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 20230327

에드먼턴, 캐나다

by Martine sk Mardres

1988년 토론토 근처 지역에서 결성된 캐나다 밴드 "Barenaked Ladies"노래 중에 'If I had $1000000 내가 만약 백만 달러 있으면'이라는 노래가 있다. 요즘 인플레이션에 특히 토론토 집 값 생각하면 10억 정도 되는 돈으로는 방 두 개짜리 콘도 하나 사는 것도 이제는 힘들다.


백만 달러 있으면 집도 사주고, 가구도 사주고, 차도 사주고 마당에 나무집도 만들고 그 안에 미니 냉장고도 사서 넣고 진짜 모피코트도 사주고, 라마나 에뮤 같은 정말 특이한 애완동물도 사주고 가게 갈 때 리무진 이런 거 막 타고 가고 인스턴트 맥앤치즈 크래프트 디너 이런 거 더 이상 안 먹어도 되고, 그래도 사 먹겠지만 더 많이 쌓아놓고 먹고 케첩도 보통 케첩 이런 거 말고 디죵 케첩 이런 정말 비싼 거 뿌려먹고 피카소 그림 이런 거 확 사버리고 원숭이도 사주고 10억 정도 있으면 완전 부자되는 건데...


노래 듣고 있자니 이건 10억이 아니라 100억 있어도 위시리스트 다 충족시키기 힘들겠다 싶다.


대한민국 40대 평균총자산이 4.1억이라는데 나는 평균에 한참 못 미치는구나 씁쓸하다. 갚아야 할 빚은 더 이상 없으니 그걸로 다행이라 위안을 삼자.


내가 10억이 생긴다면... 이쯤에서 나의 위시리스트를 작성하는 쓸 때 없는 짓을 해본다. 원래 쓸 때 없는 짓 할 때 제일 시간 잘 가고 재미있으니까 오늘의 혼자 놀기는 10억짜리'망상'으로 정한다.


며칠 전에 앞집 그녀가 내 책장을 훑어보고 간 탓일까 갑자기 제인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연극공연을 같이 보러 가지 않겠느냐 해서 공연시간과 티켓가격 등을 보러 웹사이트에 들어갔다가 좀 실망했다. 평균 티켓값이 생각보다 높았는데 그나마 내가 살만한 100달러 미만의 티켓은 거의 다 팔리고 그 보다 가격대가 더 높은 티켓만 남아 있었다. 마지막 날 티켓값은 원래가격보다 더 높기까지 했다. 마지막으로 무대공연을 본 것은 몇 년 전 대구에서 본 마이클 리 주연의 헤드윅이었는데 나름 쉬지 않고 소처럼 일하던 시기라서 티켓 가격대 생각 안 하고 좋은 자리에서 봤었다. 돌이켜보니 벌써 백만 달러 있는 사람처럼 살아 버렸구나.


백만 달러가 생기면 뮤지컬공연 제일 좋은 데서 보고 다른 도시에서 공연하는 것까지 따라가서 n번째 관람 인증샷 찍어야지. 콘서트 같은 거도 비싼 좌석 가격 생각 안 하고 질러야지. 연극공연티켓 제일 좋은 자리로 사서 앞집 그녀한테 선물해서 같이 막 보러 가야지.


한참 신나게 혼자 망상 중 그 돈 주고 가짜 포쉬 억양 비웃으러 가기에는 돈 아깝다는 앞집 그녀의 문자를 받고 여우와 신포도 이야기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백만 달러 나도 있었으면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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