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 20230325

에드먼턴, 캐나다

by Martine sk Mardres

다음 주 월요일부터 4월 2일까지 아이들이 학교에 안 가는 스프링 브레이크, 봄방학을 앞둔 주말 토요일, 침대 속에서 밍그적거리며 전기장판의 온기를 즐기며 버티고 있던 나는 핸드폰 메시지 오는 소리에 문자를 확인하고 두 번 놀라게 된다.


오전 시간이 이불속에서 꼼지락거리며 멍 때리다가 다 간 거에 한 번 놀라고 앞집 그녀의 "Don't look outside!" 바깥 내다보지 말라는 문자에 밖을 보니 눈이 펄펄 내리고 있는 것에 또 한 번 깜짝 놀란다.


이틀 정도 영상으로 올라간 기온에 드디어 혹독한 겨울이 끝나고 봄이 오려나 기대를 했건만 이렇게 눈이 펑펑 내리는 걸로 뒤통수를 칠 줄이야! 집 안에서 펑펑 쏟아지는 눈구경 신나게 한 것에 대한 불만은 전혀 없다.


매번 시리얼로 대충 먹던 아침식사 대신 감자 깍둑 썰어 팬에 버터 넣어 해시브라운 만들고 스크램블 한 계란에 치즈 갈아 넣고 시들시들한 과일 있는 대로 다 꺼내서 껍질 벗기고 자르고 다듬어 준비하고 크렌베리 송송 박혀 있는 빵 토스트해서 내고 보기 좋게 한 접시 그득하게 담아내 바로 내린 커피와 함께하니 눈도 즐겁고 눈이 내리는 바깥풍경 역시 훌륭하다.


오늘 하루는 집에서 각자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조용히 지내기로 하고 남편과 나는 에드먼턴 도서관에서 빌려온 한국영화 '암살'을 같이 보기로 했다. 영화가 시작되기 전 여러 한국 영화를 홍보하는 30초짜리 트레일러를 보면서 그중 '도둑들'에 제일 관심을 주는 남편한테 미안하게도 나는 그 영화를 벌써 봤다.


영화 '도둑들' 보면서 '오션즈 일레븐'이 연상되더라 하니 이런 류의 영화가 한참 트렌드였다고 '이탈리안잡' 같은 영화를 예로 든다. 둘이 딱히 영화광도 아닌데 이러쿵저러쿵 얘기하고 있자니 배경지식 부족으로 대화가 산으로 간다.


식민지 시대 독립운동과 항일 의병 활약상에 관심 있어하는 남편과 영어자막 틀어 놓고 보던 중에 총알이 다 떨어진 절체절명의 순간 뜨거워진 총구로 상대방의 얼굴을 지져서 위기를 모면하는 장면에 서로 감탄을 하며 영화에 빠져들었다.


영화는 종반으로 흘러가고 나쁜 놈, 매국노, 친일파, 변절자... 아 별명도 많은 이정재를 처단하는 장면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카타르시스를 느꼈을까. 실제로는 이래저래 기회주의자로 여기 붙었다 저기 붙었다 한평생 잘 먹고 잘살아 버린 친일파 척결이 그다지 현실화되지 않았기에 이 영화는 이루어지지 못한 현실에 대한 대리만족 판타지를 보여준 게 아닌가 싶다.


한류는 그냥 우연히 형성된 게 아니라며 남편이 한국 영화 칭찬하니 괜히 으쓱하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71 2023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