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에 한 번은 합의 한 만큼의 문제집 풀기, 사흘에 한 번은 머리 감기, 방청소, 각자의 햄퍼에 가득 찬 본인 빨래 스스로 하기 말고는 아이들이 반드시 해야 할 집안일은 딱히 생각나지 않는다.
스프링 브레이크 나흘째, 하고 싶은 걸 할 자유와 잔소리에서의 해방감을 누리기 위해서, 최소한의 해야 할 일을 하나도 하지 않고 눈뜨자마자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두 아이들과 오늘 전면전이다.
8시 15분에 지하실 컴퓨터 앞 두 아이 발견, 방금 시작했다고 딱 잡아떼는 아이들에게 8시 30분부터 시작했다고 치고 앞으로 두 시간 동안 컴퓨터 사용을 허락한 후 10시 30분부터는 샤워, 머리 감기, 문제집 풀기를 하고 최소 한 시간 바깥에서 산책을 하는 오늘 하루 스케줄을 들이미니 혼날 줄 알았다가 두 시간이나 컴퓨터 사용을 허락받아 고마워하는 것까지는 좋았다.
주말엔 보통 눈뜨자마자 알아서 챙겨 먹으라 하고 보통 점심 식사를 12시쯤에 챙겨 주는데 방학이라 집에 있는 아이들이 따뜻한 밥을 찾기에, 오전부터 볶음밥을 만들어 먹이고 본격적으로 한국엄마 잔소리 풀가동 모드로 전환했다.
문제집 풀 때 햇살 가득한 거실 테이블에서 하라니 굳이 지하실 컴퓨터 앞에서 한다는 게 수상했지만 일단 믿어 주는 척하고 기회를 노려 현장을 급습했다. 이어폰으로 음악 들으며 문제집 풀겠다는 둘째는 나의 스텔스 발자국을 듣지 못했다. 머리가 굵어진 큰아이 0.5초안에 화면을 내렸지만 내 눈에 딱 걸리고 둘은 지하실 접근 금지령을 받고 지상으로 쫓겨났다.
다했냐니 다했단다. 보여달라니 문을 잠그고 방에서 나오지 않는 둘째.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는 계속된다.
이 방문을 한 번 더 이런 용도로 잠그면 방문 잠금장치를 떼버리겠다는 강력한 협박 끝에 문이 열린다. 문제집 들고 집 밖에서 다 끝내고 집안으로 들어오라고 쫓아냈다.
밖은 영상 1도. 햇볕이 따사롭고 바람이 크게 불지는 않는다. 문 쾅 닫고 쿵쾅거리고 나가서 재킷 안 입고 나간 게 마음이 쓰이지만 먼저 백기를 들고 투항하지 않기에 그냥 내버려 둔다. 이 동네 애들은 영하 5도에 반바지차림도 많이 봐서 그냥 그러려니 하기로 한다.
집 뒷마당 나무 위에 올라가 문제집을 푸는 시늉을 하고 있는 둘째 녀석이 침실창문으로 보인다. 샤프가 고장 났다는 핑계로 집에 들어오기에 연필을 깎아서 쥐어 주고 다시 내 보냈더니 5분쯤 후에 Ruler자가 필요하다고 또 들어온다. 책가방 채로 안겨주고 다 끝내고 들어오라고 하니 가방에 자가 없고 학교에 두고 왔다고 한다. 온갖 핑계를 다 대고 들랑날랑하며 하라는 건 안 하고 사람 허파를 뒤집고 있다.
개학 하고 나서는 매일 방과후 문제집 풀고 다 푼거 검사 맡아야 저녁을 주겠다고 저녁밥을 인질로 잡았다. 겨우 두 장하는걸 4시간 넘게 걸렸다.
실시간 빡침을 글로 옮겨본다.
*이렇게 귀여운 아기는 9년쯤 후 징그럽게 말대꾸하고 엄마 열받게 하는 십대로 변하게된다.