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먼턴, 캐나다
요 며칠 현장학습이며 학교콘서트며 해서 바빴기에 드디어 오늘 한숨 돌리고 조용한 하루를 보내려나 했더니 그럴 리가 있나 학교에 둘째 딸 데려다주고 온라인수업과 시험준비를 하러 다시 집에 오던 남편이 아이 학교에서 온 전화를 받았다. 학교에서 오는 전화는 솔직히 겁이 난다. 애가 갑자기 아프거나 어쨌든 뭔가 사건이 생겼다는 것이니까 달갑지 않다.
금쪽같은 도시락을 집에 두고 간 둘째가 도시락 좀 가져다 달라고 교무실에서 전화를 해 온 것이다. 점심시간이 돼서 도시락 안 가져온 걸 알았다면 영락없이 라마단 금식 기간을 지키는 무슬림 학생들과 시간을 보낼 뻔했다.
올해 라마단 기간은 3월 22일 저녁부터 4월 20일까지니까 딱 오늘이 첫날이다. 해가 떠 있는 동안 금식하는 무슬림들의 라마단 기간을 존중하며 학교 측에서는 기도실이 필요한 학생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등 최대한 다문화적 요소를 배려하는 듯하다.
오전 영하 6도에서 시작한 기온이 도시락을 가져다주러 집을 나선 11시경에는 영상 5도까지 올라가 입고 있던 겨울옷이 덥게 느껴졌다. 드디어 봄이 오려나 눈이 녹아 진창이 된 길거리지만 길기도 길고 처절하게 추웠던 나의 첫 앨버타 겨울에 끝이 보이는 듯하여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도시락 가져다주는 김에 남편과 산책 겸 둘이서 걸으며 도시락 싸기 힘든데 우리도 한 달만 무슬림 해볼까 이런 말도 안 되는 농담을 하며 오는 길에 우리나라 연립 주택, 땅콩집 등과 흡사한 구조인 co-op하우스를 둘러보았다.
코업 하우스는 협동조합과 비슷한 형태의 공동 주거방식인데 새로 세입자를 구할 때는 공동생활에 서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목공, 전기기술, 자동차 정비, 아동보육, 응급의료진 등등 개인의 직업 적 능력 또는 공동생활에 활력소가 될 음악 미술적 재능 등 공동육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가족들 우선으로 선별한다고 한다.
한국에서 다닥다닥 붙어 있는 아파트에 살며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그렇게 살다 왔기에 애들 크는 동안만이라도 이렇게 모여서 이웃과 아주 가깝게 사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고 관심을 가지고 알아보는 중이다. 나무로 된 집이다 보니 층간 소음 문제가 제일 큰 골칫거리일 것 같기도 하지만 그 소음이 다 친하게 지내는 이웃이 내는 것이니 서로 배려하고 양해를 구하면 좀 느긋해질 수도 있겠다 싶다. 아마 아이들을 옆집 앞집 뒷집 다 모여서 같이 어울려 키우는 게 제일 큰 장점이 아닐까 한다.
작년여름에 남편이 미리 와서 1년으로 계약한 지금 살고 있는 이 낡고 오래된 옛날집에서 겨울을 한 번 더 보낼지 말지 고민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