 극장주인 등의 역할을 맡아 아이들이 체험학습을 잘할 수 있도록 역할극의 일부가 된다.
전기, 수도 시설 없이 살던 그 시절 실제 쓰이던 세간살이로 할머니집을 재현해 놓은 곳에 4명씩 조를 짜서 오븐 위에 올려 두어 뜨거워진 옛날 다리미도 다림질도 해보고, 철망으로 된 캠핑용 토스터기처럼 보이는 구식 토스터로 토스트도 만들고 펌프로 물도 긷고 계단 밑에 식료품 저장고에 그 당시 방식으로 식품을 어떻게 저장하고 보관해 놓는지 열어 보고 뒤져보고 만져보고 난장판도 만들었다가 할머니 잔소리에 제자리에 다시 정리도 하는 역할놀이에 나는 할머니 역할을 맡았다.
아이들은 나를 할머니라 부르고 나 역시 시간여행자들의 호기심을 채워주는 친절한 할머니 역할에 몰두하여 장단을 맞춰주며 재잘재잘 질문도 많고 호기심에 눈이 반들거리는 애들에 둘러 쌓여 있자니 19세기 코스프레 소꿉놀이에 다들 열정이 넘친다.
점심시간이 가까워 오자 진짜 빵을 자르고 토스트 해서 시나몬 가루까지 뿌려대니 맛있는 냄새에 허기진 아이들이 재방문하기도 했다. 주변에 보는 눈 없을 때 금방 만든 토스트를 쭉 찢어 입에 넣어 주니 좋아라 한다. 그렇게 놀다가 가서는 활동지가 있다는 걸 깜빡하고 빈칸에 답을 하나도 안 적은 애들이 또 오고, 토스트 냄새 맡고 또 오고 할머니 집이 제일 북적거리며 인기가 많았던 듯 해 흐뭇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