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 브레이크 세쨋날, 할머니와 오전 시간을 보내고 점심까지 먹고 들어온 아이들과 남은 하루 뭘 하고 시간을 같이 보낼까 고민 끝에 과자 레시피북을 뒤적뒤적해본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 훑어보아도 피넛버터쿠키 보다 나은 게 없어 보인다. 몇 번 구워 봤기에 익숙하고, 단순한 몇 가지 재료의 조합으로 이렇게 훌륭한 맛이 나기도 힘들다.
옛날 레시피라 버터 대신 죄다 쇼트닝 넣으라는데 쇼트닝 대신 마가린을 넣은 지난번 쿠키는 반죽이 퍼지고 납작해져 버려 볼품이 없었다. 이번에 마가린 대신 크리스코라는 왕년에 쇼트닝 만들던 회사에서 식물성 재료로 만든 쇼트닝 대체제라고 만들어 파는 걸 썼더니 모양이 어디 카페에서 수제쿠키 만들어 파는 것 같이 제법 그럴듯하다.
혼자서 애들 잘 때 밤중에 맥주 한 잔 마시면서 음악 들으며 쿠키나 빵을 구울 땐 마음의 안정을 주고 시끄러운 속을 진정시키는 좋은 취미이나, 환하게 밝은 대낮에 아이들과 시끌벅적 우당탕탕 다 같이 하는 베이킹은 엄마 모드 풀가동한 상태로 아이들이 좋은 시간을 보내는 데 의의를 두고 나 자신을 갈아 넣는다.
뭐든 직접 해볼 때 느끼는 재미가 따로 있다. 그깟 과자 뭐 대단해 할 수도 있겠지만 재료를 구하러 다니고, 더 좋은 재료나 대체재를 발견했을 때 기쁘고, 아직은 분수 Fraction개념과 계량이 어려운 둘째에게 직접 3/4컵과 1과 1/4컵을 계량해서 반죽에 넣고 베이킹 소다와 베이킹 파우더의 차이점을 궁금해하는 큰 아이와 포장지의 영양성분을 같이 보며 둘의 차이를 스스로 생각해보게 하는 이 모든 과정이 나름 즐거운 대화의 일부분이 된다.
부엌은 난장판이고 갈아입어야 할 옷도 산더미지만 베이킹하는 동안 요즘 좀처럼 엄마 앞에서 잘 웃지 않는 큰 아이의 웃는 얼굴을 보는 걸로 기운이 난다.
아이스크림 스쿱으로 쿠키 반죽을 뜨니 딱 10개가 나온다. 우리 가족 4명이서 어른은 두 개씩 먹고 애들은 세 깨씩 먹으면 끝이다. 대신 시판 쿠키 한꺼번에 서너 개쯤 먹는 것과 비슷할 만큼의 큼직하고 묵직한 것이 하나만 먹어도 밥 한 공기 칼로리는 우습게 뛰어넘는다.
집에서 금방 오븐에서 꺼낸 쿠키를 바로 먹는다는 것은 엄청난 특권이다. 누군가의 수고로움 없이는 결코 가질 수 없는 특별함이다. 구울 때부터 온 집안을 채우는 고소한 냄새를 한껏 들이마시고, 갓 구운 쿠키를 입에 넣고 천천히 씹으며 극강의 고소함을 음미한다.
앞으로 이 보다 더 나은 피넛버터쿠키는 찾기 힘들 것이라 확신하며, 지난날의 향수로 기억 속에서 소멸할게 아니라 대를 이어 계속 전해졌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