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 20230328

에드먼턴, 캐나다

by Martine sk Mardres

긴장감속에 스프링브레이크 둘째 날을 맞았다. 4학년, 7학년 두 아이가 동시에 학교를 일주일 동안 안 가고 하루 종일 나랑 붙어서 삼시 세 끼를 같이 하게 되는 것이다. 한국에서 보낸 작년 봄방학이 어땠더라? 여느 때와 같이 학원으로 돌리고 돌리고 돌리고... 밥 챙겨주는 것 말고 일한다는 핑계로 딱히 엄마로서 해주는 건 없었던 것 같다.


큰 아이가 만 4세 때 한국에서 처음 다녔던 어린이집이 너무 학습적인 부분을 많이 중요하게 생각했던 곳이라 너무 힘들어해서 중간에 그만두고 두 아이를 집 근처 공원과 놀이터 등으로 매일 1년 넘게 유모차 가득 도시락과 간식을 싣고 다니며 방목 육아를 했었다.


돌이켜보면 둘째는 아장아장 겨우 걸었고 첫째는 어린이집 안 가는 것만으로도 신나 했기에, 하루종일 흙 만지고 풀 뽑고 꽃 뜯어먹고 하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잘 갔었지만 사춘기에 벌써 접어들어 부모랑 시간 보내는 것보다는 컴퓨터 앞에 앉아 게임하는 걸 더 좋아하는 청소년이 되어 버린 두 아이들을 하루종일 "학원도 없이" 어떻게 일주일간 나 혼자 감당할 것인가?


닥치면 다 한다. 오늘이 시작되어버렸으니 이제 실전이다.


아침부터 라면을 끓였다.


라면 3개에 계란 3개 파 한 줌 넣었으니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 무기질...

있어야 할 열량은 다 있고 영양같은건 대충 없는 모닝라면!


부끄럽게 하루를 시작했으니 점심 도시락으로 예쁘게 샌드위치를 싸고 간식거리 준비해서 담요 한 장 손에 감고 배드민턴 라켓, 하키스틱, 공 이런 것 챙겨서 집에서 제일 가까운 놀이터로 갔다. 영하 1도라기엔 바람이 불어서 체감온도는 더 쌀쌀하지만 햇볕이 따스하게 느껴지니 담요를 다리에 둘둘 말고 책을 펼쳐 들었다.


몇 해 전에 다 읽었던 책이니 설렁설렁 기억을 되살리면 되고, 딱히 집중 안 해도 되고, 추운데 따뜻한 햇볕을 느끼며 차가워진 손 가끔 호~ 해주고, 구름 안 보는 척 구름 보며 멍 때리기 20분 도전도 하고!


화장실! 놀이터에 화장실이 없는 게 이렇게 불편하다니! 깨끗한 공중화장실이 공원마다 있고 무료이고 이런 것이 너무나 당연해 고마운 줄 모르고 누렸던 과거의 나! 화장실이 급해져서 집으로 초기 철수라니!


어쨌든 집에 와서 '마녀 배달부 ㅋㅋ'를 보기로 하고 돌아오니 집이 너무 환했다. 밝으면 영화 보기가 힘들다. 집안의 제일 어두운 곳? 복도 문을 닫으면 제법 껌껌! 그 좁아터진데 의자를 두고 그 위에 노트북, 애들은 이불 둘둘 몸에 감고 베개에 둘러 쌓여 한 번도 안 해본 하기!


내일은 할머니께서 수고해 주신다고 했으니 나님께 휴식을 선사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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