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먼턴, 캐나다
둘째 아이 학교에서 학생들과 선생님이 음악 수업 시간 연습한 악기와 합창곡으로 콘서트를 한다고 해서 저녁을 일찍 먹고 집을 나선다. 아이는 6시 30분인 콘서트 시작 시간보다 30분 일찍 도착해야 해서 앞집부부의 차를 얻어 타고 가고 남편과 나는 잰걸음으로 걸어서 학교에 도착하니 6시 10분이다.
일찍 온 사람들이 한 가족당 2자리만 배정이 되어있기에 무대와 가까운 앞 좌석을 차지하려면 훨씬 더 일찍 왔어야 하는데 미리 도착한 앞집 부부가 가족당 각 1명씩만 온 지인 두 명에게 양해를 구해 무대 앞 바로 두 번째 줄 정말 좋은 자리를 남편과 내가 앉도록 준비해 둬서 생각도 못한 큰 선물을 받은 기분이다.
프릴장식이 들어간 진청색 원피스에 하얀색 캔버스화를 신은 교장 선생님이 너무나 소녀 같은 자태로 코로나로 인해 2년간 개최할 수 없었던 콘서트를 다시 주최할 수 있게 되어 감개무량한 심정을 전달하며, 강당이 꽉 차도록 와서 성원해 주는 학부모님들께 감사인사를 하고 이 학교 부지 역시 원주민의 영토였다고 캐나다 원주민 중 대다수를 이루는 Cree족에 대한 언급도 같이 한 후, 첫 합창곡 역시 Cree족 음악에 영감을 받은 것이라 소개하며 콘서트는 시작된다.
합창에 이어서 나무실로폰, 우쿨렐레 등 아이들이 음악선생님과 열심히 연습하고 자기 맡은 부분 틀리지 않도록 긴장한 모습이 역력한 가운데 무대 입장하며 동선을 맞추는 동안 날 보러 누가 왔나 관객석을 살피고 손을 흔들고 눈을 맞추는 아이들을 보니 사람 사는 거 다 비슷하다 싶다.
첫 무대가 Cree족 음악에 영감을 받은 노래로 시작했다면 마지막 곡은 오늘 콘서트를 준비한 학생들 전체가 다 입장해 무대가 꽉 차도록 오밀조밀 서서 Cree족 전통곡 합창으로 마무리하는데 내가 모르는 언어는 내가 익숙한 음절로 치환돼서 내 귀에는 '왜 나야 나야 내가 내가 해야 해야 해요 해요"라고 들려서 속으로 웃음을 참지 못했다. "왜 나야? 내가 해야 해요?" 우리 집 애들이 내도록 하는 말이랑 거의 같은 구절의 가사에 피식피식 웃음이 났다.
혼자 피식거리는 게 궁금했는지 낯이 익어 몇 마디 주고받았던 옆에 앉은 학부모가 왜 웃냐고 묻기에 가사가 왜 내가 해야 되냐는 한국어처럼 들렸다고 설명해 주자 웃음이 전염되었다. 내 옆에 앉은 사람들이랑 다 같이 웃음을 참으려니 웃음이 더 크게 터져서 얼굴이 뻘게지도록 참다가 눈물까지 고였다.
별거 아닌 것에 같이 웃을 수 있어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